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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설, 인터뷰 등

겁에 질린 윤석열

by 자한형 202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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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윤석열/이충재

탄핵 눈 앞에 닥치자 단말마 비명 지른 대국민담화...극우지지층에 탄핵과 구속 막아달라는 마지막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의 12일 비상계엄 사태 대국민담화는 그가 왜 대통령으로서 무자격자인지를 웅변했다. 뻔뻔하고 무능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그래서 단 하루도 대통령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임을 스스로 실토했다. 탄핵이 눈 앞에 다가오자 겁에 질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것이다.

대국민담화에서 가장 눈길이 간 것은 내란죄 '자백'이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털어놨다.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 비상계엄을 발동했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에서 유죄를 결정짓는 최우선 조건은 범인의 자백이다. 전 국민 앞에서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으니 더 구체적인 증거도 필요 없게 됐다. 모든 증거가 윤석열 가리키고 있으니 더 숨을 구석이 없다고 판단했을 게다.

비상계엄 선포가 합법적이란 변명이 얼토당토 않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명시된 헌법의 계엄 발동 요건과는 달리 야당에 대한 반감과 부정선거 음모론이 결행 동기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야당의 공직자 탄핵과 예산 삭감, 부정선거 주장 따위가 비상계엄 요건에 해당되지 않다는 사실은 검찰총장 출신인 그가 더 잘 알 터다. 법률적으로 안 되니 강성보수 세력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꼼수다.

불법계엄이 통치행위라는 궤변

사달이 나면 일단 잡아떼고 보는 윤석열 특유의 그릇된 습성도 여전하다. 담화의 상당 부분은 거짓말로 채워졌다. 윤석열은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시기도 늦췄다"고 했지만 다른 공수부대들이 출동 대기 상태였고, 사전 준비 부족으로 투입이 늦어진 사실이 계엄 투입 지휘관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는 말도 체포된 경찰 지휘부의 진술로 허위임이 확인됐다. 온 국민이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조차 부인하는 뻔뻔함이 그저 놀라울뿐이다.

윤석열이 얼마나 무능한 지도자인지도 담화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는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는데, 그 말 자체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못난 인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내란이 실패한 건 계엄을 바라보는 국민들, 심지어 군 내부의 거부감과 반발심을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을 밀어붙이다 탈이 난 게 어디 한 두번인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총선 참패가 그런 무능의 결과였다.

윤석열의 무지와 비상식은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주장에서 절정에 이른다. 우리 사법부에서 대통령의 통치행위 인정은 남북정상회담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 그 드문 사례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건 법적 상식에 속한다. 통치행위란 용어 자체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데다, 불법 계엄을 통치행위라고 주장하는 건 자신을 절대군주로 착각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윤석열은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자신의 잘못된 결정이 국내외에 얼마나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온 국민이 계엄 이후 불안감에 밤잠을 못이루고, 출동한 군인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그게 할 소린가.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외교 등 국제 신인도도 급전직하하는 현실을 모르는 건가. 그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언사에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런 황당한 대국민담회를 내놓는 데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고, 통과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거라는 믿음이 깔려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던 여당 친한계도 돌아선 마당에 탄핵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내란죄를 입증하는 숱한 증거와 증언으로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주술에 빠져 살아온 윤석열로서는 믿고싶지 않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윤석열의 담화는 한줌의 극우세력을 향해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다. 아스팔트 지지층이 들고 일어나 탄핵과 구속을 막아달라는 몸부림이다. 2021년 당시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의사당 점거 유도 발언이 아른거린다.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는데 그와 싸워줄 국민은 없다. 끝까지 과대망상에 빠진 그에게 남은 건 쓰라린 고통뿐이다. 환각과 망상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과분한 기대겠지만.

윤석열의 궤변, 기로에 선 국민의힘/ 이재웅

'계엄 형식 빌린 비상조치'라니위험천만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7112초 담화 이후 닷새 만에 국민 앞에 섰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저를 뽑아주신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무력으로 헌법기관인 입법부와 선관위를 침탈하고도 반성은 커녕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위험한 대통령이라는 심증은 굳어진다.

눈길을 끈 대목은 비상계엄을 해석하려 한 부분이다. 탄핵에 대비해 법적투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애당초 국방장관에게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비상조치'라는 대목은 마치 유신헌법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떠올린다.

헌법과 법률에는 비상계엄 발동의 요건을 엄격하게 나열해 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의 형식을 빌린 비상조치라는 궤변으로 자신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국정마비의 망국적 비상상황"을 정당화하려 한 것처럼 보인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란 대목에서는 통치행위 개념으로 맞서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법률싸움으로 돌파구 모색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

지난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는 계엄군의 모습. 박종민 기자

설사 정당한 비상계엄 조치일지라도 국회에 군을 투입하거나 국회 진입을 막아서는 것은 위법,위헌적이며 내란죄의 성립요건에 해당한다는게 현행 법체계이다.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게 있냐?"고 변명한 것도 과거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국회의사당을 무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한 사실에 대해 대법원이 국헌문란이자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남긴 것에 배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병력투입 이유로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알리고,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며 국회해산이나 기능마비를 위한 게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에 반한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직후 전화를 걸어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고, 홍 전 차장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대통령의 육성 지시를 받은 뒤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자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실토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결단'을 내린 또다른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시스템 관리 문제를 꺼냈다. 지난해 하반기 북한의 해킹 공격을 계기로 선관위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면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주장했다. 극우단체나 보수 유튜버들이 주장해온 총선 부정선거설에 매몰돼 있음을 반증한다. 선관위 서버를 무단으로 확보한 뒤 계엄사 합수부 수사 등을 통해 여소야대 지형을 한방에 뒤흔들려는 의도였다면 소름이 끼친다. 선관위는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선관위, 윤석열 대통령 주장 일축"조작 불가능". 연합뉴스

채상병 사망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의혹 등으로 인해 당시 각종 여론조사는 이미 4.10총선에서 여당 참패를 예측한 바 있다.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지목돼 왔었는데 스스로 반성하기는커녕 음모론에 매몰된 나머지 국회와 선관위를 겨냥해 군사작전을 감행했다니 대통령직을 하루라도 더 유지시키기엔 위험천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예산 삭감이나 형법의 간첩죄 조항 개정 문제는 협상과 설득이 작동하는 정치의 영역에서 풀 문제다. 그것이 싫다면 민심을 얻어 다수당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게 정상적인 국정운영 원리다. "위헌적 특검법안을 27번이나 발의"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엔 거듭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도 본인과 가족의 의혹에는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방패막을 치고, "(야당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삼는다면 더이상 민주국가의 지도자로 보기 어렵다.

그는 대국민담화 말미에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함께 싸울 국민보다 대적해야 할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들고 있는 윤 대통령이다. 최근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가량이 탄핵에 찬성하고, 10명 중 7명은 내란죄 처벌에 동의했다고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번 대국민담화로 사태 해결의 가닥은 더욱 뚜렷해졌다. 계엄도 불사한다는 사고체계의 소유자로부터 대통령직을 회수하는 일이다. 그것도 하루 빨리. 윤 대통령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국민불안을 해소하는 게 이 시점 정치권의 시급한 책무다.

국민의힘, 역사의 기로에 서다

6당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6당이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14일 오후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안철수, 조경태,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진종오 의원 등 6~7명이다. 지난주보다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약간 높아졌으나 여전히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여당의 '질서있는 퇴진' 논의마저 거부한 채 법적 투쟁을 선언한 만큼 헌재 탄핵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다. 12.3사태 이후 칩거하는 동안 헌재 재판관 친인척인 박선영 전 의원을 최근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한 것이 탄핵심판 대비용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14일 표결에서 탄핵안을 거부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지는 셈이다.

또한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배출한 국민의힘이 내란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원조친윤'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당명에 갖다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은 시시때때로 '당과 대통령은 운명공동체'라며 원팀을 강조한 나머지 사실상 용산출장소를 자처했다. 따라서 근원적으로는 비상계엄 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나누어져야 할 주체임에 틀림없다. 석고대죄하고 자숙하지는 못할망정 당 장악과 계파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국민의힘은 이제 역사의 기로에 섰다. 헌법을 유린하는 내란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내란죄 피의자에 대한 정치적 처분을 미룬 채 차기 대선 운운하며 이해득실만 따지려든다면 역사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030세대의 탄핵응원봉 물결을 보지 못했는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탄핵사태의 후폭풍이 향후 수 십년간 정당정치의 판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과정은 역사에 똑똑히 기록되고 기억되어 영원히 박제될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는 '질문이 문학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한강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집중했다. 그렇다. 현재도 먼 훗날 과거가 될 것이다. 훗날을 도울 지금 이 순간에 모두가 충실해야 할 때가 아닐까.

윤석열 사과 담화 속 술수독재자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박현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열어 사과하고 있다. YTN 화면 갈무리

그는 왕이 되려 했다. 2년 반의 대통령 놀이도 모자라 이젠 왕좌에 등극하고자 했다.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한뒤 왕 놀이를 하려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어떻게 국회의장과 제1·2야당 대표, 집권여당 대표, 그리고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을 잡아가두려고 했겠는가. 민주주의는 입법·행정·사법부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작동하는 정치체제다. 행정부 수장이 입법·사법부까지 장악하면 민주주의는 그날로 끝장나는 것이다. 거기다가 눈엣가시인 시민사회 인사들까지 체포 대상에 올렸다. 정적을 제거하고 저항하는 세력에는 재갈을 물림으로써 희대의 공포정치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왕이라는 표현이 과하다면, 박정희처럼 철권 통치자가 되어 종신 대통령이 되려 했는가. 이번 내란 사태는 그가 존경한다는 박정희를 흉내낸 제2의 유신인가.

이번 내란 사태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요체는 대통령이 군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과 저항세력을 파괴해 독재정권을 세우려는 공작이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의 말처럼 정말 만화 같은 얘기다. 영화 서울의 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 현실감이 있었는데 이번 내란 사건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저 멀리 1960~70년대 쿠데타로 점철됐던 남미로 돌아간 것 같다. 그날 서울의 밤은 대통령이 미치지 않고서는 행할 수 없는 정말 만화같은 얘기다.

친위 쿠데타의 방식과 내용 모두에서 그렇다.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들을 국회로 보내 유리창을 깨고 본회의장까지 진입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을 다 끌어내라는 김용현 국방장관의 지시까지 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군 지휘관들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는 거부해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제정신을 가진 이라면 이런 무모한 일을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대통령은 직접 군 지휘관들에게 전화까지 해 병력의 이동 상황까지 체크했다. 친위 쿠데타의 설계는 물론 총지휘까지 한 셈이다.

그가 비상계엄을 통해 하려 했던 일도 황당하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용현은 한겨레에 선관위에 경찰과 군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근거없는 주장을 믿고 실행했다는 건데 이미 법원과 경찰 조사에서도 객관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사안들이다. 검사 시절 자신의 장기인 먼지털이식 수사와 별건 수사로 부정선거 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상계엄 4일 만에 마지못해 사과 성명을 내놨다.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이런 말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국민들은 그날 밤 두려움과 공포에 몸을 떨었다.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집회를 금지하려 했다. 일부 국민들은 처단한다고 했다. 1970년대 암흑의 시대로 되돌리려 했다. 그런 내란 행위가 이런 얄팍한 사과로 그냥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그는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제2의 계엄 발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걸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과연 있을까. 김용현은 불과 석달 전 국방장관 후보자로 국회에 나와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을 하겠냐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으니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가 구국의 일념운운하며 비상계엄을 내리고 실패한 뒤에는 원인을 중과부적이라 했다. 이번 내란 주동자들은 이렇게 국회와 국민들을 속였다. 이들은 확신범이다. 불과 석달 전에 계엄은 우려 안해도 된다고 했던 자들의 말은 어떻게 믿으라는 말인가. 국민적 저항에 부닥친 이들이 이 순간을 모면하고자 악어의 눈물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냉정히 보면 제2의 계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내란 주동자들은 여전히 자유인으로 활개치고 있다. 김용현은 국방장관 관사에 그대로 머물고 있고, 국가방첩사령관·특수전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도 보직 해임 되었지만 일선 부대에 남아 있다. 최병혁 국방장관 후임자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김용현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인물이다. 정적들 체포에 협조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국가정보원 1차장은 경질시키려 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독재자들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스스로 물러나는 법도 물론 없다. 그것은 동서양의 역사가 말해준다. 독재자들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일시적으로 후퇴했다가 다시 공세를 펴는 전략을 폈다. 이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들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재자들은 위기의 순간에 음모를 꾸미고 정적으로부터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을 친다.”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거나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는 말은 시간을 최대한 벌어보겠다는 술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1129일 탄핵 전야에 임기단축을 발표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당시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박 전 대통령보다도 못한 말을 하고 있다. 끝까지 야당과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의 기본 중의 기본인 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는 지금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그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밤늦게까지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외쳤다. 하루라도 더 그가 권좌에 앉아있는 한 불안하니 그를 당장 끌어내리라는 것이었다. 그게 시민들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최선이라는 게 시민들의 생각이다. 정치권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이런 요구에 속히 답해야 한다.

현대 대의민주주의는 참여, 대표, 책임성 3요소로 작동한다. 자유 시민의 평등한 참여,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된 대표의 통치,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대표의 책임성을 말한다. 선출된 대표가 주권자인 시민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가족, 소수 기득권층을 위해 전횡을 부릴 때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다. 이런 책임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전제 군주정이나 귀족정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독재자에게는 시민들이 불복종과 저항권을 행사해 주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게 바로 민주주의 정치체제다.

현재 정국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갖고 있다.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걸을 때는 그를 배출한 정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의 전횡을 견제하고 통제할 일차적 책무가 바로 여당에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 정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대거 불참하고, 대통령의 내란 기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그 자신도 책임을 인정한 현 상황에서도 내란 수괴를 감싸고 있다. 탄핵은 대통령이 잘못 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합법적인 제도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들의 탄핵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잠시 권력을 유지하며 호위호식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조만간 국민들의 단죄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