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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정든 직장을 떠나며

by 자한형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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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직장을 떠나며

 

나는 ○○직장생활 33년을 마감하고 명예로운 퇴직을 하게 되었다. 청운의 푸른 꿈은 안고 20대의 그 젊은 혈기로 ○○에 처음 입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어떤 때는 지겹기도 하고, 어떤 때는 포근한 집과도 같은 사무실이었는데 막상 마지막으로 책상 정리를 하고 짐을 꾸리면서 허한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떠나는 것이 홀가분하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듯한 자유를 느낄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막상 나의 일로 부닥쳐보니 황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특히 경제사업·지도 분야 업무를 맡아 같이 일한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기만 하다. 주어진 인원과 예산으로 우리는 정말 열심히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고, 이는 우리 농업인들을, 그리고 ○○을 위한 일이었기에 긍지를 느낀다. 나는 ○○에 근무하는 동안 내내 내 아버지가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또내 아들이 ○○에 근무한다고 생각하고 성심성의를 다해 일했다. 월급쟁이 최고의 복이랄 수 있는 승진도 했다. 여기서 많은 이들과 교감도 나누고 선배와 후배, 그리고 지역 ○○ 직원들, 여러 기관 및 고객들 이제는 업무상으로는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지난 아득한 세월이 이제는 하나의 아스라한 추억이 되고, 그동안 ○○ 생활을 하면서 보람되고 기뻐했던 날은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있다. 후회스러운 날들이나 모든 싫은 기억을 저편에 남겨두고, 이제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담금질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은 두렵고 긴장되지만 자기계발을 위해 그 두려운 마음을 딛고 새로운 도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토끼 같은 새끼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지만 세월의 굴레는 벗어날 길이 없는 듯하다.

그 동안 물심양면으로 나를 위하여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 동료, 후배 직원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또한, 나의 허물을 이해하고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떠나가는 자가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 직원, 동인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업무 처리다. 직원 여러분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엄정한 업무처리를 해야만 만사 불여튼튼이다. 기본과 원칙에 맞

지 않는 편법적 업무처리는 꼭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수많은 유혹과 마음의 갈등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항상 흔들리지 않는 보고로 간직해야 할 지표 같은 것이 기본과 원칙이라는 것이다. 법규와 제 규정에 따라 순리를 쫓은 업무처리는 언제나 조직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 될 것임을 깊이 명심하시기 바란다.

둘째, 자기 계발에 대한 노력이다. 이것은 직장인으로서 필수적인 사항이며 평생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항상 자기의 업무능력과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보다 밝은 내일을 보장받는 길이다. 우리는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능력을 갖추어 가는 것은 조직인으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셋째, 베푸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감사하며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하고 성심을 다한다면 결코 힘든 것도 아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적선지가 필유여경이라고 했다. 그 의미는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기쁨이 넘친다는 말이다. 항상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다 보면 그것이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며 때로는 손해 보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삶을 사는 데 무척 보람된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큰 산을 오르는 길은 산의 동서남북 사방에서 시작된다. 산을 오르는 동안 여러 갈래의 갈림길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은 오르기 쉽고, 잘 닦여진 편안한 길로 오르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쉽고 빠른 길로 산을 오르는 방법도 있고, 없는 길을 개척하며 힘들 게 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오르는 것이 현명한지는 모른다. 다만 자기의 길을 소신대로 가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아쉬움과 미련은 있지만, 대하의 앞 물이 밀려나듯 후회없이 거대한 강줄기에서 떠나간다. 아무쪼록 다시 한번 성원해준, 그리고 자애롭게 대해준 모든○○동인님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며, 직원 여러분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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