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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이야기

한국은 빌리아드 왕국 2

by 자한형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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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빌리아드 왕국: 어느 일본인 당구애호가의 한국 당구 체험기(2) /이재형

주의: 이 글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느 일본인 당구 애호가가 한국에서 당구를 경험해 보고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쓴 시점이 2004년이기 때문에 당시의 우리나라 당구 환경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원본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tufs.ac.jp/ts/personal/choes/etc/billiards/danggu.html

<가진 점수>

어떤 게임이라도 베테랑이 있으면 초심자도 있다. 빌리아드도 그렇다. 그렇지만 베테랑과 초심자가 같은 조건으로 게임을 해서는 초심자는 영원히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레벨에 따라 핸디캡을 붙인 가진 점수(다마수)가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주어진다. 한국의 4구 빌리아드 초심자가 가지는 점수는 <30>이다. “뭐라구? 초심자인데도 30번이나 빨간 공 2개를 쳐야 한다고?”라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가진 점수를 셀 때, 1점을 10점이라 부르며 계산한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따라서 가진 점수가 30점이란 건 3점을 말하는 것으로, 2개의 적구를 3번만 맞추면 다 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진 점수가 80점이라면 8, 250점이라면 25번 치게 되면 되는 셈이다.

초심자로서는 3번 친다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진 점수가 30점이라 해도 처음에는 상당히 어렵다. 자칫하면 상대방의 수구를 맞춰버리기 때문에 가진 점수 30인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수구를 맞추더라도 페널티는 없다. 또 초심자는 쓰리쿠션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수지가 30점인 사람에게만은 쓰리쿠션을 면제해주고, 가진 점수를 모두 치는 순간 이기는 것으로 해준다. 그렇지만 초심자란 사람들은 가끔 비기너즈 럭키로 눈 깜박할 사이에 다 쳐버리는 경우도 있어, 30점을 보고 공포의 30이라고 야유하기도 한다.

가진 점수 핸디는 아래로부터 순서대로 30, 50, 80, 100, 120, 150, 200, 250, 300, 400, 500.... 등으로 되어 있다. 대개 100점 미만이 초심자 취급을 받고, 보통 치는 사람은 100-300점 정도이다. 300점을 넘으면 나름대로 고수라는 느낌이 있으며, 500점을 넘으면 상당한 실력자라 해도 좋다. 그 중에는 10,000점이라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거기까지 간다면 신의 영역이다.

[한국 빌리아드장의 산반]

빌리아드를 한국어로는 [당구](撞球)라 한다. 일본어의 감각에서 본다면 실로 고풍스러운 단어이지만, 한국에서는 이 명칭으로 통하고 있다. 그래서 빌리아드장은 [당구장]이라 한다. 빌리아드장에 들어 가면 먼저 무슨 게임을 할 것인지 말한다. , 사구를 할지 삼구(쓰리쿠션)을 할지를 말하는 것이다. 포켓볼 대는 대부분의 빌리아드 장에는 없으며, 있더라도 기껏해야 1대 정도가 놓여있을 뿐이다. 포켓은 [포켓볼]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대개 여성들과 함께 하는 놀이정도로 인식하여 한국인 남성은 보통 포켓볼은 치지 않는다. 또 육구(식스볼)이라는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백구 2, 적구ㆍ청구ㆍ황구ㆍ흑구 각 1개씩을 사용하는 구멍 없는 빌리아드인데, 주로 돈내기를 하는 게임이다. 또 한국의 빌리아드 장에는 쓰리쿠션용의 대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쓰리쿠션을 칠 때는 4구용의 작은 대에 쓰리쿠션용의 작은 공을 가지고 친다.

일본의 빌리아드장의 요금 시스템은 11시간에 얼마라는 식이지만, 한국에서는 빌리아드대 1대당 1시간에 얼마라는 식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둘이서 치든 셋이든, 넷이든 대를 한 대만 이용한다면 요금은 동일하다. 이건 참 좋은 시스템이다. 2004년 현재로 1시간에 7,000-9,000원 정도가 보통이다.

 

한국의 당구장과 산반

4구대 옆에는 일본이나 한국 마찬가지로 득점 계산용 산반(算盤)이 놓여있지만, 한국의 산반에는 시간 미터기가 달려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 그 보턴을 누른다. 그러면 삥뽕하는 부자가 울리고, 이와 동시에 요금계산이 시작된다. 미터에는 보턴을 눌러서부터 몇 시간 몇 분이 지났는지 표시된다. 그리고 게임이 끝났을 때는 다시 삥뽕보턴을 눌러 게임 시간이 확정되어 요금이 정산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의 빌리아드 장의 좋은 점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연습 공을 칠 때는 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당구장에 가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몇 번인가 연습 공을 친다거나, 혹은 게임이 끝나고 간단한 연습을 할 때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 보턴을 누르는 것은 순수 게임을 할 때뿐이기 때문에 연습공은 공짜로 치는 셈이다.

게임 중의 매너도 일본과는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나이스 샷이라 하는 것을, 한국에서는 나이스 큐라고 한다. 또 나이스 샷을 했을 때, 일본에서는 손바닥으로 자기의 무릅을 때리거나, 초크로 규를 때려 박수 대신으로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구대의 옆을 손바닥으로 때려 박수 대신으로 한다. 또 이것은 매우 좋지 않는 것이지만, 담배를 물고 친다든지, 피우는 담배꽁치를 당구대의 끝에 놓아 두고 공을 치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한국 사람들의 습관일는지 모르겠지만 라사를 생각한다면 좀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의 쓰리쿠션]

쓰리쿠션 경기는 4구 경기보다 훨씬 더 큰 대대에서 하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에서는 대대 보급률이 낮아 많은 경우, 4구용 대에서 쓰리쿠션을 친다.

게임을 하는 방법도 일본과는 조금 다르다. 일본과 같이 25이닝에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자기 점수를 다 칠 때까지 게임을 계속한다. 가진 점수는 4구의 가진 점수의 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4구 점수가 10(한국식으로는 100)인 사람은 쓰리쿠션의 가진 점수가 5점이 되는 식이다. 초구는 일본과 같이 정해진 위치에 공을 놓고 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뿌리기”(3개의 공을 손으로 당구대에 던져, 랜덤한 배치에서 시작하는 것)로 시작한다.

한국 룰이 쉽지 않는 것은 4구와 마찬가지로 쓰리쿠션도 가진 점수를 다 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4구의 경우는 최후에 쓰리쿠션을 치지만, 쓰리쿠션의 경우는 마지막으로 공쿠션으로 끝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한국 룰의 재미있는 점은 공쿠션은 보통 쓰리쿠션의 2배가 되며, 수구가 적구를 하나도 못 맞추면 4구와 마찬가지로 가진 점수가 1점 늘어났다. 한국인들과 쓰리쿠션을 친 적이 있는 사람은 한국인들이 공 쿠션을 잘 노리고, 또 이것을 잘 맞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로 한국인들은 이러한 한국식 룰로 공쿠션을 매일 단련하고 있는 셈이다. ㅎㅎㅎ

[빌리아드 용어]

놀랍게도 한국어의 빌리아드 용어는 거의 모두가 일본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다이](), [다마]() 등 기본용어부터 전문적인 용어까지 거의가 일본어이다. 일제 강점기시대 일본을 통하여 빌리아드가 들어왔기 때문에 당시 사용되고 있던 일본의 용어가 그대로 정착되어 버린 것이다. 빌리아드 단체에서는 한국어 용어로 바꾸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번 입에 익은 말은 좀처럼 고치기 어려운 것 같아, 일반인들은 여전히 일본어로부터 생겨난 용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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