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 접수대 풍경/박종철 순천대 교수
일본에서 결혼식을 치르려면 생각보다 많은 경비가 든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미야자키 대학의 마쓰이 교수 부인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하기야 우리의 결혼식 경비도 많이 들지 않는가. 일본에서는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안 내고 피로연 때 축의금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축의금은 보통 3만엔에서 5만엔 정도를 내는데 짝수로 내지 않고 홀수 금액으로 내야 한다. 물가가 안정된 일본 실정에서는 만엔이면 돈의 실제 구매가치로 보아 적은 돈이 아니다. 한국 돈으로 하면 십만원 정도이지만 같은 금액으로 일본에서 구매를 한다면 조금은 더 쓸 것이 있다고 말들을 한다.
일반적으로 예식 후 피로연에 초대받은 경우에 ‘결혼식에 출석한다’라고 말하며 초대장을 받았을 때는 참석 여부를 알리는 답장을 보내는 것이 예의다. 사전통지에 의해 좌석예약이 설정되므로 초대에 응한 자만이 참석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우리도 청첩장을 받고 참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꼭 입장권처럼 여기고 초청장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미야자키의 유명한 관광지 호텔의 2층 로비를 지나는데 뭔가 새로운 것이 눈에 띄어 자세히 살펴봤다. 대형 홀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식장 입구의 접수대를 이색적으로 장식해 놓은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접수대 위에는 결혼 당사자들의 어릴 때 모습의 사진과 귀여운 인형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새 출발을 하는 젊은이들이 각자 성장한 가정에서 소중한 존재임을 보여주고 귀여운 모습을 강조해 초대손님도 맘껏 축하와 축복을 보내주기를 기원하는 모습이다.
피로연 식당에도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하여 신랑신부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비디오로 상영하고 있다. 요즘 우리의 결혼식장에서도 비디오로 신랑신부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화면 속의 철부지 어린이가 장성하여 이렇게 백년가약을 하고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고 부모와 내빈들이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로 접하는 문화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이런저런 모습들을 사진 찍고 있으니 마쓰이 교수 부인이 필자를 안내하여 식장 입구의 다른 장면도 소개해 준다. 일본 결혼식 현장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앙증맞은 인형으로 표현한 새 신랑신부의 모습을 담아두기 위해 카메라에 손이 자꾸 더 간다.
고속열차 입구서 쓰레기 모으는 아주머니
.일본을 이루는 4개의 섬, 홋카이도·혼슈·시코쿠·규슈는 전부 철로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다리와 해저터널을 통해 전국 각지를 열차로 건너다니니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철도가 이처럼 발달한 나라이다 보니 서점에는 ‘철도’ 전문코너가 설치되어 있고 열차에 관한 서적도 많이 진열되어 있다. 심지어 한국의 고속철을 포함한 철도여행책자도 발간되어 있었다. 기차로 여행하는 한국의 여행지와 우리나라 열차의 특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놀랄 지경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어떤 분야이든지 알찬 전문지들이 발간되는 역사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된 것 같으니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일본에서 기차를 이용할 때 우리와 다른 점은 출발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역 구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출발 직전에 개찰을 허락하고 열차 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과 비교된다. 일찍 들어가서 열차를 잘못 타는 혼란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요즈음 정도면 우리 국민이 그 정도의 지각은 충분하다고 보고 개찰 시간을 엄격히 하는 점을 좀 완화했으면 한다.
일주일의 출장에서 외국인을 위한 JR 패스를 구입하여 신간선을 타고서 용무를 보던 중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종점에 도착하면 열차 입구에는 늘 청소부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대형 봉지를 들고 있다가 열차에서 내리는 여행객들이 가지고 오는 쓰레기를 받아 담는다.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쓰레기를 가지고 온다.
과연 무릎을 칠 만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열차 내로 들어가서 마무리 청소를 해도 되지만 정차상태로 지연이 되고 청소부들도 발차시간에 쫓기는 불안함이 상존한다. 한 사람이 구부려서 힘들게 할 일을 여러 사람이 당연히 할 행동을 취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도 이런 선한 제도를 도입하였으면 한다.
일본인의 90도 인사
가깝고도 먼 일본의 실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올해가 ‘한·일 우정의 해’이지만 독도 영유권과 역사 교과서 왜곡,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그 어느 해 못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속에서도 한류열풍은 두 나라 사이를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을 수시로 방문하는 박종철 순천대 교수가 카메라로 잡은 모습을 글과 함께 10여 차례 게재한다.
일본인에게 속마음이라는 ‘혼네(本音)’와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인 ‘다테마에(建前)’가 있지만,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상대방을 우선 배려하는 문화는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잠깐 생활했다는 일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 온 지 2개월이 지났는데 거리를 걷고 있으면 일본인보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확실히 많다. 일본에서는 먼저 자기 스스로 표지판 등으로 확인하고 아무리 해도 못 찾을 경우 최종 수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반대로 길을 물어볼 때나 지도를 펼쳐들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매우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 고마운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인사와 전화 예절에서도 배려 문화는 잘 나타난다. 헤어질 때의 인사는 시간이 한참 걸리고 전화를 끊기도 서로 힘들다.
일본 대학교수와 전화를 마칠 때는 상대방이 먼저 끊기를 기다리다 보니 자연히 늦게 수화기를 내리게 된다. 의례적인 인사말도 매우 길다. 어느 정도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의례적인 대화가 너무 겉도는 것 같이 느껴도 개인적인 얘기는 어디까지 언급해도 되는지 난감할 때가 있다.
후쿠오카 중심지 나카스의 한 상점 앞에 세워 둔 입간판은 배려 문화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인사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은 너무하다 싶은 ‘90도 인사’ 모습이다.
카메라 파인더로 그들의 다테마에를 찍고 혼네를 들여다 본다.
쉿! 여기는 조용한 열차칸
일본 출장 중 신칸센을 타고 가는데 이상하게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좌석 앞에 있는 설명문을 보니 ‘조용한 차량’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탔는데 맞는지 확인하러 열차 입구로 가보니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조용한 차량’이란 표시문을 붙여놓았다.
잠을 청하고 싶거나 조용하게 목적지까지 가고 싶은 승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열차칸이다. 떠들면 안 되므로 분위기는 너무나 조용하다. 중간에 직원이 열차표를 확인하지만 앞 의자 등받이에 있는 비닐 함에다 표를 꽂아 두기만 하면 된다. 직원은 승객을 깨우지 않고 표만 확인한다. 한국에 돌아가서 꼭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입문의 표시를 촬영하는데 덜커덕 움직이는 열차 안이라 촬영이 힘들다. 정차할 때 한 커트라도 잡으려고 해보았지만 자동문은 들락거리는 손님들로 이미 열려 버렸다.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한 장의 사진만 건졌다.
예전 서울행 야간열차를 타고서 한참 자고 있는데 열차 전무가 기차표 확인을 위해 어깨를 두드렸다. 조심스럽지 않고 세게 치니 대단히 불쾌했고 한번 깬 잠은 다시 청하기가 어려웠다. 그때의 경험이 있어 관심 있게 설명문을 읽어보았다. 수요자 중심으로 고안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운행하는 열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승강장 혼잡 정리해주는 복합대기선
일본을 잘 모를 때는 우선 역으로 가라. 역에는 대형 백화점이 모여 있고, 그곳에서 각 방향의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래서 철도문화가 매우 발달한 일본에서 여행의 중심지는 역이다. 복잡한 역에는 어김없이 줄을 서는 대기선 표시가 여러 색상으로 두세 개 그어져 있다.
출발시간이 비슷한 열차들이 있으므로 붉은 선은 신칸센, 바로 옆의 푸른 선은 특급열차 등 이렇게 구분하여 표시해 두고 있다.
2∼3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우왕좌왕 뒤섞여 기다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열차 승강장에는 일찍 도착했지만 여러 열차의 발차시간이 비슷하거나, 앞서 출발하는 열차 때문에 ‘어디쯤 서 있어야 제대로 탈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몇개의 대기선 중 정해져 있는 자신의 열차 출발 대기선에 서 있으면 된다. 짐이 많을 때는 미리 대기선에 두고 여유있게 기다릴 수 있으니 너무 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열차 출발 10여분 전 개찰하여 승객들을 늘 초조하게 하는 이유를 승강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승강장을 향해 계단을 달려 갈 때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 풀리질 않는다.
우리도 표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 여유있게 기다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같은 복합식 대기선 등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승객들에게 더욱 안정적인 철도문화를 맛보게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복잡한 역에는 어김없이 줄을 서는 대기선 표시가 여러 색상으로 두세 개 그어져 있다. ©사진촬영_박종철
덮개 쓴 이동 음료판매대
선진국을 여행하면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도 마시고 먹는다는 것을 느낀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고 열차를 타는 승객은 거의 모두 음료수 한 병 정도는 사서 들어오는 것 같다. 신문, 도시락, 빵, 간식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혼자라도 옆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먹는다.
열차 내에는 음료수를 둘 수 있는 곳을 항상 준비하고 있고 음식 받침대도 여러 형태로 제작되어 있다. 좌석을 뒤로 당겨도 뒷 승객의 받침대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여 설계함은 기본에 속한다.
장거리 열차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특산품 주문도 가능하고, 열차의 종류에 따라 이동판매대의 상품 종류도 달라진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재미있는 점이 많은 열차 내의 상품 판매 현장이다.
수많은 열차가 왕래하는 후쿠오카 역에서 제복을 입은 점원이 도착한 열차에 오르기 위해 이동판매대를 밀고 간다. 판매대 위는 천으로 덮어 놓았는데 이 부분이 필자의 시선을 잡는다. 역 구내에서는 판매대를 그냥 밀고 다녀도 될 것 같은데 세심하게 덮개를 준비해 시각적으로 위생에 관한 안도감이 생긴다. 건너편 레일에서 망원렌즈를 달고 순간포착을 노려 보았지만 벌써 눈치 챈 아가씨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해저터널로 가는 길
일본 본토와 북해도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해저터널이다. 혼슈의 아오모리와 북해도의 하코다테를 해저터널로 연결하여 열차로 달린다. 1988년 하코다테의 엑스포를 찾았을 때 해저터널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 아오모리와 하코다테의 지명을 딴 세이칸터널의 이름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있던 필자가 54km의 해저터널을 드디어 지난다고 하니 수학여행 전날처럼 가슴이 설렌다. 정말 바다밑을 지나는 것일까.
저녁시간이었지만 지도를 보면서 아오모리역을 발차하고 나서 터널로 들어가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별렀다. 그 다음부터는 긴장한 호흡으로 숨을 누르고 정차하는 역마다 창에 비치는 한 장면을 촬영했다.
육지의 한 터널을 지나더니 오른편에 바다가 보인다.
태평양 쪽인 것 같다. 다음에 다시 터널이 나온다. 대단히 길다고 느끼고 있는데 실내 안내 전광판에서 벌써 해저터널로 들어섰다고 자막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해저터널 양옆의 역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 역에서부터 충격이 없도록 서서히 지하로 들어가서 한참 가다가 바다로 바로 연결된 것이다. 안전하게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터널을 뚫어 차츰차츰 바다 쪽으로 다가가다가 안전하게 바다 속까지 들어오는 공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역 바로 옆에 바다가 있고 곧 터널로 연결되는 줄 알았다.
해저터널 내에도 관광구역을 만들어 두었다. 관광객을 모집하여 해저터널 안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여러가지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해저터널 건설계획 단계부터 총체적으로 준비했던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혼슈와 시코쿠란 섬도 긴 다리로 연결해 놓았는데 그 다리를 둘러싼 곳곳도 관광지로 개발을 해 놓았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이다.
해저터널의 시작 역을 놓친 것이 안타까워 지도를 자세히 살펴본다. 마침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한 장씩 찍어두었던 시골역 같은 허름한 ‘기코나이(木古內)역’이 터널 출발역이었다. 필자에게는 귀중한 사진 한 장을 독자들과 함께 보고 또 보고자 한다.
도시락 천국 신요코하마
일본은 도시락 천국이다.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대학 구내의 매점에서 도시락과 음료수를 사서 투명한 비닐봉지에 넣어 들고 오는 대학원생을 쉽게 본다.
식당이 있지만 도시락을 사서 실험실에서 먹는 것이다. 열차 안이나 길거리의 벤치에서 점심 때 도시락을 구입해 먹는 일은 다반사다. 실제 사 먹어보면 먹을 만하고 가격도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 아니다. 이처럼 도시락은 그들만의 일상적인 한끼의 식사 형태일 뿐이다.
신요코하마역은 신칸센이 정차하는 역이다. 새 역사 공사가 한창이고 개발 지역이라 그런지 역 주위에는 아직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거리 곳곳에는 도시락을 파는 간이 판매대나 도시락을 실은 트럭이 많이 보인다. 거리 한쪽에서 자리를 펴 두고 집에서 만든 도시락과 음료수를 간단하게 차려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모습도 보인다. 우리라면 길거리에서 파는 도시락이라고 거리낌을 가질 만한데 이들은 도시락을 사기 위해 와이셔츠 차림으로 줄지어 서있다.
질서정연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차분하고 간이 판매대이지만 판매원도 일반 점포보다 더 깨끗한 차림으로 영업하고 있다.
식당이 부족해서도 그렇겠지만 워낙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서 쉽게 도시락을 선택해서 먹는다. 가까이에서 촬영하기가 멋쩍어 좀 멀리 떨어진 빌딩 입구에서 망원렌즈로 촬영을 해 본다.
아무리 화려하고 새로운 식당이 계속 생겨나도 단출한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은 도시락의 수만큼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4시간 운영 야간놀이방
미야자키 역 근처에 있는 ‘야간보육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오후 늦게까지 그리고 다음날 새벽까지도 아이들을 맡아준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일본에서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어린이 육아방은 꼭 필요할 것이다. 보통 어린이집에서 낮 시간에만 아이들을 맡아서 보호하는 우리들에겐 낯선 곳이지만, 밤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 부부에겐 필요불가결한 기반시설이다.
돌봐줄 보호자가 없어 아이들 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 젊은 부부들, 그리고 퇴근이 혹시 늦을 때 발을 동동 구르는 맞벌이 엄마들에겐 생명의 동아줄처럼 간절한 곳이 놀이방이다.
사상 초유의 저출산 현상 때문에 염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비단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문명은 진보하고 기계는 진화하여 인간의 손은 더 이상 농경시대처럼 분주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물질 문화의 변화에 쫓기고, 세련된 젊은 엄마 아빠들은 그들의 속도에 맞춰 디지털 기능으로 변신하며 자녀를 안전하게 양육해 줄 놀이방을 찾고 있다.
놀이방 외벽과 창가에 소개되어 있는 홍보물을 보니 ‘야간에는 1시간에 5000원이며, 토·일·공휴일에는 24시간 이용 가능하고 연중무휴’라고 안내하고 있다. 놀이방에서 아이들에게 선사할 밤과 꿈이 다사롭기를 바란다.
접히는 지하철 의자
도쿄 시나가와에서 요코하마로 가는 전철 안이다. 출입문 근처의 긴 의자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다. “평일 오전 9시30분까지 좌석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수동으로 작동되지 않으며 램프가 켜져 있을 때 앉을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이 많을 때 긴 의자를 접어 벽에 붙여두어 작동되지 않도록 하고,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의자로 사용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의자에 앉아 가고 있는데 어떻게 고개를 돌리다 보니 이런 설명문을 보게 된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의 전철은 어느 나라든 복잡하다. 이럴 땐 의자를 접어서 공간을 확보해 많은 승객을 태운다. 러시아워에는 의자가 없는 불편은 감수해도 된다. 바쁜 승객을 더 많이 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출퇴근 시간 외에는 사진처럼 펴져서 의자로 변신해 승객들을 앉힌다. 주부나 노인들은 주로 낮 시간대의 열차를 이용하니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 특히 이 의자는 승객들이 마음대로 작동할 수 없게 설계해 놓았다.
일본의 전철에는 이뿐 아니라 다양한 시설들을 마련하고, 구식 시설을 개조하거나 참신하고 편리한 새로운 시도가 결합되고 있었다. 같은 전철 내에 특급 좌석이 있어 요금을 더 지불하면 출퇴근 시간에도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오후라서 의자가 펴져 있고 아이는 재미있게 놀면서 엄마와 함께 간다. 실내에서 플래시를 켜고서 사진 찍기가 만만하진 않았지만 안면을 몰수하고 한 장 눌러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외국인이 독특한 장면을 좋은 목적으로 촬영하였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여름에 쓰는 검정양산
일본에서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가 우산이었다. 웬만한 건물 입구에는 우산 보관대가 있고 갠 날에도 긴 우산들이 꽂혀 있다. 여름이면 비가 하루에도 몇번씩 쏟아지다 거짓말처럼 화창해지는 비의 나라이니 항상 우산을 주위에 놔두는 것이다. 임자가 없는 것 같은 무심한 우산들. 또 그들이 실내로 우산을 들고 가지 않는 모습도 특이하다. 회사나 학교 같은 장소에서는 거의 우산을 현관에 가볍게 두고 들어가는데 우리는 그게 익숙지가 않아서 놔두고 갈지 망설이다 갖고 가기도 한다.
그들이 보통 사용하는 우산도 우리와 좀 다르다. 부피를 줄일 수 있는 편리한 접는 2·3단 우산은 잘 보이지 않고 긴 비닐제품이나 얇은 섬유로 된 하얀 우산을 쓴다. 물론 접는 우산을 사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래서 비가 오는 거리에서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 표시가 난다. 우리들은 주로 접는 검정·갈색 우산을 사용하니 말이다. 그들은 부딪치지 않고 시야를 확보하려는지 투명한 하얀 우산을 주로 쓴다. 또 여름철 양산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울긋불긋한 양산이 거리의 물결을 이루는 우리들과 달리 그들은 대부분 검정 양산을 쓰고 있다.
하얀 우산과 검정 양산이 거리를 메워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본에도 접는 우산이 많고 하얀 우산뿐 아니라 여러 색상의 우산이 많다. 백화점에 가면 온갖 색의 우산이 다 있더라”고 얘기한다. 일부의 것을 전체로 확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도 필자가 여러번 생각해 본 바로는 일본에 접는 우산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긴 우산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름의 후쿠오카에서 보니 양산은 대부분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검정 양산을 쓰고 다녔다. 검정은 태양빛을 흡수하므로 더욱 덥다고 하는데,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양 국민의 섬세한 문화 차이인 것 같아 아내의 손사래도 물리치고 소개한다.
자동판매기 천국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 아주머니의 얘기이다.
“어느 날, 퇴근해서 저녁 반찬거리를 사느라고 귀가가 조금 늦은 날이었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부랴부랴 저녁을 해서 먹고는 치우고 나서, 잠시 숙제를 마친 아이들과 같이 텔레비전도 보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준비물 얘기를 하자 아이는 그제야 학교 준비물 얘기를 꺼낸다. 아마 깜박 잊고 있었던 모양인데 조금 화가 났다. 그렇지만 ‘건전지 자동판매기’가 있다는 아이의 말에 나는 반신반의했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이가 안내하는 대로 근처의 건전지 자동판매기를 찾아갔다. 정말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건전지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일본은 세계 제일의 자동판매기 천국이다. 건전지 뿐 아니라 맥주 자동판매기도 주택가 근처에 있다. 비디오 대여점에서도 주인 없이 동전을 넣어 원하는 비디오를 볼 수 있다. 화원에는 생화들을 예쁘게 포장하여 마련한 자동판매기가 있어 마음에 드는 꽃바구니에 지폐를 넣고 살 수 있도록 해놓았다.
사진 속의 콜라 자판기는 흔하게 보는 음료수 자판기로 삿포로 역에 있다. 자세히 보니 ‘휴대전화로 콜라를 뽑아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이 자판기 위쪽에 붙어 있다. 휴대전화의 역할은 확대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휴대전화로 계산하고 콜라를 꺼낼 수 있는 자판기를 처음 보니 눈길을 뗄 수가 없다. 휴대전화의 능력이 확장되고 컴퓨터와 자동화 시스템이 거미줄처럼 꼼꼼하게 연결된다는 미래사회를 이름하여 유비쿼터스라는 용어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젊음이 자신 있는 세대에게는 사탕을 까먹는 것처럼 간단하고 맛있는 현상이 되지만, 그리 젊다고 할 수 없는 세대에게는 디지털 만능의 새 시대가 편리함을 넘어 적지 않은 두려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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