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해설40 8.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보았습니다 한용운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로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음으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主人)은 "거지는 인격(人格)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生命)이 없다. 너를 도와 주는 것은 죄악(罪惡)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어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야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者)는 인권(人權)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貞操)냐." 하고 능욕(凌辱)하려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 2021. 11. 27. 7.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석 by jinphil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詩人 평안북도에서 출생한 백석(1912년~1996)시인은 1930년, 19세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로 등단했다. 그의 시는 토속적인 방언으로 시적(詩的) 분위기와 맛을 한층 심화시켜 친근감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모더니즘한 느낌을 살리는 특징이 있다. 연작시 [서행시초(西行詩抄)]를 비롯하여 [사슴] [여우 난 곬족] [고야] [가즈랑집] [정주성]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등, 많은 시편들이 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2021. 11. 27. 6. 꽃덤불 꽃덤불 - 신석정 [혜강] 태양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신문학》(1946) 수록 ◎시어 풀이 *오롯한.. 2021. 11. 27. 5. 껍데기는 가라 2021. 11. 27. 이전 1 ···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