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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수필, 여행기, 편지글, 일기 등)

검단산 산행기

by 자한형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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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산행기

 

지난 목요일이었다. 화창한 봄날씨였다. 작심을 하고 하남의 산 검단산에 오르기로 했다. 며칠간 만보를 걸었던 것을 기화로 산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았다. 컵라면 등 요깃거리를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집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 10번을 타고 종점까지 이동했다. 1050분 경에 검단산입구에 도착했다. 거리는 한산했고 드문드문 화려한 옷차림의 등산객이 눈에 띄었다.. 우여곡절 끝에 등산로를 찾아 진입했다. 평범한 오르막길 비포장로가 나왔다. 두 갈래길이 있었다. 유길준 묘소로 가는 길과 현충탑 방향이었다. 일단 앞장서 가는 등산객을 쫓아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만의 등산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등산한 기억이 아스라이 멀게 느껴졌다. 유길준묘소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여자분 등산객은 맨몸으로 앞서갔는데 유길준 묘소까지만 등반을 하고 되돌아갔다. 묘소에는 묘소를 정비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세사람의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포클레인까지 동원이 되었다. 묘소를 지나 내려오는 분에게 물었다. “얼마나 가야 합니까?” 그랬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라는 답이었다. 나중에 정상에 오르고 보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차적으로 어느만큼 올랐다고 느꼈을 때 잠시 쉬면서 인증샷을 남겼다. 그리고 1분간의 세로영상을 촬영했다. 갑자기 시꺼먼 물체가 순식간에 산등성이 아래로 지나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중간크기쯤의 멧돼지였다. 갑자시 소름이 돋았다. 어느만큼 산길을 오르다 보니 양옆으로 나무 기둥과 밧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간신히 줄을 잡고 발걸음을 한발한발 옮겼다. 울창한 숲은 정적에 휩쌓였고 간간히 새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중간 기착지 같아 보이는 곳이었다. 정자가 있었다. 탁트인 전망이었고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정자옆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거의 정상에 버금가는 높이였다. 그런데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1km남짓이었다. 이곳에서 다시 내려갔다가 오르기를 반복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길옆으로는 진달래가 한창 멋진 자태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안내판에 소요시간과 거의 맞아떨어지게 두 시간이 족히 걸렸다. 이마에는 땀빵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정상에는 상인이 텐트를 쳐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막걸리, 컵라면, 아이스크림 등을 팔고 있었다. 막걸리의 안주로는 멸치를 몇 마리 제공했다. 정상에서는 팔당대교쪽을 바라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고 망원경도 설치되었고 안내사진도 전경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하남시쪽으로 내려다 보였다. 열심히 인증샷과 쇼컷 동영상 촬영을 마치고 바로 하산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산코스는 세 군데였다. 윗배알미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고 둘째는 곱돌약수터 현충탑 코스가 있다. 마지막은 유길준 묘소 쪽의 왔던 길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나는 둘째 코스를 택했다. 등산로 곳곳에는 항상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고 미끄럼 주의라는 경고문도 있었다. 하산코스는 무척이나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했다. 657미터의 검단산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관악산은 629미터 이니 비슷한 높이로 보면 될 듯했다. 내리막 길도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급경사로 내려갈 수 있는 길도 있었고 먼 거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거의 가파른 경사길을 20분쯤 내려오고 나니 드넓은 개활지가 있었다. 의자가 몇군데 설치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을만했다. 주변에는 소나무 재선충처치를 한 상태의 모습이 여러 군데 보였다. 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수건으로 덮어놓고 시간을 기다렸다. 5분쯤 시간이 지난 후 맛있게 식사를 했다. 땀을 흘린 후의 식사여서 꿀맛 그 자체라 할 만큼 달고 맛이 좋았다. 이런 장면에 관해서도 동영상과 인증샷을 남겼다. 그리고 양말을 갈아신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검단산에서 내려가는 길도 워낙 먼 거리여서 간단치 않았다. 대부분의 길이 돌길이어서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길옆으로는 시냇물이 졸졸졸 흘렀다. 곱돌약수터에서 약수물을 물통에 받았다. 중간 휴식처 한 곳에서는 하남의 상징 유니콘타워를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기도 했다. 양옆의 숲속에는 벚꽃, 진달래, 야생화 등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거의 막바지쯤에 만날 수 있는 곳은 소나무 숲과 야영장이었다. 야외 캠핑을 즐기시는 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큰길 도로가로 나와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니 몸은 천근만근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진땀을 흘리며 간신히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젠 산행자체도 힘들어질 때가 올지 모를 일이다.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고 고생스러웠지만 검단산 산행이라는 것을 성취하고 해냈다는 것에서 감회가 새로웠다. 젊은 시절 산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이제는 그런 일상이 특별한 일이 된 셈이다. 보람된 하루였고 새로운 삶의 활기를 불어넣으리라. 이 화창한 봄날에 모든 이들이 가까운 근교의 산행을 통해 삶에 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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