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텃밭 농사의 즐거움
올해의 텃밭 농사는 3월 20일에 분양이 결정되었다. 임차비 3만 원을 입금해야 했고 하남시민을 증명하기 위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야 했다. 아파트의 관리실에서 분양하는 텃밭도 신청했지만 그것은 실패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텃밭용 상자를 배분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것은 사양했다. 하남시에서 분양하는 공공텃밭은 세 군데의 텃밭이 있었는데 풍산동으로 분양신청을 했다. 경정공원 옆쪽에도 공공 텃밭이 있었다. 폭 1.2미터 길이 6미터 남짓한 크기였다. 퇴비 두 포대(20kg)가 배정되었다. 4월 1일부터 오전 11시에 교육이 있었고 곧바로 경작에 들어갔다. 다른 일정 때문에 텃밭가꾸기 교육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예전에 5년 정도 텃밭농사를 경작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자신을 가졌었다. 문제는 멀칭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잡초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크게 잡초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지레 겁을 먹고 소나무 잎사귀 마른 것을 가져다가 깔아놓기도 했는데 큰 의미는 없었다. 친환경으로 텃밭을 가꿔야 하니 작물보호제도 방제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작물에도 제한이 있었다. 호박 등도 다른 텃밭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재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텃밭가꾸기라는 소책자가 배부되기도 했다. 각 작물별 재배시기 식재시기 시비요령 등 텃밭 가꾸기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4월초에는 상추와 쑥갓을 심었고 5월에는 토마토 세 포기,, 가지 6포기, 고추 30포기쯤 심었다. 모두 모종으로 심었다. 모종은 모종상에서 사 와서 심었다. 하남농협의 하나로마트 앞쪽에서 텐트를 쳐놓고 모종이나 비료 등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일반 모종상을 찾아서 모종을 구입했고 식재를 했다. 고추와 가지, 토마토 등은 식재를 한 후 지주대를 세우고 줄을 쳐서 모종이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 텃밭에서 경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였다. 처음 시작해서는 매일 텃밭에 가서 물을 주고 관리를 했다. 상추, 쑥갓의 뿌리가 활착이 되기까지의 기간 동안이었다.. 아내의 요청에 따라 장을 봐온 대파도 텃밭에 심었다. 한 단은 개별적으로 줄을 지어 심었고 다른 한 단은 한 단을 통째로 심었다. 보름쯤 지난 후에는 요소비료를 봉지로 사서 작물들이 심어진 텃밭의 중간중간에 요소를 뿌렸다. 요소를 뿌릴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은 요소가 직접 작물의 뿌리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고추, 토마토, 가지가 각각 한 포기씩이 요소의 피해를 입어 고사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달정도가 지난 후였는데 추가적으로 고추, 가지, 토마토를 추가적으로 식재하기도 했다. 토마토는 방울 토마토로 심었다. 텃밭농사를 시작한 후 한 달 반쯤이 지난 후 상추와 쑥갓의 수확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수확을 했어야 하는데 격일 간격으로 수확을 하다 보니 상추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해서 크기가 작았다. 작물들을 키워서 그 댓가로 수확을 하는 것은 텃밭농사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통상적으로 텃밭에 가는 것은 일주일에 3일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날에도 비가 내리면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차로 가는 것이 일상화되었는데 한 번은 산책을 하던 길에 텃밭까지 가서 작물을 보살피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텃밭을 가꾸는 분들도 일부는 자전거로 텃밭에 오는 분도 제법 있었다. 관리인이 텃밭에 상주를 하고 있는 것은 그래도 텃밭관리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듯했다. 텃밭의 일부 땅에는 감자를 심어놓기도 하고 채종포로 활용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부분은 유휴지에 백일홍, 봉숭아 등을 심었다. 그리고 관리소 앞쪽에는 모종을 키우기도 했다. 유휴지에 심은 감자에 관해서는 유치원 생들이 수확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사리 손으로 감자를 수확하는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감자를 심었는데 후에는 텃밭의 가장자리로 하얀가지를 심기도 했다. 왜 하얀 가지를 심느냐고 질의를 했더니 아이들에게 선물용으로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이들이 오리알같은 열매를 먹는 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그림을 그린다던지 등 공예용이나 장식용으로 활용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수확물을 자체적으로 다 먹거나 활용하지 못해 이리저리 나눠주기도 하고 각종 모임 시에도 상추 등을 갖고 가 활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남는 부분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다. 아들네에도 제법 나눠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내가 직장에도 여럿에게 나눠주기를 다반사로 했음에도 처치곤란인 상황이 되었다. 6월말 부터는 쑥갓이 꽃이 피어 더 이상의 수확은 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 차례는 상추가 꽃을 피웠다. 양분이 모두 꽃을 피우는데 활용되다 보니 제대로 상추를 수확할 수 없게 된 셈이다. 6월말에는 상추와 쑥갓 씨앗을 뿌렸다. 7월에는 여름용 상추를 다시 모종으로 식재했다. 가지, 토마토, 고추도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었다. 7월 초에는 복합비료를 뿌렸다. 가지에 문제가 생겼는지 잎에 모레 같은 이물질이 뿌려진 듯 생겼는데 그런 잎들을 대부분 잘라주기도 했다. 그리고 2차적으로 고추에 줄을 두 번째로 쳐주었다. 지주대 등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던 자재여서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다. 모종, 비료값 등에 7~8만원 정도 든 듯하다. 여러 가지 기본적인 모종삽 가위 등은 아이스박스를 갖다 놓고 그곳에 보관을 했다. 장화도 텃밭에 갖다놓았다. 텃밭을 시작할 때의 필요한 농기구 등은 관리소에 다 준비되어 있어 그것을 빌려서 사용한 후 반납하면 되었다. 전지한 잎 등 작물의 처리물 등은 일정한 적치장이 있어 그곳에 버리면 되었다. 가족들이 모임을 할 수 있는 공유장소로서의 평상 등은 입구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물뿌리개 등도 원초적으로 제공되었다. 배수로 등도 관리소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텃밭주위로 만들어 주었다. 물은 텃밭 중간중간에 수도가 설치되었다. 한 번은 물이 나오지 않아 관리소 근처까지 와서 물을 길러 작물에 뿌려주기도 했었다. 텃밭 개장시간이외에는 텃밭이 시건장치로 잠겨져 있어 함부로 출입할 수 없었다. 어떤 분들은 꽃들을 가꾸기도 했다. 멋지게 텃밭을 가꾸는 이는 거의 프로 농사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지게 텃밭을 가꾸는 이도 있었다. 해바라기를 심어서 가꾸기도 했고 오이를 심어 오이가 주렁주렁 열리게 관리를 하는 이도 있었다. 가족들이 텃밭에 와서 같이 경작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유아를 데리고 와서 농사체험을 시키기도 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예전처럼 가지는 깨끗이 씻어서 자른 후 농산물 건조기에 건조를 시켜서 보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1차적인 텃밭 농사는 8월 중순이면 마무리가 될 것이다. 물론 고추는 계속 수확할 수 있으리라. 8월 말부터는 다시 퇴비를 뿌리고 경운을 한 후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할 것이다. 워낙 협소한 텃밭이라 많은 양을 식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키우고 관리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텃밭가꾸는 일기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홍보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이도 있었다. 나도 항상 텃밭에 갈 때마다 작업이 끝나면 작물의 성장모습을 사진으로 남겼고 인증숏을 찍었다. 나중에는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아무튼 텃밭농사도 이제 절반을 지나고 있다. 무더위에 작물을 가꾸는 것이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믿고 우직하게 작물을 키우면서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그렇게 정직한 농사에서 세상사의 이치를 깨우쳐가는 듯하다. 항상 농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떠올리며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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