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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베니스의 상인

by 자한형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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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엊그제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제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베니스로 가요. 참 멋진 여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베니스의 상인이 불현듯 떠올랐다. 왜 그렇게 유럽 사람들은 유태인을 싫어했을까. 아마도 유태인들의 선민의식 때문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스페인에서는 16세기에 유태인을 추방했다. 그리고 포르투갈도 추방했단다. 그러자 유태인들은 네덜란드로 갔다. 스페인은 몰락하고 네덜란드가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유태인들을 박해했다. 카토라고 하는 일정한 구역 안에서만 생활하도록 되었다. 그리고 일정한 직업에는 종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법적인 고리대금업 등에 종사했다. 베네치아에도 카토가 있었다. 그 카토는 운하로 둘러싸여져 있었고 두 개의 다리만 있었다. 밤늦은 시간에는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고 나오려면 붉은 모자를 써야했다. 유태인이란 표식을 하고 돌아다녀야 했다. 참으로 굴욕적인 삶이었고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현재 노벨상의 20% 이상을 유태인이 수상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었다. 히틀러는 4백만의 유태인을 학살했다. 유태인들은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들을 지켜갔고 탁월한 능력들을 발휘해서 세계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정보력을 가지고 있고 자기들만의 정보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초 이스라엘과 중동전쟁이 터졌을 때 그것을 가장 빨리 알아차린 사람들이 유태인이었다. 전쟁이 발발한지 24시간 내 전세계 유태인이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정보를 알게 된 이들이 중국의 화교들이었다. 다음으로 정보력이 빨랐던 이들은 사카이 상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일본이었다.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지 않은가. 언제든지 조국을 위해 전쟁터로 달려가기 위해 채소나 금 장사 등 현금화를 빨리할 수 있는 상품을 취급하는 것인 유태인이란 상인의 특징이라고 했다.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은 참으로 굴욕적인 모욕을 당한다. 안토니오가 지나가면서 침을 뱉으며 지나간 것이다. 그에게는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다. 안토니오는 배를 몇 척 가지고 있고 무역을 해서 부를 축적해 가는 상인이었다. 그런 그에게는 바사나오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바사니오는 종자를 데리고 안토니오를 찾아온다. 벨몬트에 사는 포샤라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서는 지참금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것을 안토니오에게 부탁하게 된다. 안토니오는 결국 샤일록을 찾아가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린다. 그리고 그것에는 만약 기한내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심장에 가까운 부위의 살 1파운드를 떼어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돈을 빌린 바사니오는 감사의 의미로 샤일록 등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샤일록의 종자는 악독한 샤일록을 떠나 바사니오의 종자가 되기로 한다. 바사니오는 포샤에게 간다. 포샤는 청혼자들에게 시험을 한다. 금 은 납이 든 세 개의 상자를 놓고 그것을 하나 선택하게 하는 문제를 낸다. 제대로 선택을 하게 되면 그 속에는 포샤의 초상이 그려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숱한 사람들이 시도를 하지만 아무도 해법을 찾지 못한다. 결국 바사니오는 납을 선택해 포샤와 결혼이 성사된다. 포샤는 징표로 반지를 준다. 결코 언제 어디에서든 그것을 빼서는 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서약을 한다. 좋은 아내를 얻게 된 바사니오는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한다고 해서 돈을 가지고 안토니오에게 간다. 그런데 약속된 변제기한이 경과되어 버렸다. 기한을 넘겨버린 변제는 의미가 없어지고 채무불이행의 조건에 의해 살 1파운드를 잘라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을 맞는다. 과연 안토니오는 죽음을 맞을 것인가, 바사니오는 제안한다. 기한은 늦었지만 빌린 돈의 2배든 3배든 원하는 대로 갚겠다. 그러니 채무불이행에 따른 벌칙부과는 제외시켜달라고 한다. 그러나 샤일록은 막무가내이다. 곧이곧대로 하겠다는 얘기였다. 재판관은 난감해한다. 그러면서 이 재판을 주관할 새로운 재판관을 소개한다. 그녀는 현명하고 똑똑한 포샤가 남장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계약이 성사된 대로 채무불이행이 있었으므로 그대로 살 1파운드를 잘라내라고 재판한다. 안토니오는 상의를 벗고 심장부근의 살 1파운드를 잘라내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의자에 앉아 재갈을 물린 채 운명의 신에 몸을 맡긴다. 그러자 포샤가 엄명한다. 1파운드를 떼어내라. 그 무게는 1파운드에 조금이라도 부족해서도 안 되고 조금 더 잘라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또한 조건이 있다. 살은 잘라내도 되지만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 여기 차용증에 적시된 바로는 피를 흘리게 한다는 내용은 한마디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한다. 서슬이 퍼런 샤일록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달리 시도할 대응책을 강구하질 못한다. 그러자 재판관은 그렇게 명한다. 베니스의 시민을 살해하려했던 의도가 명확하므로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얘기하는 바는 기독교로의 개종을 명한다. 그리고 그의 재산을 전부 몰수 하겠다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은 샤일록은 혼절하고 만다. 그런 와중에 안토니오가 제안을 한다. 그 몰수된 재산을 자신이 관리하고 샤일록이 죽은 후에는 그의 딸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참으로 유쾌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극작품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 샤일록이라는 이가 바로 셰익스피어 자신이라고도 한다. 흉년에 곡물을 사재기해서 큰돈을 버는 등 상인으로서의 수완을 발휘한 적이 있었던 그를 전형으로 하고 모델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카일 라일이라는 이가 위대한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는 인도라는 거대한 식민지 제국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보배로운 존재라고 얘기를 했다는 설도 있다. 국문학자 양주동 선생이라는 분도 자신을 국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는데 과연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인물이나 위인을 가졌을까. 요즘은 영웅이 없는 시대라고도 한다. 이순신, 세종대왕. 안중근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국민의 신망을 받는 이가 별로 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그러나 정약용 선생이나 또는 수많은 독립운동가 등에서도 위인을 찾아볼 수는 있으리라 싶다. 베니스의 상인을 숙고하면서 깊은 상념에 젖는 가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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