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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건, (1928~1988)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 일상의 시어와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읽는 순간 우리들의 마음속에 신선하고 역동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詩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이 詩를 읽으면 놀랍게도 현란한 피아노 연주를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눈으로도 실제 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의 상상력은 과연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지 경이로울 뿐입니다.
십 수 년도 지난 오래 전 과천에 근무할 때 책방에 서서 이 <피아노>라는 詩를 읽고 느꼈던 신선하고 놀라운 감동, 그리고 이제는 나도 詩를 자주 읽고 한번 써보기도 해야겠다던 잠깐의 다짐이 새록새록 생각나는군요. 벌써강산이 변할만큼의 이전 일이니 세월이 참 무상합네다.ㅠㅠ 그나저나 시인이 들었을 피아노곡은 무엇이었을까요?
1980년 시집 <꿈속의 뼈>(근역서재 발간)에 수록된 작품으로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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