‘냉정과 열정 사이’/마포나루 (2003) … Calmi Cuori Appassionati
감독… 다카에 이사무
출연…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홍콩)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KBS에서 '개그콘서트'가 한창 인기가 좋을 때, ‘신보라’가 나오는 ‘생활의 발견’의 배경음악... 단순하면서도 감미롭고 애절한 음악.
오늘은 일본 영화 ‘열정과 냉정 사이’에 아니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잠시 빠져들기로 하는데… 20여 년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놓으시고... 일본과 이태리를 오가며 이루어진 사랑과 추억 그리고 후회와 재회 또한 사랑의 재발견... 소설로도 상당한 인기를 얻은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는 만들어진다.
남자 주인공 ‘준세’는 이탈리아 피렌체 (플로렌스)에서 중세의 유명 회화들을 복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열정은 과거의 모습, 늘 꼼꼼하고 차분해야 하는 일상들...‘준세’에게는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는데 일본에서 대학 1학년을 같이 보낸 홍콩 유학생 ‘아오이’다.
어느 날 그녀의 소식이 전해진다. (영화 홍보문구에 이렇게 되어 있다) ‘피렌체’는 과거에 머물러있는 듯한 ‘준세’를 닮아있고, ‘밀라노’는 현재의 사랑과 과거의 기억 속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오이’를 닮아있으며, ‘도쿄’는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닮아있다.
과거에 두 사람은 이런 약속을 했었다. 서른 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함께 만나자고… 그런 사랑의 약속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던 ‘준세’는 어느 날 ‘아오이’의 근황을 알게 된다. ‘준세’는 ‘아오이’가 살고 있는 ‘밀라노’로 달려가 보지만 이미 ‘아오이’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다. 미국인 사업가.
다시 ‘피렌체’로 돌아오지만 모든 것이 엉망이다. 작업실은 문을 닫게 되고 허탈해진 ‘준세’는 ‘도쿄’로 돌아온다. ‘준세’와 ‘아오이’…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었던 곳. 그런데 왜 이리 낯설기만 한 것인가. 첨단의 가전제품, 정신없는 음악, 네온사인...‘준세’는 추억 속의 장소로 가본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중고 레코드 가게… 그런데 찾을 수가 없다. 그녀를 자주 만났던 커피숍도… ‘준세’는 친구로부터 ‘아오이’가 자신을 떠나게 된 비밀을 알게 된다.
바로 ‘아오이’가 유산을 하게 됐는데 자신의 허락이나 동의를 받지 않았을뿐더러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준세’는 ‘아오이’에게 오해를 풀기 위해서 편지를 보낸다. 몰랐었다고…미안하다고… 시간이 흐른다. 답장은 오지 않고… 그러던 어느 날 피렌체에서 그의 스승이 사망했다는 연락이 오고 ‘준세’는 추억의 도시 피렌체로 돌아간다.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대성당은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서른 번째 생일날, 나와 함께 거기 가줄 거지?”
한편, ‘준세’를 떠나보냈지만 마음속으론 늘 그를 사랑하고 있는 ‘아오이’. ‘준세’의 편지를 받고는 과거의 추억 속으로 다시 젖어든다.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다정다감)는 미국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지고 한다. 서른 번째 생일날이 다가오고 ‘준세’는 10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오모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오이’ 또한 피렌체로 간다. 성당의 패관 시간은 다가오고 두 사람은 10년 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만남. 그러나 ‘준세’는 그녀를 잡지 못한다. 그냥 오랜 친구일 뿐…‘준세’의 열정과 ‘아오이’의 냉정은 서로 평행선을 긋는다. 그녀를 반드시 만나야 하는 ‘준세’. 수많은 인파가 지나가는 기차역에서 저만치 그 남자가 서있다. 두 눈이 촉촉해지면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고 미래를 약속한다. 서로에게 ‘열정과 냉정’이 아니 ‘냉정과 열정’이 필요했음을 두 연인은 알게 된 것일까?
영화 속에서 ‘준세’가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다리 난간에는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의 자물쇠가 아직도 많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 청춘들의 사랑이란 참으로 묘한가 보다. ‘아오이’…난 지켜야 할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 그건 내 운명이에요. 미안해요. ‘준세’는 내 전부에요. ‘준세’…
어떤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변해가네…’ 예전에 가족여행으로 이태리를 한 바퀴 돌았었을 때 피렌체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몇몇 개의 다리도 참 예뻤고, 두오모 성당도 멋졌고, '신곡'을 쓴 단테의 집에 보였던 작은 창문 그리고 박물관도... 고풍스러웠던 아카데미에 미술관도, 다리 건너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시가 전경도... 중세 때부터 '메디치 가문'의 지원 아래 예술을 꽃피웠던 도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등을 탄생시킨 역사의 도시.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아일랜드 출신 엔야가 만든 테마 음악 집에 나온 ‘Wild Child’와 ‘Watermark’등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마치 두 사람의 주제곡 같은 이미지를 주면서... 특히 영화 엔딩곡으로 쓰인 ‘Wild Child’ 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요시마타 료(장미 없는 꽃집의 ost 제작)가 제작한 연주곡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짧고 간결하면서도 음악 자체에 낭만이 묻어나는 특별한 매력의 연주였다.
‘아오이’가 바랬던 것은 ‘준세’가 세상을 보는 현실적인 냉정함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준세’가 바랬던 것은 ‘아오이’의 순수와 열정이 부족했다는 점. 열정과 냉정은 서로 보완(補完) 적인 관계일까 대체(代替) 적인 관계일까?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두 가지를 반반씩 가진 게 반드시 좋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