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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6권 수필집)

장뚱어 잡는 아내

by 자한형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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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뚱어 잡는 아내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화창했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이런 날씨에는 장뚱어를 잡기에 제격이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말도 하지 않고 갯벌로 나갔다. 갯벌을 휘저으며 장뚱어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잡았다라고 소리치며 신나게 장뚱어를 잡는다. 남편에게 맛난 장뚱어요리를 해줄 마음에 흐뭇해진다. 한편 집에서는 아무소리도 없이 장뚱어잡이를 나간 줄 모르는 남편이 이리저리 아내를 찾아다닌다. 이웃집에 가서 진숙엄니 어디 갔는 줄 아시오라고 묻고 다닌다. 결국 마을회관의 경로당까지 찾아가 봤지만 허탕이었다. 마을회관에서 나와 먼 곳의 갯벌을 쳐다보니 아내가 일을 마치고 막 휴식을 취하는 참이다. 아무리 말려도 장뚱어잡이를 그만두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한탄이 쏟아진다. “어떻게 붙들어 매어놓을 수도 없고 참으로 고약한 노릇이구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남편은 어느 날 말끔하게 차려입고 시내로 나간다. 그리고 핸드폰을 하나 사가지고 온다. 아내용 핸드폰이다. 예전에도 핸드폰을 사주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갯벌에 빠뜨리는 바람에 여태까지 핸드폰 하나 없이 살아온 t셈이었다. 핸드폰을 받아든 아내는 기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녀는 그것을 자랑할 곳이 없으니 애꿎은 개에게 자랑질이다. “방울아 나 핸드폰 샀다. 부럽지남편은 아내에게 신신당부한다. “잘 간수하고 언제든지 전화하면 잘 받으소.” “장뚱어 잡으러 가는 것은 허락할 테니 제발 허리 아프단 소리는 좀 하지 말고 건강 잘 챙기고 몸조리도 잘 하쇼.” 오늘도 날이 맑아 장뚱어를 잡기에는 적격인 날씨다. 아내는 핸드폰을 비닐봉지에 잘 싸서 다라이 속에 넣고 장뚱어 잡이를 나간다. 갯벌은 여전히 푹푹 빠지는 뻘이다. 장뚱어를 한 바게쓰 잡아서 들어오는 길에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얼떨결에 비닐봉지는 바람에 날려버렸다. 결국 핸드폰을 다라이에 넣고 오던 중에 그것을 뻘에 빠뜨려버리고 말았다.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고 갯벌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겨우 그것을 찾았다. 하지만 한번 뻘에 빠진 핸드폰은 이미 작동이 멈췄다. 남편에게는 밧데리가 나갔다고 거짓부렁을 하고는 몰래 뒷간에 숨겨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하필 그날은 장날이었다. 남편이 이웃집에 마실을 간 틈에 장에 다녀온다고 하고는 냉큼 집을 나섰다. 핸드폰을 들고 핸드폰 대리점에 들렀다. 고치는 값이 새로 사는 값보다 더하다고 하니 새로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런데 새로 사고 보니 번호가 바꿔져 버렸다. 남편은 꿈에도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또 다시 옛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런데 이번호는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오니 환장할 노릇이다. 남편은 어깨가 아프고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 70을 훌쩍 넘긴 고령이니 이곳 저곳 탈이 날 수밖에 없다. 4남매를 다 출가시키고 이제는 두 노부부가 알콩달콩 살면 되는데 이렇듯 애를 끓이며 사는 것이다. 남편은 출타해서 아픈 어깨를 치료받고 오는 길에 사골을 사갖고 온다.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끓여놓는다. 방의 불을 지피고 하는 것은 남편의 몫이다. 항상 장뚱어를 잡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아내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밤이면 허리가 아프다고 파스를 부쳐주는 것이 다반사이다. 장에 다녀온 아내에게 핸드폰에 관한 속사정을 다그친다. 그러자 아내는 핸드폰에 관한 사정을 실토한다. 남편은 토라져 밥도 먹지 않고 집을 나가고야 만다. 정성들여 만들어놓은 식사를 하지 않고 나가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속이 상한다. 아내는 속이 상한 남편에게 얘기한다. “ 화 많이 났소.” 이번에는 갯벌로 나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굴을 따온다. 그리고 그것으로 푹 삶아서 가마솥에 안쳐두고는 모른 채 한다. 일을 나갔다온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속을 풀기위해 마련해 놓은 굴을 맛있게 먹으면서 화를 삭인다. 다음날 남편은 또다시 아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매달아 놓을 수 있는 목걸이처럼 생긴 줄을 사온다. 그리고 그것을 아내에게 건네고 다시는 핸드폰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남편은 글을 모르는 아내를 위해 본격적으로 선생노릇을 하기로 한다. 달력을 찢어 그것에 글자를 써놓고 그것을 따라 쓰도록 공부를 가르쳐 주기로 한다. 100개의 단어를 적어놓고 일주일 후에 시험을 보기로 한다. 공부에 매달린 아내는 밤늦도록 그것에 몰입한다. 이제는 글자도 알게 되고 문자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자는 이웃집 아낙에게 가서 문자 보내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를 받아본 남편은 아내의 정성에 감복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에 젖는다. 드디어 일주일이 지나고 시험을 보는 날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한 아내는 시험에서 성적이 잘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남편은 아내의 답안지를 고쳐서 원하는 만큼의 동그라미를 쳐준다. 선물은 아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이다. 아내는 마음껏 장뚱어를 잡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소원이다. 남편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장뚱어를 잡으러 나간다. 소박한 아내의 일상과 남편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우리 모두 서로의 감정에 익숙하지 못하고 남편과 아내의 삶으로 수십 년을 산 부부임에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줄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또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임을 다 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사는 이들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내용으로 얼마 전 방송된 사노라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서로를 위해서 마음 쓰고 아픔을 보듬고 챙겨가면서 위해가는 삶속에서 정을 쌓아가는 것이 세상사를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편은 김옥봉(78)씨였고 아내는 이홍엽(71)였다. 남편을 위해 장뚱어를 잡는 모습에서 애틋한 부부애를 엿볼 수 있었다. 배필은 하늘에서 정해준다고 했었다. 서로를 믿고 정분을 쌓아가는 모습에서 오늘날 삶을 살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큰 귀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부부로의 연을 맺기 위해서 엄청난 업이 관련되어져야 한다고 했었다. 제대로 된 인연을 천생연분이라고 하지 않던가. 백년해로하는 이들의 진정한 부부애를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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