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인륜지대사
천고마비의 계절이자 결실의 계절이다. 결혼식도 많은 계절이다. 10월 말 토요일이었다. 결혼식이 두 군데 있었다. 오늘날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이 되었다. 또한 다양한 양식의 삶의 형식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쨌든 그래도 결혼은 가장 중요한 인생에서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첫 번째는 임 부장의 자녀혼이었다. 임부장은 군대동기생으로 702 특공연대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였다. 기아자동차에 입사해서 근무하다 퇴직을 했었고 이후 ING생명으로 이직해서 근무하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었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 있는 예식장이었다. 이선배, 이교장, 양부장, 보완이를 만났다. 대부분이 702 특공연대 시절 함께 했던 선후배들이었다. 동기생들도 20여 명이 왔다. 이른 시간에 가서 식사를 하고 작별을 고했다. 다음에 자리를 한번 하기로 했다. 이선배는 목동에서 한의원을 내고 있었다. 30여년이상 한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으니 대단한 한의사였다. 이선배는 취미로 암벽등반을 한단다. 목, 허리 등에 부상을 입은 후로는 산에 가는 취미로 바뀌었다. 옳은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자녀들을 다 결혼시켰다. 5년전쯤에 딸을 결혼시켰다. 부부만 사는 형국이었다. 형수가 플루트를 해서 주말마다 그것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보완이는 10년에 퇴직을 했고 지금 쉬고 있고 인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교장은 1차교장을 마치고 교육청에서 장학관으로 근무 중이라 했다. 내년에 2차 교장을 나갈 요량이었다. 아들은 30세인데 장가갈 생각을 않고 있어 골머리를 앓았다. 차를 끌고 전주에서 상경했다. 압구정역에서 전철로 신림역까지 갔다. 그리고 5번출구에서 예식장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예식 30분전쯤에 도착이 되었다. 고문내외가 먼저 와 있었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었다. 성혼선언문 낭독은 신랑 아버지께서 했고 신랑 신부에 대한 덕담은 신부 아버지께서 했다. 축가도 두곡이나 있었다. 민경네와 학균네가 오지 못했다. 학균네는 목감 근처에서 6중 추돌이 있었다. 사고처리로 참석이 어려웠다. 피로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신림동으로 향했다. 영재네는 민지와 같이 왔다. 무척이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지가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의 사진도 보여주었다. 동갑이라고 했다. 다음은 내년 2월에 용성네의 차례였다. 그리고 5월에 영근이가 예정되었다. 신랑 부친의 흰 콧수염이 화제였다. 2층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한잔 하면서 뒤풀이를 했다. 정식 신녹사 회합자리이기도 했다. 수미네 재민네 등은 먼저 가버렸다. 혼주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신랑신부가 양가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지 않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평이 있었다. 신호집은 미림여고 부근의 빌라 4층이라고 했다. 신혼여행은 12월 경에 따라 일정을 잡아가는 것으로 되었다.
유교에서는 결혼을 인륜지대사로 여겨 무척이나 중요한 통관의례로 생각했다. 인생을 관통하는 의례에 4가지 관혼상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혼인이었다. 제대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 선택에도 배우자의 선택이 있다. 물론 직업의 선택이나, 인생관의 선택도 배우자 선택만큼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아무튼 한사람의 생애를 결정지우는 것이 인륜지대사로서의 결혼일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믿음, 사랑, 소망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다. 덧붙여 불교에서 얘기하는 7가지 아내에 대한 얘기를 부처님이 얘기했다. 세상에는 7종류의 아내가 있다. 살인자 같은 아내, 도둑 같은 아내, 여주인 같은 아내, 어머니 같은 아내, 여동생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 하녀 같은 아내가 그것이다. 첫 번째는 자비가 없고 마음은 타락하고, 다른 사람은 열망하면서 남편은 멸시하며, 자신을 사온 남편을 죽이려는 아내, 이런 아내를 살인자 같은 아내라고 한다. 두 번째는 기술이나, 장사, 농장 일을 통해 남편이 벌어들인 재산을, 자신을 위해 조금씩 훔쳐내는 아내, 이런 아내를 도둑 같은 아내라고 한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나태하게 굴면서 음식이나 잔뜩 먹고, 험담이나 하고 성질이 사납고, 말이 거칠고, 부지런한 남편을 구박하는 아내, 이런 아내를 여주인 같은 아내라고 한다. 네 번째는 마치 어머니가 외아들에게 하듯 남편을 돌보고, 항상 남편에게 친절하고 이익을 주며, 남편이 벌어들인 재산을 조심해서 지키고 감독하는 아내, 이런 아내를 어머니 같은 아내라고 한다. 다섯번째는 마치 여동생이 오빠를 대하는 것처럼, 남편을 지극한 공경심으로 대하며, 남편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는 아내, 이런 아내를 여동생 같은 아내라고 한다. 여섯번째 헤어졌던 친구가 다시 만나면 서로 환영하듯이, 남편 앞에서는 항상 즐거운 모습이며, 훌륭한 태생으로서 계행(戒行)을 지키고 헌신적인 아내, 이런 아내를 친구 같은 아내라고 한다. 일곱 번째는 누가 몽둥이로 때려도 두려워하거나 성내지 않으며, 잘 참아내고 마음은 고요하고 깨끗하며, 남편의 뜻을 순순히 잘 따르는 아내, 이런 아내를 하녀 같은 아내라고 한다. 살인자 같은 아내, 도둑 같은 아내, 여주인 같은 아내는 말이 사납고 계행(戒行)이 바르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며, 죽은 뒤에 나쁜 곳에 태어난다. 그러나 어머니 같은 아내, 여동생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 하녀 같은 아내는 계행(戒行)이 확고(確固)하고 오래도록 자신을 잘 다스려서 죽은 뒤에 좋은 곳에 태어난다. 불교에서 얘기하는 7가지 아내에 관한 내용이다. 부부의 연은 7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맺어질 수 있다. 가을날의 인륜지대사가 끊임없이 맺어지지만 과연 이렇게 어머니, 여동생, 친구, 하녀같은 아내가 얼마나 될까. 항상 모든 부부가 백년해로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결혼하는 두 부부가 제대로의 아내를 맞아 훌륭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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