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당구이야기

한국은 빌리아드 왕국

by 자한형 2023. 8. 17.
728x90

한국은 빌리아드 왕국: 어느 일본인 당구애호가의 한국 당구 체험기(1)/이재형

주의: 이 글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느 일본인 당구 애호가가 한국에서 당구를 경험해 보고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쓴 시점이 2004년이기 때문에 당시의 우리나라 당구 환경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원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tufs.ac.jp/ts/personal/choes/etc/billiards/danggu.html

[한국의 빌리아드 간판]

한국의 번화가를 걷다 보면 어딜 가더라도 반드시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로 표시된 간판이다. 이런 것들은 빌리아드장의 간판인데, 무엇을 감추랴, 한국은 빌리아드 왕국이다. 일본의 대학생들의 오락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단연 마작이지만(최근에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은 오락이라 한다면 뭐라 해도 빌리아드이다. 시험 삼아 한국의 대학가를 한번 걸어보자. 당구장 간판이 이쪽 저쪽에서 보인다. 밀집 상태라 해도 좋을 정도로 몇 개의 간판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한국의 당구장

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빌리아드이지만 그 양상을 보면 일본과는 꽤 다르다. 지금 일본에서는 빌리아드라 하면 대개 포켓볼이 주류이지만, 한국에서는 포켓볼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빌리아드>라 하면 캐롬 볼의 일종인 <4>이다. 일본에서도 얼마 전까지는 빌리아드라 하면 마찬가지로 4구 였다. 그러나 최근의 젊은이들은 4구라 하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4구란 말 그대로 4개의 공을 사용하여 즐기는 빌리아드로, 당구대에 구멍은 하나도 없다. , 공을 구멍에 떨어뜨리는 게임이 아니라, 오로지 공을 맞추는 게임이다.

[일본의 4구와 한국의 4]

좀더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4구는 적구 2, 백구 2(혹은 백구와 황구 하나씩)의 합계 4개의 공을 사용한다. 보통 두 사람이 게임을 하며, 한 사람이 백구를 다른 한 사람이 다른 백구(혹은 황구)를 수구(큐로 찌르는 공)로 한다.

일본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4구 게임은 수구를 다른 3개의 공 가운데 2(혹은 3개 전부)를 맞추는 형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수구가 다른 공 2개 혹은 3개 모두를 맞출 경우 1점을 획득하며, 계속해서 칠 수 있다. 수구가 다른 공에 맞지 않거나, 한 개의 공밖에 맞추지 못하면 치는 순서를 교대한다. 플레이어는 각각의 가진 점수가 있어, 맞춘 점수가 자기의 가진 점수에 빨리 도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한다. 실로 단순한 게임이다. , 옛날에는 수구가 적구와 백구를 맞추면 2, 적구 2개를 맞추면 3, 3개 모두를 맞추면 5점이라는 룰도 있었다. 룰은 단순하지만 이게 꽤 어렵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수구를 마음 먹은대로 굴리기 어려워 점수를 따기가 꽤 어렵다.

일본의 초구배치, 한국의 초구배치

이것이 현재 일본에서 하고 있는 극히 일반적인 4구 게임이지만, 한국에서 치고 있는 4구는 일본과는 룰이 좀 달라, 일본에서 속된 말로 <빨강ㆍ빨강>이라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한다. <빨강ㆍ빨강> 게임이란 수구가 빨간 공 2개를 맞출 경우에만 1점을 얻는 방식으로, 상대의 수구(백구 혹은 황구)를 맞추면 점수가 되지 않는 방식이다. 적구 2개만을 쳐야 점수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이 방식에서는 자신의 수구가 상대방의 수구를 맞추더라도 점수가 되지 않는다. 아니 점수가 안 될 뿐만 아니라 점수가 도리어 한 점 늘어나게 되어, 승리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일본에서는 자기가 가진 섬수를 모두 치면 이기게 되지만, 한국 룰로는 자기의 점수를 모두 치더라도 승리가 결정되지 않는다. 자기 점수를 모두 친 후에 쓰리쿠션을 한 번 더 성공시켜야 비로소 이기게 된다. 쓰리쿠션이란 수구가 2번째 적구를 맞출 때까지 3회 이상 쿠션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붉은 공 2개를 그냥 치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다 마지막에 쓰리쿠션까지 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한국식 4구 룰은 꽤 부담이 가는 게임이다.

(계속)

당구 이야기

[당구] 당구용어를 알아보자

지금은 고등학생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놀이를 가장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 당구였다. 당시 당구장은 불건전한 장소라 하여 미성년자들에게는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방감에서 찾는 곳이 당구장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컴퓨터 게임을 비롯하여 다양한 오락거리가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당구나 탁구, 카드 등 외에는 변변한 오락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대학교 때 어느 교수는 학생 녀석들이 학교에 와서 수업은 안 듣고 맨날 돌맹이 질(바둑)이나 작대기 질(당구)만 한다고 한탄하였다. 고등학교 때는 당구를 치면 불량학생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당구는 대학생활의 상징이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시작하는 것이 마작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당구가 시들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대학 근처에는 당구장이 10여개씩 영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대학 2학년 초까지 약 2년 반 동안 당구를 쳤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150정도, 대학 1학년 때 300, 2학년 때 400을 쳤다. 당시 당구 400이면 거의 상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수에 속하였다.

이후 대학 3학년부터는 당구를 거의 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당구를 칠 기회도 거의 없었고, 또 스스로 당구를 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40년 이상을 당구와 떨어져 지내왔다.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끝나면 마지못해 당구장에 끌려가 당구를 치는 경우가 1-2년에 한 번 꼴로 있긴 했지만, 어떤 때는 몇 년간 당구를 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또 학생들이 당구를 치지 않게 되니까 당구장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다시 당구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의 당구열풍은 젊은 대학생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이 많은 연장자들 사이에 일어났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들도 당구동호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당구를 즐긴다. 이건 내가 나온 학교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고교, 대학 졸업자들이 당구동호회를 만들고 있다. 서울의 종로나 강남 등 번화가에 가면 예전에는 못 보던 당구장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들어가 보면 XX고교 당구동호회, XX대학 당구동호회 등 플랭카드가 빽빽이 걸려있다.

친구들 모임에 가도 그렇다. 바둑모임에 가도 저녁을 먹고는 당구, 골프모임, 등산모임도 끝나고 나면 모두 당구장으로 모인다. 장년, 노년층에서 이렇게 당구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종로3가에 있는 당구장들은 특별히 고령자에게는 경로우대 요금을 적용하여 요금을 할인해 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무엇이든 취미를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은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친구들과 어울릴려면 당구를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1년 반 전부터 다시 당구를 시작했다. 가끔 고등학교 당구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이곳 세종시에 있는 당구장에도 종종 간다. 옛날에는 거의 4구를 쳤는데, 지금은 대부분 쓰리쿠션을 친다. 따지고 보면 4구와 쓰리쿠션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나도 당구를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쓰리쿠션을 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늘지 않는다.

당구를 치다보면 당구용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당구용어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변변히 설명된 것이 없다. 심심풀이로 당구용어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당구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에 당구용어에는 일본말 혹은 그것이 와전된 발음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영어, 불어 등이 일본식 발음으로 변한 것도 있고, 또 우리말 조어도 있다. 몇 권의 당구 교재를 본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책에서 제대로 된 용어를 알지 못하고, 시중에서 사용하는 엉터리 말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당구(撞球: 도큐)라 말은 빌리어드(billiards)란 말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다. ()은 찌른다는 뜻이고 구()는 공이란 뜻이다. 즉 당구는 “(큐로) 공을 찌르는게임이라는 뜻이다. 당구(일본어 발음으로는 도큐”)라는 말은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일본에서 당구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비리야도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당구란 말을 들으면 사라진 말을 다시 듣는 향수를 느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지금 당구를 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그에 따라 당구장도 찾기 어렵다. 대학생들부터 할배들까지, 참 요즘은 중고등학생들도 가세해서 너도나도 당구를 치는 대한민국, 어느 일본인 당구 애호가는 한국을 빌리어드 천국이라 했다. 특히 이들이 놀랐던 건 당구장에서 연습공을 칠 때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그야말로 천국이다.

일본식 당구용어의 경우 한자표기를 보면 그 뜻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당구용어의 정확한 어원과 뜻, 그리고 바른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당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서고금 당구에 얽힌 이야기들3  (0) 2023.08.17
동서고금 당구에 얽힌 이야기들 2  (0) 2023.08.17
동서고금 당구에 얽힌 이야기들 1  (1) 2023.08.17
당구도구  (0) 2023.08.17
한국은 빌리아드 왕국 2  (0) 2023.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