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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문상을 다녀오며

by 자한형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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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을 다녀오며

 

 

지난 주말에 문자가 한 통 왔다. 부고였다.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쉽사리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부고로 온 것은 [배우자상 2014. 5.1 오후1시 빈소 강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31호 실 장례미사(발인) 천주교 반포4동성당 5.3() 오전 7~8시 장지 파주시 광탄면 분수리 XXX-XX 중림동 약현성당 하늘정원 묘원] 문자를 받고 든 생각은 아직 한창 생을 구가해야할 나이일 텐데 너무 일찍 영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 고교동창의 부인상이 있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여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막상 친한 친구의 부인상을 직접 겪고 보니 예사 일이 아니게 다가왔다. 일과를 마치고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장례식장으로 갔다. 예상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문상객은 무척이나 많았다. 항상 문상을 하거나 결혼식장을 가거나 하면 드는 느낌 가운데 하나는 그것으로 살아온 세상살이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상주나 혼주가 제대로 세상을 산 사람일 경우에는 항상 손님이 넘쳐났다. 쉽게 문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줄을 서서 한참을 대기했다가 문상을 하고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미리 온 동기들과 합석을 했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두 명이 올라왔다. 장례식장의 벽면에는 조화의 팻말을 죽 붙여놓았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반갑게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얘기를 들어 보았다. 잠깐 상주가 왔다가기도 했다. 참으로 황망하기 그지없을 듯했다. 한 문상객은 문상을 마치고 자리로 들어서면서 터져 나오는 오열을 참지 못한 채 흐느끼기도 했다. 남겨진 자식들은 대학 2학년과 3학년이라고 했다. 99년도에 유방암이 발병을 했다고 하니 거의 14년간을 투병해온 것이었다.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지내는 것이라 한쪽에서는 신도들이 예배를 보고 있는 가운데 문상이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척 착잡했고 마음도 무거워보였다.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일들을 겪게 되는 데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모두들 안쓰러워하고 애가 타는 듯했다. 친구가 장례식을 마치고 보내온 문자는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고마워 친구. 아내의 빈소에 찾아와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해주어 백골난망이여. 아내는 1990년 혼인이후 행복한 신혼생활 중 1999년 초 유방암 수술을 받았으나 전이되었는데 이웃이나 부모님 가까운 친인척에게 일체 알리지 않고 14년간의 병고의 세월을 오롯이 견뎌왔다오. 신경써줘 감사해. 덕분에 어제 파주 광탄에 있는 중림동성당 천주교 묘원 하늘정원의 풍광 좋은 자리에 매장 잘 마쳤다네. 아내는 늘 아름다운 미소와 향기를 간직한 사람이었고 나의 자랑이었고 병고의 세월동안 늘 행복의 원천이었어. 4.7일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한 사실을 알게 된 많은 부부들이 기적을 구하는 기도와 봉사를 해주었지. 라자로의 기적은 아니어도 주변에 일상의 삶이 기적임을 일깨워주었고 수많은 사랑의 기적을 남겼다네. 51일 낯에 아내는 기나긴 고통의 숨을 거두고 편안한 휴식에 잠들었어. “연두빛 어린 새싹과 귀여운 토끼새들의 아침인사와 함께해서 좋아요”(아내의 묘비문. 작년 봄 서리풀 공원을 함께 산책 중 한 말)]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통스러운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그 중 두 번째가 중년상처라는 것이다. 또 다른 얘기로 중년이후에 꼭 필요한 것의 하나는 부인이었다. 그것은 마누라라고도 하고 아내라고도 한다. 그런데 친구는 그 귀중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이었다. 자녀들도 어느 정도는 성장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 때인데 덜컥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으니 그 아픔이 오직하랴 싶다. 한 때 소식을 듣기로는 자식들을 다 키워 놓았으니 손 놓았던 일도 했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말이다. 통상 5년이 지나면 다 치유가 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참으로 깨끗하고 지극정성으로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다간 것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아내에 대한 사랑도 무척이나 애틋했던 듯하다. 서리풀공원에서 부부가 정답게 산책하던 모습을 보고 인사를 나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황망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내가 몇 해 전 모임에서 손가락을 다쳤을 때에도 물심양면으로 편의를 봐주었던 친구였다.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조직과 모임에 헌신하는 이였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것이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옛말에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천명을 타고나게 된다는 것이다. 항상 사연 없는 무덤이 없고 억울하지 않는 죽음이 어디 없겠냐마는 그래도 이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천지불인이라는 것이 있다. 착한사람이라고 해서 좋은 일만 생기고 악한 사람이라고 해서 나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코 원하는 바대로 뜻하는 바대로 세상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리라. 천지불인이란 만물이 생성화육(生成化育)함에 있어 어진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행할 뿐인 것이다. 자연이 그렇게 인자한 것만은 아니다. 비도 내리고 홍수도 주고 그렇게 인간에게 유익하게만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세월호 때문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는 또 한 번 마음을 쓸어내리는 통한의 슬픔을 겪게 되었다. 친구가 아내를 잃은 아픔을 잘 이겨내고 새롭게 힘찬 생활을 해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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