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해설40 16.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 희 성 [혜강]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일이 끝나 저물어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끝별·시인 정희성(63) 시인은 해방둥이다. 올해로 38년의 시력에 4권의 시집이 전부인 과작(寡作)의 시인이다.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시(詩)를 찾아서〉), 그의 시를 읽노라면 언(言)과 사(寺)가 서로를 세우고 있는 시(詩)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의 시는 나직하게 절제되어.. 2021. 11. 30. 15. 의자 7 의자 · 7 -조병화- {정현법사}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1964)-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낭만적, 상징적, 주지적 ◆ 특성 ① 어린 세대에게 존칭을 사용하여 자기 겸허와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함. ② 의자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세대교체라는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형상화함. ③ 평이한 시어의 사용과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 ④ 점층과 반복으로 시적 중량감과.. 2021. 11. 30. 13.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2021. 11. 27. 14. 위독 위 독 - 이승훈 - 램프가 꺼진다. 소멸의 그 깊은 난간으로 나를 데려가 다오. 장송(葬送)의 바다에는 흔들리는 달빛, 흔들리는 달빛의 망또가 펄럭이고, 나의 얼굴은 무수한 어둠의 칼에 찔리우며 사라지는 불빛 따라 달린다. 오 집념의 머리칼을 뜯고 보라. 저 침착했던 의의(意義)가 가늘게 전율하면서 신뢰(信賴)의 차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시방 당신이 펴는 식탁(食卓) 위의 흰 보자기엔 아마 파헤쳐진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쓰러질 것이다. -(1967)-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초현실적, 무의식적, 자의식적, 주지적, 비대상(非對象)의 시 ◆ 표현 : 내면세계를 대상으로 한 자동기술법 무의식의 심상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램프가 꺼진다 → 어떤 상황으로 이끄는 환기 작용 밝음에서 어둠으로.. 2021. 11. 27.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