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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021신춘 문예 단편소설 , 수필, 시 등 당선작137

9.막사발의 철학 막사발의 철학 복진세 (매일신문 2022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한국의 그릇에는 도자기와 막사발이 있다. 가만히 보면 생김새도 다르고 쓰임도 달라서 재미있다. 사람도 도자기 같은 사람이 있고 막사발 같은 사람이 있다. 도자기는 관요에서 이름난 도공에 의하여 질흙으로 빚어서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다. 도자기는 관상용 또는 화병이나 찻잔, 식기 등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대부분은 만들어질 때부터 용도가 정하여진다. 격식 있는 상을 차릴 때는 밥그릇 국그릇 탕기 찜기 접시며 주병 등과 같이 용도대로 사용해야 한다. 국그릇에 밥을 담을 수는 없다. 그릇 하나에 하나의 용도만이 정하여졌다. 도자기는 활용 면에서 보면 매우 편협한 그릇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깨끗이 닦아서 장식장 등에 전시되어 관상용으로 사용된다... 2022. 1. 6.
8. 플렉시테리언( 채식주의자 동아일보 당선작 중편소설 줄거리) 플렉시테리언 이안리 (동아일보 중편소설 당선작 채식주의자) 《시유는 농장을 탈출한 고지능 돼지 만화를 그려 지오가 지나쳐 온 수많은 부조리와 맞서고 있었다. 함께 가출 팸을 독립해 셋방을 얻으면서 지오의 삶은 자연스럽게 시유를 닮아갔다. 수의학과를 목표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김 선생의 눈에 들어 센터의 관리사 보조 자격을 얻은 것도 모두 시유 때문이었다.》지오는 작업에 필요한 칼을 사서 일터로 향한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지오의 오토바이에는 여러 번 붙였다 뗀 영업용 스티커 자국이 지저분하게 남아 있다. 열일곱에 가출 팸을 나온 뒤로 많은 일자리를 전전한 끝에 지오는 지금 동물 구조센터에서 일한다. 재활 관리사 김 선생의 보조 자격일 뿐이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면 구조대원이나 간호사의 역할까지 해내.. 2022. 1. 5.
7. 살아있는 당신의 밤 살아있는 당신의 밤 박민경 (세계일보 2022 당선작) 미약하지만 신호는 확실히 잡혔다.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작고 동그란 구체가 맵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산책이라도 하듯 골목 사이사이를 배회하던 구체는 어쩌다 한 번씩 멈춰 서기도 했다. 하늘이라도 올려다보는 걸까. 아니면 새나 고양이를 만났나. 나는 맵을 키워 구체가 돌아다니고 있는 장소를 확인했다. 재언 선배가 살던 동네였다. 그럼 이 사람 정말로 산책 중이잖아. 맥이 탁 풀리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거치대에 휴대폰을 받쳐두고 팩맨처럼 이 골목 저 골목을 부지런히 누비는 구체의 행방을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살폈다. 신호가 멈추면 맵을 눌러 그곳을 함께 둘러보기도 하면서. 애초에 행동거지가 불안정한 환자의 위치를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 2022. 1. 5.
6.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유영은( 문화일보 2022 신춘문예 당선작) 주말에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에서 조안의 영혼을 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너는 거기까지 가서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거냐고 물었다. 미키 귀가 달린 귀여운 컵에 생맥주를 팔길래 딱 한 잔만 마셨다고 하니 주정뱅이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너희 언니가 리지랑 있을 때는 절대 마시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언니가 리지랑 있을 때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사항은 음주 외에도 많았다. 욕하지 마라, 에이씨 소리도 안 된다, 소리 지르지 마라, 인상 쓰지 마라, 업어주지 마라, 칭얼거림의 전부를 받아 주지 마라. 리지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언니는 가족 단톡방에 당부의 말을 장문의 카톡으로 올렸다. 엄마, ..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