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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裝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銀河)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주註:
서역 삼만리 - 죽음의 세계 (극락)
파촉 삼만리 - 죽음의 세계 (저승)
육날 메투리 - 홅6가닥으로 만든 신발
은핫물 - 은하수 물
귀촉도 - 소쩍새, 두견새
귀촉도는 한자로 돌아갈 歸, 촉나라 蜀, 길 途 라는 글자로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을 뜻한다.
중국 삼국시대 유비劉備의 촉나라가 멸망했을때 진秦나라로 끌려갔던 촉나라의 충신들이 망국을 슬퍼하며 고향을 그리워했지만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들의 무덤가에서 새들이 슬피 울었는데 그 새가 바로 소쩍새(두견杜鵑새, 접동새)였다.
사람들은 그 새를 보고 촉나라 충신의 혼魂이 새가 되었다고 여겨 귀촉도歸蜀途라고 불렀으며 돌아가지 못한 혼이라 하여 불여귀不如歸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즉, 망한 고국 촉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충신들이 죽어서나마 돌아가기 위해 귀촉도가 되었다는 설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