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필 673 아버지의 망치 아버지의 망치 /정석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락방을 정리하다 신문지에 돌돌 싼 작은 봉지 하나를 발견했다. 제법 묵직한 것을 조심스레 펼쳐 보니 망치머리 두 개가 앙증맞게 싸여 있었다. 양쪽 끝이 뾰족하게 생긴 이 망치는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가시고기처럼 사셨던 진부한 삶의 흔적이다. 아버지는 가난했지만 연일 정씨 가문의 종손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계셨다. 오랫동안 맡아 오던 협촌의 이장 직함에 대한 책임감도 대단하셨다. 하루 건너 한 번씩 창말재를 넘어 읍내로 나가셨고 면서기가 마을에 출장을 나와도 더운밥을 해 대고 사거리 김순경이 와도 닭을 잡아 대접했다. 그것이 관(官)에 대한 아버지의 예의였다. 소출이 적은 농지와 거의 무보수직인 이장일은 아버지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었다. 농토를 거의 없애버린 가.. 2023. 4. 30. 이전 1 ··· 16 17 18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