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지난 겨울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을 관광하던 때에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책으로도 일반 시중에 나와 있었다. 특이한 부분은 책이 한 권이 아니라 두 권이라는 부분이었다. 한 권은 로쏘판이라 했고 또 한 권은 블루판이었다. 로쏘판은 여자의 관점 즉 아오이의 시선으로 쓴 것이고 블루판은 남자 아가타 쥰세이의 시각으로 쓰여진 것인데 작가가 각각이었다. 로쏘판은 에쿠니 가오리(여.1964~ 무라사키 시키부문학상 수상<반짝반짝 빛나는><도쿄타워><즐겁게 살자, 고민하지말고>)란 작가가 썼고 블루판은 츠지 히토나리(1959~ 아쿠타가와상 수상, )란 작가가 썼다. 로쏘란 이탈리아어로 빨강을 얘기한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아가타 쥰세이(아케노우치 유타카)와 아오이(진혜림<중국,홍콩>)이다. 조연은 아오이의 남친으로 나오는 마빈(왕민덕)과 쥰세이의 새 여자친구 메이(시노하라 료코)라는 이다. 아오이는 이탈리아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쥰세이를 만나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19살이었던 때에 만나 사랑을 키웠다. 교정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한쪽에서는 첼로를 연주하는 이가 있었다. 꼭 같은 곳을 계속해서 틀리면서 연주를 반복했는데 그럴 때마두 두연인은 웃음을 웃었다. 10년후쯤인 30세 생일날에 두오모 성당 전망대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곳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이었다. 그세월 10년사이에 엄청 많은 변화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오이는 밀라노의 보석상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쥰세이는 대학을 마치고 피렌체에서 유화복원사 과정을 수련으로 받고 있었다. 한 공방에서 수련받으면서 공부를 하던 시기였다. 스승 조반니의 추천 속에 모두의 관심과 부러움 속에 치골리의 작품을 복원하는 일을 맡아 그것에 몰입한다. 그는 친구를 토해 아오이가 밀라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밀라노에 간다. 그녀는 이미 새로운 남자친구와 깊은 관계에 빠져 있었다. 그는 냉정하게 변해버린 그녀를 통해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피렌체로 돌아온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다. 그가 밀라노에 간 사이에 그가 작업하던 치골리의 작품이 칼로 난도질 된 사건이 생긴 것이다. 그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건을 추궁하고 수색했지만 범인 밝혀지지 않고 공방만 폐쇄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젠 자신이 있어야 할 근거지가 없어진 것이다.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결국 쥰세이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오이가 왜 자신을 떠나 갔는지 알게된다. 그녀는 그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로 인해 상속재산에 다툼을 우려한 쥰세이 형님에 의해 임신중절을 하게 되었던 것이고 이로 인해 그녀는 결별했던 사연이 있었다. 쥰세이는 형님에게 왜 그렇게 무도하게 아이를 지웠냐고 반발하고 항변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그녀에서 편지로 이러한 사정을 알리고 사죄한다. 두 연인이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때는 과거였다. 이젠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고 더 이상 깊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서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둘은 그 예전시절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맺어지지 못한 아픔을 달래는 것이다. 편지를 읽고 난 뒤 비오는 날에 아오이는 전화를 한다. 동경에 있는 아가타에게 어렵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그녀는 솟구쳐오르는 벅찬 심정을 주체하지 못한채 한마디도 말을 건네지 못한다. 쥰세이도 아오이인 줄 직감적으로 느끼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쥰세이의 스승이었던 조반니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는 장례식 참석을 위해 피렌체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의 친구로부터 조반니가 치골리의 작품을 난도질한 범인이었음을 듣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는 한편으로 쥰세이를 사모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마빈은 더할나위없이 아오이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아오이의 마음속에는 쥰세이가 자리하고 있음을 안다. 두사람은 한동안 냉각기를 갖기위해 떨어져 있기도 하고 별거도 해보지만 둘이 하나의 마음으로 합쳐지 기가 쉽지 않다. 마빈은 일자리를 쫓아 LA로 가고 비행기 티켓을 아오이에게 건넨다. 과연 그녀가 비행기를 타러 올 것인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결국 아오이는 고민하던 끝에 LA행 비행기에 오른다. 얼마 후 약속했던 10년후 아오이의 생일이 돌아오고 쥰세이는 두오모 성당 전망대에 오른다. 그녀는 마빈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인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간다. 더 이상 말리지 말라. 하늘이 두쪽나더라도 실행할 수밖에 없으니 양해해 달라. 그는 설마 그녀가 나오리라 상상할 수 없었다고 실토하고 다음의 스케줄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는 그를 끌고 한적한 공원에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는 10년전 첫키스를 할 때 들었던 음악이 흐르고 그때 그 연습생이었던 첼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두 사람은 꿈같은 2박 3일간의 시간을 보내고 작별을 고한다. 아오이가 남긴 말은 ‘사요나라’ 였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오이를 보내고 그는 우연히 공원에 갔다가 공연 티켓을 본다. 그리고 그 공연이 피렌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밀라노에서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첼리스트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그 곡을 연주하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그러자 그는 밀라노에서 아오이에게서 신청을 받았고 부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아오이는 모든 것을 계획했고 그가 오리라는 것도 믿고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부랴부챠 채비를 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피렌체 역으로 달려간다. 밀라노행 열차에서 내려 그녀가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그와 극적인 재회를 한다. 로쏘판은 에쿠니 가오리가 아오이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마빈과 아오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되었다. 다카시란 친구와 세사람이 절친이었다. 다카시는 밀라노에서 같이 학창시절을 보냈고 일본에서의 유학도 같이 했던 친구였다. 마빈과 같이 만나기도 하는 등 사연이 많았다. 안젤라란 마빈의 누나와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쥰세이와 이별하게 된 사유로 영화에서는 쥰세이의 아이를 낙태시킨 것으로 형님이 종용했던 식으로 묘사가 되었는데 로쏘판에서는 계류유산으로 나왔다. 어린시절 아오이는 밀라노에서 보냈고 쥰세이는 뉴욕에서 보냈다. 그리고 중간에 만남도 없었고 편지만 보냈고 전화만 일본으로 했었는데 자동응답기의 대답만 들었다. 두오모에서의 만남에서 3일간의 만남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마빈이 5월말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같이 가자고 제의를 해 두었다. 그녀는 최종 선택을 어떻게 할지 하는 부분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냉정과 열정사이란 것에서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은 그랬다.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은 끝없이 지속되어야 하고 가슴속에 간직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가슴속 깊이 간직된 관계가 진정한 관계인 것인가. 열정이 다 식어버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약속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지속가능하고 영속할 수 있는 관계가 과연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부분인가. 서로를 갈구하고 애타하는 부분에서 가득한 그리움이 그런 것일까. 냉정함 속에서 제대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가. 이룰수 없는 사랑이란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의 완성일 수 있을까. 사랑에 관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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