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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6권 수필집)

아내의 생일

by 자한형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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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

 

 

 

지난 금요일이었다. 아내의 생일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큰아들이 결혼을 하고보니 그렇게 가족단위로 모여 식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들도 주말에 이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이삿짐을 꾸리던 중에 시간을 할애한 상태여서 마음이 급했다. 오전에는 하루 종일 집안 정리를 했다. 1인용 침대하나와 책상을 버리려다 보니 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발부받으러 가야했다. 작은 아들과 집사람이 정리를 하는 동안 내가 그 일로 집을 나섰다. 다행히 평일의 일과시간이라 동사무소에서도 일을 보는 중이었다. 동사무소에 직접 가서 알아보니 이제는 그것도 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발부하는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을 주었는지 처리업체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곳으로 전화를 하니 접수를 받아주었고 내일아침 9시에서 12시 사이에 처리를 하러 오겠다는 답변이었다. 다음으로 처리했던 것은 생일케이크를 찾아오는 것이었다. 배스킨라벤스라는 아이스크림 체인점에 가서 카톡으로 온 선물을 보여주고 케이크를 받아오면 되는 일이었다. 집근처의 상점에 도착했더니 공교롭게도 영업시간 전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영업시작 시간이 되자 종업원이 나타나 상점의 문이 열렸다. 케이크를 찾아서 귀가했다. 연말연시에 주말이 코앞이고 곧 크리스마스이브 등 행사가 많은 날들이라 교통 혼잡이 우려되었다. 그래서 일찍 집을 나섰다. 하필 아들이 차를 집에 두고 간 상태였기에 집사람과 내가 각자 차를 몰고 가는 형국이었다. 작은 아들은 엄마차에 올랐다. 집을 나서서 동네를 지날 때까지는 괜찮은 차량의 흐름이었는데 88로 접어들자마자 차량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한참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정체가 풀려 원활한 차량의 흐름으로 회복이 되었다. 행주대교를 지나 행주산성으로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약은 8시에서 830분 사이에 가는 것으로 했다. 인원은 다섯 명이었다. 아들은 아침에 집에서 출근을 했었던 상황이었다. 행주대교 끝자락에서 우회전을 해야 했는데 앞에 가던 집사람이 엉뚱한 길로 가고야 말았다. 결국은 10여분이 지체되었다. 일미정이라는 곳은 행주산성에서는 꽤나 유명한 맛집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었다. 고색창연한 한식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SBS생활의 달인’, ‘장어 최강달인 심규일이라는 표식이 걸려있었다. 일본 총리대신의 친필 액자도 걸려 있었다. 미리 약속되었던 830분쯤 시간이 되었을 때 아들내외가 나타났다. 며느리가 집사람에게 꽃다발을 먼저 건넸다. 다음은 식사를 할 차례였다. 소금구이 3인분 양념구이 2인분을 시켰다. 먼저 소금구이가 나왔고 곧이어 양념구이가 나왔다.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이제 결혼한 지 4개월 남짓 되었으니 아직도 신혼이나 다름없었다.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고 달콤한 신혼재미에 빠져 있었다.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건으로 인해 각 병원마다 전염병 등 위생관리에 비상이 걸린 듯 여겨졌다. 아들은 다음 주 화요일쯤 휴가를 내어 밀린 일들을 마무리하고 처리할 것으로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생일케이크를 놓고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다섯 명이 한 가족이 되어 처음 치르는 아내의 생일이었다. 아들은 선물과 봉투를 준비했다. 집사람은 입이 귀에 걸렸다. 무척이나 감개무량해 했고 기분좋아했다. 케이크를 한 조각씩 맛보고 그곳을 나왔다. 귀갓길은 한산했기에 금방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10시가 다 된 시각에 친정아버지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다. 어떻게 둘째딸의 생일을 잊을 수 있느냐는 힐난 섞인 투정을 쏟아냈다. 돌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장인어른이 급히 사과를 하고 바쁘다보니 깜빡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집사람도 조금 후에는 화가 풀렸는지 쾌활한 기분을 회복하고 있었다. 부모님에게는 항상 효녀로 소문이 난 딸이었다. 아내의 56회 생일이 마무리되었다. 아내는 올해 9월에 26개월의 K고 교감직을 마치고 서울시 교육청 본청 장학관으로 전출되었다. 상반기에는 공모교장에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7년여의 장학사 생활을 했던 본청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위치에서 업무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어느 만큼은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기도 하지만 오랫동안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언제나 그러했듯이 맡은 바 직무를 잘 처리해 나가리라 믿는다. 충분히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속에서 비록 업무가 힘들고 어려운 점은 있겠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제는 체력적으로도 많이 부족해지고 이제는 예전처럼 그렇게 업무를 하다가는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충분히 자신의 호흡을 조절해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내의 교직생활도 이제는 32년차가 되었다. 이제는 남은 기간도 7년 정도였다. 언제 어디에서나 인정받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서 모든 사람들이 멘토로 삼고 싶어할 정도였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들도 이제 한 명은 결혼을 시켰으니 작은 아들만 결혼을 시키면 될 것이다. 아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날에 꽃길만 걷게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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