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철도원은 아사다 지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영화이다. 호로마이의 실제 역은 홋가이도의 이쿠도라역이다. 동명의 영화가 이탈리아 피에르트로제레미 감독의 작품도 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탄광촌인 시골마을의 호로마이역은 종착역이다. 이곳에 철도원 사토오토마츠(타카구라 겐분)가 역장이다. 평생을 철도원으로 살아온 그에게 이젠 정년까지 근무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타카구라 겐은 우리의 국민배우 안성기와 비견되는 일본의 대표배우이다. 눈이 내리는 속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평생을 바친 직장생활에 대한 회한에 휩싸인다. 17년전 겨울 어느날 철로 선로위에서 철도를 점검하던 그에게 우유빛 고은 얼굴의 아내 시즈에(오타케 시노부분)가 기쁜 마음으로 달려온다. 결혼한 지 17년 만에 그토록 고대하던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그 소식을 전하며 얼싸안고 기뻐한다. 그렇게 해서 얼마 후 아내는 귀하디귀한 딸 유끼고(히로스에 류코분)를 낳는다. 그는 브로요로 나가 딸에게 줄 수제로 만든 인형을 사와 선물한다. 시즈에는 바느질로 조끼를 만들어 인형에게 입힌다. 그러나 얼마후 유끼고가 열병에 걸려 병원에 간다. 아이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중에도 철도원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했던 그는 결국 시신을 안고 돌아오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오열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아내도 병이 나서 시름시름 앓게 된다. 그리고 유명을 달리하게 되는 불운이 겹친다. 그는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고 철도원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하다보니 죄업을 쌓고 회한만 갖게 된다. 그의 직장동료 센(코바야시 넨지분)에게는 듬직한 아들 히데오(요시오카 히데타카)가 있다. 그는 아버지를 이어 철도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고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다. 젊은 시절 증기기관차를 몰던 기관사로 활약을 펼쳤고 디젤 기관차가 나왔을 때에도 기관사로 일했다. 고지식하게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었다. 센은 설을 맞아 홀로 지낼 친구를 위해 같이 하룻밤을 보낸다. 자신이 정년퇴직 후에 가게 되는 리조트에 같이 가자는 종용을 해보지만 사토는 묵묵부답이다.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 그리고 유끼꼬가 있는 이곳을 떠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센은 젊은 시절 한 가닥 했었다. 술집에서 사토와 술을 먹던 중에 탄광촌 사람들과 한바탕 시비가 붙는다. 약자를 돌보기 위해 불의를 참지 못했던 그는 떼로 덤벼드는 탄광촌의 광부 6명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약했던 술 취한 광부와 그의 아이를 집에 데려다 준다. 그 아이는 얼마 후 아버지가 갱도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고아가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토시(안도 마사노부)였다. 시즈에와 사토는 토시를 양자로 삼으려고도 했지만 병약한 시즈에로서는 감당할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선술집 아낙에게 토시를 맡긴다. 토시는 선술집 아낙의 양자로 입적되고 이탈리아로 요리를 배우기 위한 유학행을 떠난다. 사토와 시즈에는 그를 위해 와인을 꺼내고 건배를 하며 그의 장도를 축하한다. 얼마후 귀향한 토시는 식당을 개업하고 열심히 생업에 종사한다. 센은 술에 취해 잠들어 버린다. 한밤중에 조그만 여자아이가 인형을 들고 역사로 들어선다, 그리고 한참 놀다가 돌아가면서 그만 인형을 놔두고 간다, 사토는 일지에 분실물 인형에 대해 기록을 남긴다. 다음날 한밤중에 또 12살짜리 여자애가 어제 여동생이 두고간 인형을 찾으러 왔다고 한다. 그러자 사토는 인형을 내준다. 그러던 중에 아이는 화장실을 찾고 철도원은 화장실에 안내를 한다. 그리고 볼일을 보는 동안 망을 봐준다. 그리고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했는데 눈을 감아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입술에 기습뽀뽀를 하고 인형은 놔둔채 달아난다. 무슨 귀신에 홀린 것인가 할 정도로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날 밤에는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장성한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그녀는 철도원의 아내가 되는 꿈을 갖고 있었다. 철도원과 같이 철도와 관련된 갖가지 물건들을 살펴보고 신기해한다. 기관사들에게 주기위해 만들어놓은 단팥죽을 대접한다. 두 사람은 맛있게 단팥죽을 먹는다. 그러던 중 기차를 영접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 그는 잠시 자리를 비운다. 출발신호를 보내고 경례하고 호루라기를 불고 후두 OK 등의 사인을 보내고 나면 철도원으로서의 임무가 종료되는 것이다. 히데오는 아버지 친구인 사토에게 호로마이행의 폐선을 얘기하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송구하다는 얘기를 전한다. 항상 역에서 자신들의 오고감을 책임졌던 분에게 폐선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으리라. 아버지와 같이 가뵈어야 하는데 가보지 못한데 대한 회한도 피력했다. 철도원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역사로 들어와 방으로 들어와 보니 유끼꼬가 저녁밥을 지어놓았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기특해하고 맛있게 밥을 먹는 사토는 행복에 겨운 시간을 갖는다. 엊그제부터 계속해서 왔었던 아이들이 유끼꼬가 살았더라면 겪었을 어린 시절, 유년시절, 학창시절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가 유끼꼬라는 것을 감지한다. 자신이 추측했던 절 옆의 사토집안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그는 그녀가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를 만나러온 아이들이 아님을 감지하게 된 것이다.
가족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일에 매달려 평생을 보낸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철도원의 마지막은 그가 눈 내리는 역사 속에 쓰러져 운명을 맞는다. 그리고 그의 친구 센이 그의 관을 철도로 운행하면서 그와 함께 기차를 몰고 가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철도원은 먼저 소설로 보았다. 그리고 다시 영화로 보았다. 하얀 눈이 내린 역사를 배경으로 한평생을 바친 철도원의 삶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눈물을 닦기 위해 손수건이 필요한 듯했다. 사랑과 일 또는 직업과 가족 등 여러 가지로 갈등하고 번민할 수밖에 없는 대립관계의 부분이었다. 그렇게까지 고지식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대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다. 하얀 눈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애달픔이 잔영으로 남았다. 우리는 과연 철도원만큼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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