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수필50 술 피천득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기도 하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로 알 전부이다.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고 한 숨 짓노라. 예이츠는 이런 노래를 불렀고, 바이런은 인생의 으뜸가는 것은 만취(滿醉)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백(李白)을 위시하여 술을 사랑하고 예찬하지 않은 영웅 호걸, 시인,묵객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술을 먹지 못하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름날 철철 넘는 맥주잔을 바라다보면 한숨에 들이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차라리 종교적 절제라면 나는 그 죄를 쉽사리 범하였을 것이요, 한때 미국에 있던 거와 같은 금주법(禁酒法)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벌금을 각오하고 .. 2021. 8. 18.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박완서 "날 억압하는 찌꺼기로부터 가벼워지기 위해" 또 6월이다. 올 여름을 어떻게 나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름을 날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지겨워하게 된다. 내 기억은 50여 년 전에 못박혀 있다. 마음의 못 자국을 몸이 옮겨 받아 같이 시난고난 앓는 건 나의 피할 수 없는 계절병이다. 그 해 그 싱그럽던 6월이 다 갈 무렵 그 난리가 났다. 점점 가까워지던 포성이 마침내 미아리 고개 너머까지 육박해 왔는데도 늙은 대통령은 수도 서울의 방위는 철통 같으니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빈 말을 남기고 한강을 넘어 갔고, 넘어간 후 한강 다리를 폭파시켜 버렸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포 소리가 무서워서 그 더운 여름날 솜이불을 잔뜩 뒤집어쓰고 늙은 대통령이 남기고 간 떨리는.. 2021. 8. 18. 이전 1 ···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