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한국김치 상점/박종철 교수
일본에서 한국 김치가 가장 많이 팔리고 김치상점이 밀집해 있는 곳이 오사카 ‘쓰루하시 시장’이다. 이 시장 내에서 사진 속의 풍전상점이 제일 큰 규모의 김치상점이다. 붉은 백열등 아래에서 빛나는 이곳 김치는 먹음직스럽다. 빨간 김치와 같은 색상의 점원 앞치마가 멋진 조화를 이루어 지나는 고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필자가 사진촬영을 위해 아침 이른 시간부터 2시간 가량을 풍전상점 앞에 머물렀는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찾아드는 고객들이 사진 목표물인 김치 전경을 가리고 있다. 손님이 없는 짧은 틈을 이용하여 상점 모습과 김치 사진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지만 구도 잡기가 영 힘들다.
아주머니들은 김치 판 돈을 사진 중앙에 있는 바구니에다 집어넣고 있다. 플라스틱 바구니는 고무줄로서 천장에다 매달아 두었는데, 바구니를 잡아당겨서 돈을 넣으면 다시 튕겨 돈통은 위로 올라간다. 한국 시장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장면이다.
돈을 신중하게 관리하는 일본인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돈 관리가 허술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시장에서는 물건 판 돈을 너무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관하면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막 넣어두질 않는가. 돈을 자꾸 정리하고 세고 하노라면 그날의 매상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오히려 장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걱정을 한 것이 아닐까. 일본땅에서 이같이 한국의 삶에 한국의 김치맛을 풍기는 돈통 바구니를 보니 기분이 좋다.
이불 말리는 풍경
일본의 이불은 우리처럼 2∼3인용이 아니라 보통 1인용이다. 한 이불을 여러 명이 덮고 자게 되면 한 사람이 이불을 독차지하거나 타인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고 염려하는 그들의 성격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다 보니 부부간에도 이불도 따로 쓴다. 오히려 부부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한국인들을 이상하게 여긴다.
햇빛이 좋은 낮엔 집집마다 이불을 담벼락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내어 자연의 자외선 소독을 한다. 솜이나 깃털을 채운 두꺼운 이불을 말릴 때는 대형 집게를 사용하는데 이 집게를 실제로 보면 입이 벌어진다. 집게가 너무도 크다.
오카야마에서는 내의를 말리는데 건조대 막대기를 허수아비처럼 옷 안으로 집어넣어 빨랫감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빨래에 대해 꼼꼼한 일본 주부들에게 혀를 찼다. 습기가 많은 일본에서 이불을 햇빛에 건조하는 모습은 일본 주부들의 주요한 과제처럼 보인다. 일본의 특징을 얘기하는 외국인들의 ‘이불 말리는 모습이 가장 일본적인 사진 소재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우리도 베란다에서 이불을 말릴 때 마땅한 집게가 없어 줄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칫 바닥에 떨어질까봐 신경을 늘 쓰고 있어야 한다.
일본 출장에서 돌아올 때 아내를 위해 대형 집게 두 개를 사 가지고 왔지만 별로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 “쓰기에는 좋지만 그냥 늘 사용 안 하던 것이고 다른 집들도 안 쓰는데 우리 집만 쓰는 것이 꼭 필요한 일로 생각되지가 않는다.” 분명한 거부인 것 같지만 이유는 무척 애매한 대답이다. 유용한 기구이지만 새로 구입하여 사용할 때는 생각보다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하는가 보다.
도쿄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서 촬영을 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여러 차례 촬영했으나 초점과 구도가 맞지 않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촬영했다는 분위기가 나타나서 낙점을 준 사진이다.
과외학원 불야성
이곳을 처음 보았을 때 창문 틈으로 책상마다 한 명씩 앉아 있는 학생의 발이 보였다. 길을 지나다 공부하는 모습 일부를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개인학원이라서 한 명씩 과외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개인교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합격한 실적과 합격 수기를 실어 놓았다. 방과 후 시간대인 수업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하는데 러닝 타임은 1시간30분 정도이다. ‘프로 강사에 의한 강의제 수업, 과목의 완전담당제, 통일 모의시험, 철저지도’ 등의 지도 방안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것 같다. 도야마의 한 대학 교수도 한국의 상위학교에 대한 진학열과 한국 부모의 교육열을 잘 안다면서 얘기를 나눠 본 적도 있었다. 일본도 우리 못지않게 과외수업이 열심인 것 같아 다들 입시에는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야간에 일행과 같이 거리 구경을 나선 걸음에 이 개인교실을 보게 되었는데 하필 카메라를 준비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카메라를 메고 다시 되짚어가서 학원 모습을 담았지만 이른 아침이라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은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소혀로 만든 요리
미야기현은 소혀[牛舌]로 만든 요리로 유명하다. 일본어로 ‘규탄’이라 부르는 이 고기는 보리밥, 소혀 요리, 수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소혀 요리의 맛은 짠맛부터 최근의 된장맛, 김치맛까지 여러 종류가 나와 있다.
일본에서도 소혀 요리는 먹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먹을거리로 다루기 시작한 곳은 미야기현의 중심도시 센다이다. 지금은 전국으로 퍼져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워낙 발상지인지라 센다이 시내와 역 주위에는 소혀 요릿집이 즐비하다.
센다이 근처 관광지인 마쓰시마를 가보면 소혀를 가공한 식품들이 선물 진열장을 꽉 채우고 있다. 진열장의 소혀 식품들을 보니 10여 가지로 개발해 놓아 어디를 가든 항상 선물을 준비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선택받기에 좋도록 되어 있다.
여행 기념으로 필자도 소혀 요리 하나를 샀다. 진공포장으로 되어 있어 위생적이다. 포장을 사진으로 남기고 한국으로 가져왔다.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시식하기 위해 개봉하니 곧바로 고기에 촉촉한 육수가 생긴다. 얼마나 진공이 잘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술 안주로도 먹을 수 있도록 조미가 되어 있어 선물로 환영받을 만하다. 센다이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한 교수는 고향의 향수가 난다고 좋아했다.
소는 동의보감에서 여러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 뇌는 당뇨에 좋고, 소 간은 눈을 밝게 하고, 소 허파는 기침을 멎게 한다고 동의보감에 기재되어 있는 약용식품이기도 하다.
유리창 없는 베란다
“4층짜리 맨션의 4층에 사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멋진 정원을 꾸밀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베란다를 이용하여 화분을 조금 가꾸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의 아파트들은 베란다에도 유리창을 달고, 어떤 집은 턱을 높여 거실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베란다는 그저 베란다로 사용한다.”
일본인이 아파트 베란다 생활상에 대해 얘기한 글이다. 일본을 방문하다 보면 아파트 베란다에는 전부 유리창이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베란다에 섀시 유리창을 만들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텐데 왜 설치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지진이 많은 곳이라 유리창이 있게 되면 비상시 위험하고 또 불법이므로 건축물을 개조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유리창이 없는 베란다 난간은 이불 말리는 장소가 되고, 비상시 대피하는 공간이 된다고 한다.
옆집과의 사이에 있는 칸막이는 비상시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요즘 지은 맨션 중엔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베란다에 구멍을 뚫고 사다리를 설치해 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유리창을 만들면 우선은 편리하지만 비상시를 위해 이런 공간을 남겨두는 그들이 처한 자연조건과 생활환경에 이해가 간다.
월극 주차장
일본에서는 차량 구입 시에 차고지증명서가 필요하다. 자동차 소유자가 자차의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관할 관청이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다.
일본은 이 제도를 1962년 도쿄에서 시작했고, 전국으로 확대되어 이제는 이면도로에서의 불법주차는 완전히 사라졌다. 시민들도 주차장이 없으면 집이 팔리지 않는 데다 세를 주기도 어려워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주차장을 만드는 것을 당연시하게 됐다. 또 일본은 차고지증명제도가 현실성이 있도록 하기 위해 차고지의 위치를 운전자의 주거지에서 반경 2㎞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1988년부터 일본 출장을 나갈 때 동네 곳곳에 있는 ‘쓰키기메[月極‧월극] 주차장’이란 팻말을 보면서 ‘이상하게 이 상호를 가진 주차장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마 전국 체인 규모의 주차장인 모양이다’라고 짐작했다. 일본에서 생활했던 학생도 “일본에 와서 놀란 게 주차장도 체인점이라는 사실이에요. ‘쓰키기메 주차장’이 가는 데마다 있어 처음엔 좀 황당했어요. 한국에서는 주차장이 체인점이란 건 생각도 못해 봤으니까요”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올해 동료 교수와 동행한 출장에서 이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고 실소를 했다.
‘쓰키기메’는 짐작과 달리 상호명이 아니었고, ‘한 달 동안’이란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주택가에서 한 달 이상 장기간 계약제로 자기 집의 주차장처럼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었던 것이다. 미야자키 시내의 ‘쓰키기메 주차장’이다.
긴 줄에서 마지막 위치임을 알리는 ‘맨 뒤’ 표지판
길게 늘어선 줄에 들어설 때 마지막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마지막이예요?’라고 물어보면서 끝을 찾아 허둥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영화관이나 붐비는 식당 같은 좁은 곳에서 끝을 찾는 것은 조바심을 태우게 하는 일이다. 반대 입장에서 보면 한참동안 지루하게 줄에 서 있는데 끝을 찾던 사람이 실수로 줄 안으로 새치기처럼 들어 올까봐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일본의 어느 학회장에서 본 장면이다. 주최측의 한 인사가 길게 늘어선 줄의 마지막 지점에 서서 ‘맨 뒤’임을 알리는 ‘최후미(最後尾)’ 안내판을 세우고 서 있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줄의 마지막 위치를 알 수 있었고 불필요한 신경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었다.
점심식사를 겸한 학회의 강연장이 여러 군데였기 때문에 줄도 여럿이었고 팜프릿과 책자가 가득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서 줄의 마지막 위치를 찾아 다니자면 여간 마음이 분주하지 않을 형편이었다.
여러 군데의 ‘마지막 안내판’ 중에서 짧은 줄을 쉽게 찾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니까 전체적으로 질서 있고 능률적인 유능한 기회력을 보여주었다는 이미지를 가지도록 했다.
긴 줄의 마지막 지점에서 ‘맨 뒤’임을 알리는 ‘최후미(最後尾)’ 표지판.
창문을 통해 운전 모습이 보이는 일본의 전철
일본에서 경험한 전철은 우리와 사뭇 달라 보인다. 전철 기관사의 운전석과 일반 승객실 사이의 문에는 조그만 창문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전철이든 하나같이 그 창을 종이로 가려놓아 운전석과 소통을 할 수 없게 원천 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창문을 통해 승객들이 운전기사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지하철 운행 시에 졸음 운전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또 혹시라도 있을 기관실에서의 돌발 사고도 승객들이 감지할 수 있으니 편리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실이 아닌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진은 지상을 달리는 일본의 열차이다. 시원하게도 여기는 아예 기관사의 운전석이 유리창 너머로 훤하게 보여 시야가 확 트여있다. 승객들은 확 트인 전면의 유리창으로 다가오는 경치를 구경하며 목적지를 간다.
정차할 때 버튼을 눌러서 들어가고 나오는 일본의 전철문
도쿄 변두리의 한 역에서 전철문이 열려있는 곳으로 타는데 옆의 문은 닫혀 있다. 필자가 타려고 하는 차문은 열려 있는데 말이다.
전철문은 출발할 때 출입문은 닫으면 전부다 닫히고 열면 한꺼번에 열리지 않는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다시 쳐다본다. 자세히 보니 출입문이 닫혀 있으면 문옆에 부착된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서 승객이 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문 안팎에는 개폐용 버튼이 각각 달려 있었다. 들어가고 나올 때 문이 닫혀있으면 버튼을 눌러서 해결하는 것이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필자처럼 어리둥절한 것이다. 자세한 설명문이 부착되어 있지만 그냥 타다보니 처음 보는 시설에 당황스럽다.
겨울철에 오랫동안 전철이 서 있을 때 차문을 다 열어놓고서 차내에서 기다리다 보면 바깥에서 밀려오는 찬바람 때문에 고생스럽다. 하지만 이 전철에서는 이같은 문제는 해결되었다. 따로 문을 닫고서 기다리면 되니 말이다. 들어오는 승객은 자신이 열고자 하는 차문의 버튼만 눌러서 열고 오면 된다.
사진 속의 열린 전철문에서 학생들이 친구와 대화하고 있고 그 옆의 문은 닫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열차 문 개폐방법을 고안한 편리한 시설을 꼭 소개하고 싶다.
열차 안의 편리한 음료수병 받침대
일본은 원래 자동판매기가 다양하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콜라,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 종류보다는 녹차 음료수가 다양한 종류로 나와서 잘 팔리고 있다.
그들의 한 손에는 언제나 플라스틱 녹차 음료수가 들려 있다. 지금이라도 일본의 열차를 타면 옆 사람이 차(茶)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차 마시는 것은 그들 생활의 일부분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버스, 열차 안에는 음료수 병을 흔들리지 않게 둘 수 있는 공간을 언제나 마련하고 있다. 의자 옆이나 유리창 옆에다가 항상 조그만 받침대를 설계하여 차를 상식하는 그들만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필자가 체험해 보니 이같은 받침대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올려 두기가 매우 편리하다. 시설을 최소한만 튀어나오게 하여 디자인이 섬세하고 편리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우리도 이용하였으면 한다. 거창하고 큰 받침대보다 작고 있는 듯 없는 듯하여 아담한 이런 받침대가 열차 내의 제한된 공간을 살려준다.
더운 여름 문안 인사를 하는 ‘날씨 안부 엽서’
일사량 증가로 무더위가 전국에 번지고 있다. 며칠째 35도를 넘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구름이 적고 태양이 강렬한 날씨로 인해 다들 더위를 호소하고 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니 가마솥 더위를 실감한다.
오래전 일본 오카야마(岡山)를 한 달 간 방문하였을 때 대단한 여름 날씨를 경험하였다. 아마 요즈음 우리 날씨 정도일 것이다. 대학 실험실이나 식당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하여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신문 광고면에는 신년 인사나 크리스마스 인사처럼 무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라는 인사를 싣고 있어 처음엔 의아했다.
그리고 여름에 쓰는 안부 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도 배달되었다. ‘더운 여름 문안 인사를 한다'는 뜻이다. 아마 일본에서는 이런 무더운 날씨에 대한 카드인사가 일반적인가 보다. 오사카의 한 인쇄소에 내걸은 ’여름 더운 때‘의 뜻인 ’쇼추(暴中‧서중) 엽서‘ 인쇄의 홍보물을 보면서 우리의 살인 더위도 빨리 물러가길 바란다.
'생맥주 자동판매기'도 있어요
일본은 자동판매기 천국이다. 음료, 분식, 생필품, 완구, 의류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자동판매기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쌀을 파는 자동판매기가 있어 참 신기하다고 여긴 적이 있다. 이제는 우리도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다양한 종류의 자판기를 우리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자판기가 탄생해 소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는 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동판매기의 천국인 일본의 그것을 따라 잡지는 못할 것 같다.
사진은 서서 먹는 우동 전문식당에서 본 '생맥주 자동판매기'다. 생맥주를 호프집이나 생맥주전문점에서나 접할 수 있는 우리들로서는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맥주 자동판매기는 냉장고에 차게 보관된 맥주잔을 꺼내서 ‘중’과 ‘소’로 구분되어 있는 동전 주입기를 선택해 동전을 넣는다. 친절한 설명대로 맥주 나오는 곳에 올려놓고서 버턴을 누르니 시원한 생맥주가 흘러나온다.
워낙 인건비가 비싸서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면 그만큼 인건비를 줄여 가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길들여 진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원하는 양을 선택해 우동을 먹으면서 생맥주 한 잔씩을 들이킨다.
일본 ‘고려마을’에 있는 ‘달걀 자동판매대’
도쿄 서부의 신주쿠역에서 개인회사가 운영하는 철도인 사철로 40여 분 타고가면 고려역(高麗驛)이 나온다.
사이타마현 히다카(日高)시, 이곳에는 고려소학교, 고려중학교는 물론이고 고려역, 고려신사, 고려산, 고려왕조, 고려공장 등 우리에게 사라진 고구려가 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1300년 전 세월로 타임머신을 타고간 느낌을 받는 곳이다. 일본에서 ‘고려’라 함은 우리의 ‘고구려’를 뜻한다.
이곳 고려마을에서 유명하다는 ‘카토(加藤) 양계장’이다. ‘맛있으며 선물로 최적이고 또한 천연미네랄이 들어가 있어 건강에도 좋다’는 내용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려’란 글자사진을 찍기 위해 양계장 주위를 기웃거리니 주인이 상점 안에서 나와 생달걀 하나를 먹어보라고 한다.
사지 않는다고 해도 접시를 주면서 억지로 권한다. 우리의 ‘고려’ 땅에서 나는 달걀이라 그런지 따뜻한 맛을 느낀다.
양계장 입구에는 처음 보는 ‘달걀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다. 달걀까지 파는 자동판매기가 등장했으니 일본은 과연 자동판매기 천국인 셈이다. 자동판매기에서 사면 달걀 한 묶음에 우리돈 약 2400원 정도다.
대마도에 흘러든 한국 농약병
대마도(對馬‧쓰시마)는 제주도보다 작은 섬이며 울릉도의 10배 정도 면적이다. 한국에서 아주 가까운 위치이므로 우리와의 교류가 많다.
몽고군 침입유적이 있는 코모다하마(小茂田浜) 신사 근처의 해안가에서는 사진에서와 같은 한국산 음료수 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과의 인적교류 뿐 아니라 쓰레기까지 쉽게 흘러오니 정말 가까운 섬이라 생각된다. 그 속에는 우리나라 농약병도 발견되니 관광객들이 관광 중에 버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조류에 떠 내려온 이런 병들을 보면서 사람이 그어 논 국경선으로 인해 심리적 거리는 먼 곳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가까운 이웃 섬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자석이 있어 보온병 중간에 붙여 놓은 전기 플러그
오사카의 한 호텔 방에 비치된 찻물을 끓이는 포트이다. 일본은 어디나 호텔마다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 플러그를 꽂으면 물이 끓고 티백이 곁에 있으므로 차를 마시기에 좋다.
자세히 보니 전기 플러그가 보온병의 중간에 붙어 있는 것이 이상했다. 전기를 꽂는 위치가 아닌데 다시 한번 보니 플러그가 딱 달라 있다. 그것은 자석을 이용한 것이었다. 누구나도 이것을 본다면 무릎을 칠 것이다.
전기기구를 사용할 때 플러그를 챙겨야 하는 것이 항상 불편했다. 플러그가 바닥에 떨어지면 찾아서 사용하기가 성가시다. 이 보온병에는 전기코드에 자석이 있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사진과 같이 보온병의 적당한 위치에 코드를 붙여 놓고 있다. 편리한 발상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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