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
내가 파블로 네루다를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책을 통해서였다. 일본소설 빙점의 나그네라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파블로란 네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다. 파블로 피카소, 파블로 카잘스,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로페스이다. 피카소는 스페인 출신의 유명한 화가이고 카잘스는 첼리스트였다. 피카소는 입체파를 대표하는 화가였고 게르니카를 통해 스페인의 전쟁의 참상을 인류에게 호소한 20세기 최고의 화가였다. 파블로 로페스는 칠레의 화가였다. 카잘스는 세계최고의 첼리스트였고 90세에 이르기까지 매일아침 3시간씩 첼로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유지 발전시켰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느껴졌었다. 네루다는 칠레의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였다. 그에 관한 얘기가 영화로 나와 있었다는 것을 열정농담이라는 것에서 발견하고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영화를 보았다. 마리오 역을 맡은 배우 마시모 트레이시는 영화촬영이 끝난 후 영면했다는 후문이었다. 네루다역을 맡은 분은 영화천국에서 열연하였던 배우 필립 느와레였다. 세계적인 시인과 보통의 일상적인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의 삶이 대비되면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일포스티노는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영화다. 원작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였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망명 온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만나는 시골의 우편배달부(포스티노)에 관한 얘기가 펼쳐진다. 어느 날 칠레의 국민적인 시인이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 와서 살게 된다. 이 마을에 사는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일을 구하게 된다. 광고에 붙어져 있는 것은 우편배달부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조건이 있는데 그것을 필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자전거라는 것이다. 우체국에 면접을 통해 마리오는 우편배달부로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해야 하는 일은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네루다는 유유자적하게 생활하면서 마리오와 친해져간다. 우편물을 배달하면 꼭 팁을 챙겨서 주었다. 시인은 시에 관해 설명해주고 은유를 이해시킨다. 메타포(은유)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마리오는 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시인의 시집을 열심히 탐독한다. 시인은 자신의 음성을 녹음에 고국에 보내면서 마리오에게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라고 독촉한다. 그러자 그는 베아트리체 루쏘라고만 답변하고 섬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지 못한다. 훗날 그는 이를 위해 각종 섬의 소리를 담아 그에게 보낸다. 어느 날 술집에 들른 마리오는 술집여주인의 조카인 베아트리체 루쏘라는 처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시인에게 실토한다. “나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열병에 휩싸였습니다.” 마리오는 시인에게 베아트리체를 위한 시를 한편 써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시인은 그와 함께 주점을 방문한다. 베아트리체의 숙모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조카를 넘보는 마리오가 탐탁치 않다. 그래서 네루다를 찾아간다. 그리고 결코 마리오가 베아트리체를 찾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다. 한 달 여동인 마리오는 지극정성으로 베아트리체를 사모하고 유혹한다.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만나본다.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신부는 공산주의자인 시인이 혼인의 증인으로 나서는 부분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여차저차해서 둘의 결혼식은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시인은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것은 칠레로 돌아와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시인은 여장을 꾸리고 칠레로 되돌아간다. 시인은 마리오와 작별을 고한다. 시인은 마리오에게 선물을 주고 마리오는 편지를 해달라고 한다. 마리오는 아들을 낳기 얼마 전에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시위진압과정에서 압사를 당하고 만다. 시인이 떠나자 우편배달부의 일을 그만두게 된 마리오는 주점의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한다. 마을에 전기를 놓기 위해 의원에 출마한 이가 전기공사를 위해 인부 20명을 데리고 와서 숙식을 하며 주점을 활기차게 만든다. 하지만 얼마 후 기약도 없이 공사를 중단하는 바람에 주점을 애를 먹게 된다. 칠레에서 편지가 와서 시인의 물품들을 칠레로 보내달라는 시인의 비서의 편지였다. 그는 정성을 다해 녹음기에 섬의 아름다움을 담는다.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과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파도소리, 절벽에 부는 바람소리, 아기의 심장박동소리, 밤하늘에 총총하게 빛나는 별 등도 담는다. 시인은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하고 프랑스를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던 차에 시인은 어느 날 주점을 찾는다. 그리고 마리오의 얘기를 베아트리체 루소로부터 듣는다. 그리고 회상에 잠긴다. 시인은 이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는 노벨상 수상연설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입성하리라.” 라는 랭보의 말을 인용했다. 저는 지리적으로 철저히 격리된 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한 지방출신입니다. 가장 버림받은 시인이었고, 저의 시는 지방적이고 고통스럽고 비를 머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코 희망을 잃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도달했습니다. 시와 깃발을 가지고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 하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분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임종의 시를 감상해보자.
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