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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

17. 조그만 사랑의 노래

by 자한형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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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동규 [정현법사]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A Short Love Song

Received your letter enclosing our yesterdays.

The ways down which I pursued you

Suddenly disappeared

All the other things also disappeared,

The stones who played games with us

When we were young

Are embedded now, hiding their faces.

I love you I love you, and in the evening sky all cold

The shattering cracks begin to show;

Light snow blows on the wind

A few flakes

No place, no way to land upon the earth

Awakened, trembling, float endlessly in the air.

요점 정리

지은이 : 황동규(黃東奎), Dongkyu Hwang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주지적, 감각적,

율격 : 내재율

어조 : 사랑이 깨진 것을 슬퍼하는 애상적인 목소리

심상 : 시각적

표현 : 비일상적 표현(어제를 동여맨 편지,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 '눈 뜨고 떠다니는 눈' )을 통한 언어 실험을 함.

구성 :

1-4: 사랑했던 과거와의 단절

5-7: 암담하고 끔찍한 현실 상황

8-9: 절망적 현실에 대한 자각

10-13: 암담한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

제재 : , 깨어진 사랑

주제 : 사랑의 상실로 인한 슬픔, 자유와 정의가 사라진 사회에서의 비극, 암울한 시대 상황에 대한 절망

출전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내용 연구

조그만(이별을 통보 받았으나 사랑은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화자가 처한 상황이 암담하여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부르는 노래가 조그맣다.) 사랑의 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어제를 동여맨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 사랑이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과거로 남았음을 의미한다. / 시간을 마치 형체가 있는 사물인 것처럼 시각적으로 형상화함. 낯설게 하기의 한 방식으로 '어제를 동여맨 편지',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 '눈뜨고 ~ 몇송이의 눈'과 같은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비일상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들의 이해를 방해하는 경향도 있지만, 일상화되어 버린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낯설게 하기의 기법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는 언어와 형식의 실험을 추구했던 1970년대 모더니즘 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임)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통로) 문득 사라지고(늘 그대 - 사라지고 : 단절을 선언한 그대의 편지를 받고 시적 화자는 그대와 관련되는 추억이나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길이 사라진 것은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끊어진 것인데, 길 아닌 것도 사라졌다는 것은 길이 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끊어졌다는 것으로 '그대'와 관련된 기억이나 추억도 끊어졌음을 뜻한다.) - 과거와 현재의 단절 상황 암시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어린 날'은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이며,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은 즐거웠던 기억을 뜻한다. 단절을 선언하는 편지를 받고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사랑했던 기억조차 이제는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을 뜻한다.) - 암담하고 끔찍한 현실(미래와의 단절)

사랑한다 사랑한다(사랑을 현실로 옮겨 놓고자 하는 의지),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비관적 분위기의 형성 / 암담한 사회적 상황을 상징함)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깨어진 사랑의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사랑한다고 되뇌이며 사랑을 현실로 옮겨 보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음을 뜻한다. 시적 화자의 의식은 절망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성긴 눈 날린다(화자의 작은 희망, 즉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성긴 눈'이나 '한없이 떠다니는 눈'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의미한다.) -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자각

(사랑이 실현될 수 있는 공간)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은 화자가 가지고 있는 이상이나 실현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관련된다. 따라서 이 구절은 그대와의 사랑을 다시 이룰 가능성이 희박함을 암시한다. 시적 화자의 방황을 암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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