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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언론사 연재물 등

세무서장의 무게

by 자한형 202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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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의 야전사령관 세무서장의 무게/최찬희

서기관. 공무원 직제상 고위공무원단의 진입을 준비하는 영광된 자리다. 옛날부터 서기관부터 고위직 공무원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나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했다. 직업공무원으로는 최고의 자리인 고위공무원단(3급 이상)의 진입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는 공무원사회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이기도 하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참여정부에서 직급 통폐합을 위해 2006년에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가급과 나급으로 구분하는 현 제도가 완성됐다. 고위공무원단 급은 1급 공무원으로 중앙부처의 차관보, 실장, 외청이나 차관급 처의 차장을 맡는다. 고위공무원단 ''급은 2급 또는 3급 공무원으로 중앙부처의 국장을 맡는다.

국세청 서기관은 다소 특별하다. 흔히 국세행정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린다. 일선 국세행정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국세행정의 집행을 통해 납세자와 직접 교감하는 모든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다. 국세청장의 세정철학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납세자와 현장에 전파되고 실적으로 구현되느냐는 오로지 야전사령관인 세무서장들의 지도력에 달려있다. 국세청의 업무 지침을 충실히 집행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고민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다. “원도 한도 없이 일에 매진했을 때가 서기관이었다는 성공담이 가장 많은 자리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세무 행정의 핵심 포스트이다.

세무서장은 출신(공채, 특채, 행시 등)및 나이별로 균형 있게 분배되어 신구조화를 보여준다. 올 하반기 서기관 승진자 29명에서도 보듯이 3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다만 세무대학 출신들이 국세청의 주류 인맥으로 자리 잡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행시 출신은 56회가 서기관으로 등극을 시작했고 9급 출신도 승진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문의 영광을 누리게 된 서기관들은 세무서장의 보직이 주어지면서 본격적인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경쟁의 지옥 열차에 탑승한 것이다.

세무서장을 야전 사령관이니 세무공무원의 꽃이니 별칭이 붙는 것은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세무서장 발령을 받게 되면 기관의 장으로 누리게 되는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먼저 4급직급에 해당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집무실과 비서 그리고 관용차가 지급된다. 기관장으로 관내 주요 행사에 초청받는다. 따라서 인맥이 다양하게 넓혀지게 되며 타 기관과의 교류 등을 통해 업무추진의 사고가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장점만큼 책임에 따른 중압감도 만만치 않다. 서내 직원들의 근태와 복무상태를 확인 점검하고 민원이나 외부 사정기관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하는 부담도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최근 세무서장의 책임과 역할은 같은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시대의 흐름이자 역사가 만들어지는 사연이다. 대체로 과거에 비해 세무서장의 권위가 추락했다는 하소연이 자주 들린다. 과거에는 세무서장은 권위의 상징이었다. 명령과 상명하복이 절대적이었던 시절에는 세무서 직원들의 생사여탈 권을 쥐고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세무서장의 눈치를 살피며 소위 모시기에 최선을 다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세무서장이 출근하면 간부들이 현관에 도열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면 서장의 외부 스케줄을 확인하고 대기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업무추진비는 관내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소위정보비로 사용될 정도로 외부 인사들과의 교류가 많았다.

현재는 배려소통을 기관 운영의 으뜸 덕목으로 꼽는다. 대부분의 서장들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직장 분위기 조성에 역점을 두고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쁘다. 대부분의 업무추진비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쓰인다. 각과 별 회식이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업무추진에 있어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소통에 쓰임으로써 진정한 업무추진비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서장님을 모시기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전 직원이 힘을 합쳤다면 지금은 서장이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세무서장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세행정의 큰 물결이고 역사의 흐름일 것이다. 국세행정의 선진화와 의식의 전환이 가져온 사회 문화적 충격일 것이다. ‘4의 물결로 표현될 만큼 새로움으로의 진화로 해석될 것이다. “세무서장이 된다는 것은 관리자로서 직원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거들먹거리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일선 직원과의 진심 어린 소통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서기관 승진자들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강민수 국세청장의 당부는 국세행정 변화와 세무서장 역할변화의 일단이 축약되어 있다.

세무서장은 세무행정의 야전사령관으로 중요한 직책만큼 고위공무원단으로의 비상을 준비하는 출발의 의미가 있다. 세무 행정의 최일선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조직 운영의 묘수를 익히고, 납세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나름의 세정철학을 정립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세무서장으로 능력을 발휘하면 지방청이나 본청의 기획 부서를 거치면서 다시 한번 능력을 검증받는다. 고공단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고공단에 이름을 올리면 언제라도 국세청 최고 별의 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9급 공무원부터 출발하는 경우 서기관승진이 대체로 50 중반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고공단의 문이 열려있다. 특히 강민수 국세청장의 인사 스타일로 보아 능력만 보여준다면 언제라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감히 단언컨대 승진자의 커리어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앞으로 더 행복하고 좋은 순간이 계속 올 것이다.” 서기관 승진자들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강민수 국세청장의 축사는 국세 공무원들에게 희망의 큰 울림이었다. 특히 늦깎이 서기관 승진자들에게 더 없는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국세행정의 핵심인 세무서장. 첫 야전사령관의 임명장을 받은 미래의 세무서장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국세청,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눈물겹지만 근로자의 아픔은?

올해는 연말정산이 더 쉬워질 것이다. 국세청이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리보기 서비스를 통해 챙겨야 할 서류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나 환급받을 수 있게 되는지,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니 편리할 수밖에 없다. 국세행정은 나날이 발전한다는 느낌이다. 그것도 납세자에게 편리하고 유리하도록 개선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는 정말로 훌륭한 납세 서비스 행정이다. 연말정산을 쉽고 편하게 안내 해주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정도다. 그런데 연말정산을 하는 2월까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절세전략까지 안내 해주고 있다. 혹시 이해하기 어려울까 봐 구체적인 사례까지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13월의 월급을 한푼이라도 더 챙겨주고자 하는 국세청의 노력은 고맙고 황송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한 장면이고 매우 아름답다.

국세청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은 마냥 좋아하기도 힘들다. 정치판(세법)이 정한 기준대로 강제징수 해놓고 잘못 거둔 세금 돌려줄 때는 온갖 조건과 증빙을 첨부토록 한다. 아무리 수탈이 세금의 근본이라고는 하나 당하는 근로자들은 가슴에 천불이 날 수밖에 없다. 복잡 다기화한 세상에 간단한 세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억울하게 부당한 경우를 미리 막아보자는 취지의 이런저런 연유가 쌓이다 보면 저절로 복잡해지기 일쑤임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런대로 그래도 세법을 좀 더 단순화시킬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국민의 대표들이 할 일이다.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가 법이라면 과오납된 원천징수에 대한 환급도 납세자 부담을 없애야 한다. , 걷어간 국세청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환급해 주는 것이 형평에 맞는 처사일 것이다. 적게 받고 많이 받고보다 알아서 공명정대하게 돌려줄 것은 돌려주고, 받을 것은 받는 행정은 왜 안 되나? 국세청이 자랑하는 빅-데이터니 AI도 이럴 때는 무용지물인가? 근본을 따지자면 세법이 잘못 만들어진 탓이지만 덤터기는 국세청이 지게 되는 모양새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전자정부가 기본이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산화가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이다.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어 우리의 손바닥 안에서 처리될 정도다. 정부 내 각 기관과 부동산정보(등기소), 금융정보(금융감독원 산하 각 금융기관), 의료정보(각 병원 및 의료보험 자료), 교육정보(교육부 산하 모든 학교) 등 모든 정보가 이미 모두 전산화되어 있고 국세청의 빅-데이터망과 연결이 가능할 것이다. 여타의 정보들도 기관 간 협조를 통해 필요한 납세 정보를 모두 국세청 빅-데이터에 모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별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입력하면 모든 수입과 지출 금융거래 내역이 확인되고도 남는다. 얼마를 벌고 어디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방대한 정보에서 누락 되는 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관행적으로 근로자에게 증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유리 지갑. 보통 근로자 소득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그래서 탈세는 언감생심이다. 사업소득이나 자산소득에 비하여 턱없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리 지갑이라고 하는 세금을 확실하고도 넘치게 떼어가면서 불편하기까지 한다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쉬운 예로 강남에 집 한 채밖에 없다는 이유로, 소득이 없다는 명분 아닌 명분에, 소득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학문적 이유로 세금을 합법적으로 안 낸다. 그런데 일 년에 집값이 1억 올랐다네, 2억 올랐다는 소리를 들으면 먹은 것이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연봉보다 많이 벌었는데 세금도 안 내는데 나는 뭔가? 나는 어디 있는 누구인가? 코인으로 수십억을 벌고도 세금 한 푼 안 낸 국회의원도 있었다는데. 몇 만원 돌려받아 보겠다고 혹시 놓친 증빙서류가 없는지 살펴보고, 따져보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불현듯 서러움이 복받치기도 한다. 불쌍한 백성.

서민을 위한답시고 온갖 정책들과 법안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자신들의 인기를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울뿐인 지원책들에 넌더리가 난다. 최저시급 받는 근로자에게 무슨 세금을 걷는다는 말인가? 13월의 월급이네 연말정산 해서 낸 세금 돌려 받았네해 봤자 다 소용없는 헛지랄들이지 싶다. 그저 나를 지켜달라고 뽑은 정치인들의 정치 놀음에 멍든 가슴만 덩그러니 남을 뿐. 국세청의 연말정산을 위한 납세 서비스가 눈물 나게 고맙다가도 볼썽사납고 부아가 치미는 이유다. 제발 부자들에게 더 걷고 불쌍한 백성들 좀 더 보듬자.

더 나쁜 지식인들도 있다. 그들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고리타분한 옛날 이론을 들먹이며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최저한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유식한 체를 한다. 이런 유식한 자들일수록 종합부동산세가 너무 과하다” “코인에 대한 과세가 시기상조다” “금융투자세를 폐지해야 한다등등. 부자 감세에 열을 올린다. 경제 정책이나 조세정책을 단편적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 세금만큼은 자산소득에 중과하고 근로소득은 가장 가볍게 해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고 하지만 최저시급으로 입에 풀칠하는 불쌍한 백성들에게는 애초에 세금을 걷지 말아야 한다.

국세청의 국세 통계를 보면 2022년 귀속 근로자의 숫자는 총 2053만 여명이다. 이 가운데 소득세를 납부한 인원은 66.4%1363만 여명이었고, 33.6%690만 여명의 직장인들은 세금을 안 냈다. 급여 수준이 낮고, 각종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등이 뒤섞여 있는 근로자 소득세 과세체계 상 면세근로자가 된 경우다. 이들도 면세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법에 전한 각종 공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이다. 세법에 규정된 감면을 받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최저시급에 연동하여 근로소득 면세점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2022년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의 소득 고점이 연봉 3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음은 최저시급의 경우 과세 실익이 없음이 확인된다는 의미다. 따지고 보면 최저시급 근로자에게 거둬들이는 세금에서 행정비용(홈택스를 통한 각종 서비스, 우편 안내 및 핸드폰 문자 안내 등)과 근로자의 스트레스를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반문하게 된다. 근로소득 면세점의 조정이 보편적 복지의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재산과 권력 그리고 명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소시민을 보살피는 것이 복지의 출발이어야 한다. 세금은 복지의 선봉이다.

그래서 국세청의 근로소득 연말정산 서비스가 눈물겹게 고맙지만, 생산성 낮은 행정이라는 아쉬움이 먼저 와닿는다. 근로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와 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몹시 불편하게 보인다. 미리보기 서비스도 모두채움서비스도 힘들기는 매일반이다. 서류 제출하라는 경리직원의 재촉은 영혼을 어지럽힌다. 어제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통장에 국세환급금이라고 입금됐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만세를 불렀다. 꿈이었다. 언젠가는 이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환급금이 발생하게 연봉이 오르면 금상첨화다. 이것이 소시민의 삶이다. 소소한 행복이자 희망이다. 난장판 같은 국회를 보면 그나마 기대할 곳은 국세청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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