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포도 위를 나뒹구는 스산한 가을날에 인생일대의 관문인 수능시험을 치르느라 대단히 수고가 많았다. 예전에는 수능 한파라 해서 항상 추위가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포근한 가운데 시험 잘 보았으리라 여겨진다. 올해에는 그 인원이 여느 해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그 지긋지긋한 수험생활을 끝마치고 이제는 새로운 세계에 접어들 수 있으리라는 벅찬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들은 불철주야로 수험생의 자식을 둔 죄로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뒷바라지 해준 부모형제 등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표현으로‘입시지옥’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고 풀어졌지만 이전에는 엄청난 경쟁의 장이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차이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할 만큼 크나큰 간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군대로 치자면 대령과 별의 차이라 할 만하고 그것에 버금간다고 여겨질 듯하다. 속설에 의하면 81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전용헬기에서부터 바뀌지 않는 것이 없다할 만큼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여러분의 웅지를 마음껏 펼쳐보아야 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알을 깨는 고통과 아픔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가져오는 것처럼 이제는 생의 제2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하나의 인격체로 사람으로 어른으로 대접받게 되는 것이다. 법률적으로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자신의 책임하게 판단되고 행동하게 되고 의미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대로 가게 되는 것이다. 성인에게 허용되는 대부분이 대학생에게는 허용되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금기시되는 것도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방화시대이고 세계화 시대이니만큼 그런 것들이 별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대학생을 바라보는 시선과 고교생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직도 수능의 발표, 대학지원, 논술시험, 정시 등 여러 가지 절차 과정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해방감을 만끽하여도 좋을 듯하다. 시기가 앞으로의 시간이 아닌가 한다. 여태까지 참아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아낌없이 후회 없이 해보고 맛보고 느껴보는 자유로운 해방의 기분을 맛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입시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여행을 해본다거나 읽고 싶어 했었던 책을 독파한다거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본다거나 등등을 원하는 바대로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만사를 마음껏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이 밤새도록 게임을 해보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에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엄연히 사회질서가 있고 공공의 안녕이라는 것이 있으며 도덕률이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성인의 기본은 자기행동에 대한 책임에 그 근간에 있다. 모쪼록 이 좋은 기회에 약간의 일탈이나 해방감을 만끽하는 것도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틀과 범위 또는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전의 기억을 되돌려 보면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도시의 제일 번화가에서 제일 번화한 다방이나 커피숍 같은 곳에 갔다. 몰론 가기 전에 여러 가지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것은 제일 비싼 담배 한 갑과 일회용 라이터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준비 후에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의기양양해한다.. 어른이 다된 것처럼 성인으로서의 폼을 잡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가씨에게 호기롭게 커피를 주문하고 그 쓰디쓴 커피를 맛보며 황감해했다. 담배를 처음 피우는 호기로움을 갖게 된다. 제법 먼저 담배를 배웠던 녀석들은 그것을 자랑하고 여유롭게 담배연기를 품어대고 깔깔거렸다. 그 당시 담배는 필터를 빼내고 나서 두 개비를 연결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피워보기도 하고 도넛 모양의 연기를 뽀끔뽀끔 만들어내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담배를 여러 개피를 입에 물고 피워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기침을 해댔고 괴로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 졌고 그러한 것이 어른이라도 된 것인 양 으스대기도 했다. 시내번화가를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보기도 하고 막걸리 집에서 과한 음주로 취해보기도 했다. 급하게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고 음주 후유증으로 길거리에 토사물을 게워내기도 했다. 그리고 고고클럽을 들어가서 몸을 흔들어가며 고고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낯선 여자들과의 부킹을 시도하기도 했을 만큼 치기도 남아있을 정도였다. 과연 그러한 것이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고 해방이기도 했었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시발이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가까운 근교로의 여행도 떠나 마지막 학창 시절의 끝맺음을 제대로 하기는 했다. 어떻게 보면 그 시절이 가장 때 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의 세계였고 맑은 영혼을 가졌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듯도 했고 ‘세상아‘ 내가 간다.’라고 외치며 세계로 나아가는 듯도 했다. 분명한 것은 그 입시라는 것이 인생의 한 전환점이었고 맥(脈)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에서 극명하게 생의 방향들이 바뀌기도 했다. 어떤 이는 실패와 좌절을 맛보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성취를 맛보기도 했다. 그것은 인생의 한 단면이고 한 고비였지만 무척이나 중대하고 기념비적인 순간이고 과정인 것이다.
이제는 조그만 개울물에서 큰 강물 줄기로 접어드는 시발점에 여러분이 서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성취하였건 아니든 간에 대하는 유유히 흘러가기 마련이다. 여러분의 인생이란 방향키는 어느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 줄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대해로 나갈 마음의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다시 한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바에 치하를 드리며 여러분의 고생에 다시 한번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정말 대단히 수고를 많이 하였다.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편안히 내려놓고 황홀한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하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