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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언론사 연재물 등

27가지 장면

by 자한형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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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표결 전에 읽는 윤석열 정부 몰락 27가지 장면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돌아보면 윤석열은 정말 이상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쓰고 나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논란이 되자 "연세 많으신 이웃주민이 써줬는데 안 지워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 번도 아니고 확인된 것만 세 차례였다. 누가 써줬는지도 말이 계속 바뀌었고 안 지워진 게 아니라 지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몰락의 결정적인 장면 27가지를 살펴봤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202331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했을 당시 사격 자세를 취한 모습.

202331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했을 당시 사격 자세를 취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관련사진보기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결국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삽도 못 떴다. 고속도로가 휘었는데 알고 보니 김건희 땅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일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석열 당선은 2022310, 취임은 2022510일인데 524일 개편안이 등장했다.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치 공세라며 백지화를 선언했고 아직까지 방치된 상태다.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빙의 승부"라며 재벌 총수들을 끌고 세일즈 외교를 다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 한국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 고문이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보력의 실패였다.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왜 사기를 꺾느냐"는 질책이 있었다고 한다. "예스맨들에 포위돼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예산이 2년 동안 5744억 원이었다.

최종 발표를 사흘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회식을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미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이 20229월 미국 방문 도중 회의 직후 한 말이 방송을 탔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고 외교통상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국익을 자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도록 했고 "뭐가 악의적이냐"MBC 기자의 질문이 무례하다며 도어 스테핑을 중단했다.

윤석열은 정작 '새끼들' 발언을 사과하지 않았다. '바이든'이라면 미국 의회가 '새끼들'이 되고 '날리면'이라면 한국 국회가 '새끼들'이 된다. 명예훼손 소송 재판부는 MBC에 정정 보도를 명령하면서도 "바이든과 날리면 가운데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159명이 죽었다.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에 윤석열이 이런 말을 했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진표(당시 국회의장)를 만난 자리에서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망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김진표도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야 공개한 사실이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태원 참사는 좌파가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없다>를 쓴 정혜승(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네 가지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첫째, 정부는 역할과 책임을 부정했고 둘째, 수사만 하고 조사는 없었다. 셋째, 피해자들의 연대를 방해했고 넷째, 피해자들을 방치했다.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 당한 굴욕 외교

윤석열이 최대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한일 관계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첫째,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을 3자 변제 방식으로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쓰비시 등 피고 기업들은 배상 책임에서 빠졌고 일본 정부의 사과도 없었다. 20233월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했지만 그 나머지 절반은 채워지지 않았다.

둘째,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삭제하는 데 합의했다. 박물관 한 구석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만든 게 성의 표시의 전부였다. 전쟁 범죄의 흑역사를 묵인해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도식이 열렸는데 강제 동원은 언급조차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이 있는 이쿠나이 아키코(일본 외무성 정무관)를 일본 대표로 내세운 건 외교적 결례를 넘어 도발에 가까웠다.

셋째, 오염수 방류도 허용했다. 7년이 걸릴 거라 했다가 30년으로 늘었다가 "적어도 30"으로 다시 늘었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 말도 나왔다. 오염수는 일본이 방류하는데 한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내보낸 것도 논란이 됐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들 정종건이 이런 말을 했다. "나라 없이 억울하게 끌려가 일했는데 나라가 있는데도 억울하다."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새만금 갯벌 매립지에 4만 명이 텐트를 쳤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열사병이 속출했다.

샤워기는 5000개가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됐고 급수대도 278개에서 120개로 줄었다. 그늘도 없고 의료 시설도 부족했다. 편의점에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70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무엇보다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엉망이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회를 주도했어야 할 스카우트연맹을 소외시키고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회를 망쳤다는 지적이다.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왜 늘 시민의 몫이어야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부랴부랴 조기 폐막과 함께 K팝 콘서트를 급조했고 아이돌 그룹을 동원해 '국풍 2023' 관제 행사로 마무리했다. 김순덕(동아일보 논설위원)"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420억 원을 들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1년 뒤에야 준공됐다.

국정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윤석열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충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병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사단장이 구명조끼도 주지 않고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해병대 상징인) 붉은색 티를 입으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국가가 보상을 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받아본 윤석열이 격노했고 갑자기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임성근(당시 사단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 박정훈(수사단장)이 애꿎은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알고 보니 임성근이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의 '선수'였던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골프치는 사이였고 이종호가 "내가 VIP에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VIP가 윤석열인지 김건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종호의 허세였을 수도 있지만 윤석열이 왜 그렇게 임성근을 감싸고 돌았는지 밝혀지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김건희라는 의혹도 있었다. 윤석열이 휴가 중이었고 발신 기지국은 한남동이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 사건은 원점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윤석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8월이고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가 구속된 건 202111월이다.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이 사건은 사실 관계가 상당 부분 확인돼 있다. 이종호는 "윤석열과 김건희 결혼 이후 김건희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주가 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36차례에 걸쳐 문자 또는 전화를 주고 받았다.

김건희와 최은순(윤석열 장모)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증권사 직원이 "2650원이 될 때까지 매수하겠다"고 보고하자 김건희가 "알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 윤석열은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 사실 공표가 된다.

'주포''선수'에게 "12시에 33008만 개 때려 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김건희의 계좌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미리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됐고 다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는 모습 서울의소리유튜브 갈무리관련사진보기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하고

최재영(목사)이 김건희에게 준 뇌물은 세 차례다. 첫째,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둘째, 40만 원짜리 위스키와 책 8. 셋째, 300만 원 상당 디올 백 등 대략 520만 원어치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부정청탁 금지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최재영은 청탁을 했다고 자백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문제 없다는 결정을 내린 뒤 국민권익위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양심에 반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과도 비교된다. 조국은 딸이 받은 장학금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유죄 선고 받았다. 다른 혐의들과 함께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될 상황이다.

KBS와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당시 KBS 앵커)"외국 회사의 조그만 파우치"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박장범은 KBS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반발하는 직원들을 피해 새벽에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10. 김건희 지인 찬스로 몰아준 수상쩍은 수의 계약

하루라도 청와대에서 잘 수 없다며 관저를 옮긴 이유도 앞으로 밝혀져야겠지만 일단 수상쩍은 돈의 흐름이 있었다.

김건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의 행사 후원사로 참여했던 21그램이란 업체가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는데 입찰 공고 이후 낙찰까지 세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종합 건축업 면허가 필요했는데 자격도 안 됐고 공사비가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뛰어올랐는데 정작 준공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감사원이 18개월 동안 감사를 하고도 이 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윤석열의 검찰 선배라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김건희가 도배지나 수도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

11. 철지난 이념 논쟁 부른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육군사관학교가 뜬금없이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없애고 간도특설대 장교를 지낸 백선엽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도 징후적 사건이었다.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공산 세력과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범도 흉상 철거는 나종남(육사 교수)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윤석열은 "싸우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면서 "사방에서 공격을 많이 하는데 그런 공격에 대해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유인태(전 민주당 의원)"윤석열의 '늦바람' 이념전쟁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지도가 안 오르는 것에 대한 원망이 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그 원망이 날 지지하지 않는 놈들은 반국가 세력 아니야? 이런 거 아닌가."

12.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딴 세상 역사관

김형석(독립기념관장)"1945년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

윤석열의 술친구라는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KBS에 나와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불이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윤석열은 외교와 안보에 편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됐다"면서 "김태효 등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냉전 시대 극우 이념 노선으로 급속히 의식화됐다"고 분석했다.

13. '건폭' 몰이로 시작된 윤석열의 폭주

민변(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노동기본권 부정이 국헌 문란과 내란 시도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건폭 몰이부터 시작해서 지지율이 떨어진다 싶을 때마다 노조를 공격했다. '건폭''건설 폭력배'의 줄임말이다.

윤석열이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한 게 20232월의 일이다. 원희룡이 나서서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비난했고 "노피아(노조+마피아)", "국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 등의 공격이 쏟아졌다. 2800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마녀 사냥을 시작했다.

인권위원회가 "정치인의 표현행위가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공론장을 왜곡하는 형태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노동위원회(ILO)의 권고도 무시했다.

월례비와 전임비를 집요하게 공격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 과장이 넘쳤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불법 하도급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14. 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한 졸업생이 입이 틀어막힌 채로 끌려 나갔다.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인 이유도 명확하지 않고 다시 늘린 이유도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 202331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줄였다가 내년 예산은 다시 30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R&D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실체가 없는 개념이었다. 갑자기 예산을 삭감하면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부는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연구비 지급 관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엄청난 혼란과 충격, 손실을 초래했다.

15. 정권 몰락을 부추긴 의대 정원 확대

지난 2,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료 대란이 해를 넘길 판이다. 일단 왜 2000명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첫째, 상급 병원 쏠림 현상. 우리나라 사람들 아프면 큰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다. 그래서 응급실 뺑뺑이에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죽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둘째, 전공의들 과로.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 78시간에 이른다. 4주 평균 주 8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52%였다. (한때 주 120시간도 일했다고 한다.)

셋째, 필수 의료의 붕괴. 지금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응급실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부족한 게 아니다. 당장 의료 대란으로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의 고집 때문에 수많은 희생을 치렀고 또 치르고 있는 중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산출한 결과 지난 9년 평균 대비 사망자가 1700여 명 늘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살 수 있었던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16. '대파 게이트''벌거벗은 임금님'의 악몽

윤석열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고 있을 수 있지만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대파 게이트였다. 윤석열이 마트에 가서 대파를 샀는데 1kg875원이었다.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3월 둘째 주까지 전국 평균은 1kg3851, 하나로마트도 2670원이었는데 윤석열이 방문하기 이틀 전부터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날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2866원이었다. 하필이면 윤석열이 찾은 마트만 반의 반값이었다는 사실을 윤석열은 몰랐을까. 이수정(경기대 교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박근혜의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17. 김건희-한동훈 '읽씹' 논란으로 보는 파멸의 징후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져 나온 김건희 메시지 '읽씹'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예감하게 했다.

디올 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1월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면 하겠다, 뜻대로 따를 테니 검토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동훈이 답을 하지 않았다.

첫째, 한동훈이 공개했을 리는 없으니 김건희가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어차피 윤석열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김건희가 사과를 했더라도 판세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굳이 둘 사이의 대화를 공개한 것은 한동훈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당 대표에서 떨어뜨리려는 계획이었을 수 있다.

어차피 사과를 하고 말고는 윤석열 부부가 결정할 문제였고 뒤늦게 한동훈을 공격한다고 해서 참패한 총선을 되돌이킬 수도 없고 이미 떨어진 지지율이 오를 상황도 아니었다.

애초에 윤-한 갈등이 아니라 김-한 갈등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김건희가 김대남(전 대통령실 비서관)을 시켜 한동훈을 공격하게 하고 연봉 3억 원의 서울보증보험 감사 자리를 준 사실도 확인됐다. 명백한 국정농단이었다.

18. 윤핵관도 못 건드린다던 김건희의 '칠상시'

돌아보면 이미 총선 패배 이후 정권 말 징후가 나타났다.

"관저에 다녀오면 다른 말씀을 하신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홍보수석 등 공식 라인이 배제됐다"는 말도 돌았다. 김건희와 예스맨들이 윤석열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대남이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용산에 십상시 같은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털어놓은 뒤 동아일보가 한남동 라인 일곱 명의 이니셜을 공개했다.

강찬호(중앙일보 논설위원)"김동조(대통령실 국정비서관)가 진짜 비서실장이라는 뒷말이 돈다"면서 "그가 왕명(여사의 지시)을 출납하면 김건희 라인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움직여 비서실장과 수석들도 모르는 가운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윤석열을 '삼촌'으로, 김건희를 '작은엄마'로 부른다는 황종호(대통령실 행정관)와 김건희 황제 관람을 기획한 최재혁(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음주운전 논란으로 사퇴한 강기훈(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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