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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향취(2019.10 7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by 자한형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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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얼마 전에 성찰이란 프로에서 석영중 교수가 얘기하던 양파 한 뿌리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악과 구원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했다. 아들도 작정을 하고 있었는지 1권을 사두었다가 조금 읽다가 말았다. 그런 것을 잡고 독파를 했다. 2,3권을 사왔다. 1700페이지 분량이었다. 어떤 이는 알료샤에 반해서 종교에 귀의하게 되기도 했다는 소설이었다. 거의 톨스토이의 안나까레리나에 맞먹는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이었다. 러시아의 소도시 스코토프리고니예프스크에서 일어난 사건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버지와 네 아들에 얽힌 얘기가 중심이었다. 카라마조프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아들 셋을 얻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지옥에 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얘기를 한다. 나를 끌고 갈려면 갈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갈고리가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첫째부인 아델라이다 이바노브나 미우소프에게서 큰 아들 드미트리, 둘째부인 소피아 이바노브나에게서 이반과 알렉세이 그리고 사생아로 스메르자코프를 얻었다. 스메르자코프는 거리의 짚시 여인에게서 얻은 아들로 간질병을 앓고 있다. 그는 그레고리란 보살핌 속에 자라나 집안의 요리사로 살고 있었다. 아들들은 외가 등지에서 키워지다 어느 날 한꺼번에 집으로 돌아온다. 큰아들 드미트리는 자기 몫의 유산을 달라고 아버지에게 대든다. 아버지는 호색 방탕한 이로 항상 술에 절여있고 호방하게 삶을 영위한다. 큰 아들은 카체리나라는 여자와 약혼한 상태로 그녀에게 3천루불을 빌려주었다.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이로 정욕의 화신이다. 노병 육군대위의 수염을 쥐어뜯는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그 노병의 아들 일료샤는 그로 인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왕따를 당하는 일을 겪기도 한다. 돌팔매질을 집중적으로 당하기도 하고 애로를 겪고 의사의 치료를 받기도 하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최후에 죽음을 맞기도 한다. 둘째 아들은 이반이다. 러시아 지성을 대표한다고 한다. 많은 공부를 했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메르자코프를 사주해서 아버지를 죽이게 하는 유인책을 쓴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나는 때에는 모스크바로 떠난다. 형의 편지를 전하러 카체리나에게 갔다가 그녀에게 반해버린다. 그는 대심관을 쓰기도 한다. 그리스도와 악마간의 시험에 관한 것들을 소재로 한 것이다.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 또는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유사한 유형이다. 아버지 카라마조프에게는 그로첸카라는 여자가 있다. 그런데 아들 드미트리가 그녀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호색하게 삶을 살아가던 그로첸카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연인으로 줄타기를 한다. 막내 알료샤는 성직자를 꿈꾸는 가장 신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존경하는 장로 조시마를 쫓아서 성직의 길로 가고자 한다. 조시마 장로가 죽음을 맞이하고 그가 통상의 사람과 같이 시체가 되어 썩어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최소한 성직자로서 삶을 살았다면 향기로운 냄새를 풍겨야 제대로 성직자다운 삶을 살았던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그루첸카는 자신이 착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양파 한 뿌리에 관한 얘기를 한다. 2권에 나오는 부분이다. 한 할머니가 한 평생을 산 후 지옥불에 떨어졌다. 그래서 이를 보던 수호천사가 할머니의 한 평생을 다시 살펴본다. 그리고 찾아낸다. 유일한 적선한 부분을 말이다. 그것은 텃밭에서 양파 한 뿌리를 뽑아 거지에게 준 것이다. 하나님께 수호천사가 얘기를 한다. 그러자 하나님이 얘기한다. 양파 한 뿌리를 할머니에게 건네주고 그것을 타고 천국으로 오라해라. 만약에 양파가 끊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수호천사가 양파 한 뿌리를 갖고 할머니에게 갔다. 그리고 그것을 잡고 올라오라고 한 것이다. 할머니가 양파 한 뿌리를 잡고 천국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였다. 옆에 지옥불에 빠져있던 숱한 사람들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같이 가자고 아귀다툼을 시작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외쳤다. “이건 내 양파야 ! 너희들의 양파가 아니라고그러자 너무 많은 사람이 매달리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양파가 끊어지고 말았다. 할머니는 다시 결국 지옥불로 떨어지고 말았다. 여기에서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고통에 대한 연민을 얘기한다. 수호천사가 가졌던 것이 이런 것이다. 인과응보라든가, 자업자득 혹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단순한 철리가 아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학적 계산, 인간적 계산으로 인간이 구원될 수 있는 이다.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양파 한 뿌리는 한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신의 은총이다. 천국행 보증수표가 아니다. 개인주의 내지 타인을 향한 증오, 단절 등은 결국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나와 너희들 간에는 다른 선이 있고 단절이 존재한다는 것이 악의 대표적인 것이다. 사랑에는 공상적 사랑과 실천적 사랑이 있다. 공상적 사랑이란 것은 기분 좋은 것이고 말로 하는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칭찬받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인류를 사랑한다와 같은 것이다. 실천적 사랑은 중노동이다. 불굴의 용기다.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 증오, 단절,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이 사랑이다. 하나와 여럿, 개인과 집단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와 너의 문제다. 개인도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고 가족도 이기주의에 집단도 대이기주의에 매몰될 수 있다. 집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공동체라 하더라도 고립, 공허 속에서 유대, 연대를 찾더라고

함께 있는 고통에 빠질 수 있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이상 사랑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완전히 버리고 자기희생을 통해서 제대로 사랑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악의 모습도 있고 신의 모습도 있다. 이렇게 사랑을 통해서 신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인간의 본래의 지향점이다. 이를 완덕(完德)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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