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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가을이 오는 길목의 결혼식장에서

by 자한형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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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길목의 결혼식장에서; 시와 수필마당

요즘은 바람이 많이 선선해지고 있다. 햇볕도 따사로워져 가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모두의 마음은 고향의 푸근함을 덤뿍안고 돌아와 일상에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오곡백과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어야 했는데 워낙 일찍 추석을 맞다보니 과일도 풋과일이고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햅쌀을 구경하

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기후의 현상으로 인해 폭우가 쏟아졌고 서울 한복판 강남이라던 곳이 수해피해를 입을 만큼 큰 재난이 있은 연후의 명절이라 스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백일홍이 만개해 있는 가을날에 따사로운 햇살이 며칠간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농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한 하늘의 은총에 감사가 절로 인

. 들판에는 고추잠자리가 맴을 돌고 있고 나무위의 매미소리가 지나가는 여름을 못내 아쉬워 하는 듯하다. 새들도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을 반기는 흥겨운 노래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엊그제부터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겨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 언제 여름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할만큼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전력

대란이 빚어져 국가적인 홍역을 치룬 바 있다얼마 전 결혼식을 서 너 번 다녀왔다. 청첩장이 매주 오고있는 상황이 되다보면 인간관계가 잘 되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의 사유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되 지갑이 얇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이리라. 의금도 일반예식장이면 얼마를 하든 별 부담이나 무리가 없는데 호텔 등에서 치러지면 상당히 부담이 간다. 그런 부분이 한달에 두 차례 정도이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정성을 다해야 할 듯 한데 매주 연속되고 어떤 경우에는 한날에 중첩되는 경우도 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 것 또한사실이다.가장 간명한 것은 축의는 하되 직접 가는 것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필요한 요령일 수도 있다. 또는 통상적인 축의만을 표하고 식사를 하지 않고 나오는 것도 한 방편이 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한번뿐인 결혼식이고 혼주의 상황에서도 일생에 몇 번 아닌데 최대한 정성을 다하고 싶을 것이다. 제대로 내방객에 대한 성의를 최대한 보여주는 것 또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소중한 휴일 하루가 결혼축하로 다 보내버리게 되니 고식적이고 일상적인 예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등장하기도 한다.이벤트가 벌어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어 하객들에게 파안대소를 유발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주례가 읽어주고 서약을 받는 혼인서약문을 신

랑 신부가 직접 서약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사랑의 맹세문을 읽기도하고 편지를 낭독하기도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식이 끝나면 이벤트에는 신랑이 신부를 등에 앉혀놓고 팔굽혀펴기를 5회 실시하라고 한다. 그리고는 내려갈 때 신랑이 봉 잡았다를 연호하고 올라갈 때는 신부가 땡잡았다를 소리높이 지르게 한다. 어떤 경우에는 만세삼창을

시 키기도 하고 체력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르기도 한. 짓궂은 사회자의 요청에 의해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여 어색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기도 한다. 참으로 자유분방해졌다. 주 이색적인 결혼식의 한 예를 소개하면 양가 아버지가 공동으로 주례를 서고 인생선배로서 편지글 한편을 교대로 읽어주는 것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색적이고 좋은 방법이라는 후일담이 있었다고 한다. 생선배로서 아들 며느리에게, 한편으로는 사위 딸에게 해주고 싶은 주옥같은 글을 직접 들려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속의 핵심적인 내용의 한 구절은 인생을 오래도록 산 연륜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화끈하게 살지않는 부분에 젊은 혈기에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참된 뜻을 평생 새겨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원래 옛날의 결혼식은 해가 지는 시간에 했었다. 신랑은 사모관대를 하

고 신부는 원삼을 입고 족두리를 써고 연지곤지를 찍었다. 신랑은 한 번 절하고 신부는 두 번 절한다. 신랑은 양이고 신부는 음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준비되는 것이 기러기이다. 이 기러기는 절대 다른 배우자를 찾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분명한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고 조직의 생리와 원리원칙을 거스르지 않고 대열을 잘 지어서 이동하기도 한

. 마지막으로 언제든지 기러기는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그런 것처럼 사람도 유산을 남기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기러기를 결혼식장에 올려 놓는 것이리라. 다음으로는 뒤풀이 정도로 행해졌던 게 신랑의 발바닥을 패는 것이 있었다. 신랑이 귀하게 자란 신부를 데려가는 데 그만한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고 곱게 기른 신부를 내어 주는 장인장모의 아

픔을 헤아리게 해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또한 발바닥을 맞은 신랑의 발바닥을 치료해 주는 신부에 의해 두 사람의 부부애가 살아나고 애정이 도탑게 새겨질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속설에 의하면 병원을 인연으로 해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상당히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배우자를 간호한다던가 하면서 엮어진 경우에는 그것이 결

혼으로 연결되는 확률이 상당하다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이다처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총각이 얼떨결에 그 현장에 있게 되었다. 물론 서로에게 약간의 호감은 있었고 서로 아는 사이였으리라. 그런 상황에서 보호자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남자가 여자의 간호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도타운 정을 가지게 되

어 결국은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고 맺어짐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사는데 천생연분인지 어떤지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예전 결혼식의 초점은 장모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얘기를 풍속전문가의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다. 20여년을 고이 기른 딸을 보내는 장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쓰라리겠는가를 생각해서 절차와 의식이 진행되었다고 한. 3일간의 신행도 그 장모의 아픔을 좀 더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와 딸의 별리를 그나마 완충작용을 거친 연후에 이별하게 하는 것에서 선인들의 지혜와 혜안이 번득임을 실감할 수 있었. 요즘에야 아예 바로 식이 끝나자마자 신혼여행을 가버리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는 듯하다.

인륜대사인 결혼식의 풍속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음에 세태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인륜대사에는 결혼과 장례의 두 가지가 있다고 한. 결혼은 부모가 치루어 주는 것이고 장례는 자식이 부모를 보내드리는 것이다. 가을은 대개 춘분부터 동지 때까지를 일컫는다. 인생의 출발이 결혼이라면 이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기도 한 셈이다. 요즘 세상은 하도 결혼을 늦게 하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있다.하지만해도후회하고하지않아도후회한다면그래도 한 번쯤 해봄직 한 게 결혼이 아닐까한다. 젊은 사람들의 결혼이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고 예전과 같은 진중함 엄숙함이 퇴색되어감에 회한이 인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를 결혼시킬 정도의 시기가 되면 집

의 가재도구를 다 새롭게 장만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그런가 하고 물었다. 그 답변은 그런 것이었다. 며느리될 사람이 인사를  하러 오면 집안을 둘러보고 가재도구를 유심히 살펴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에 맞추어서 아버님댁에는 이런저런 가재도구가 있는데 우리도 그것에 비교형량해서 적정한 것으로 해야한다고 부모님께 설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가재도구나 살림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책을 잡힌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리라. 한때는 과다혼수 등으로 해서 사회적 물의를 야기 하기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결혼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고 의미있는 절차이어야 함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푸르른 가을 하늘은 세계최고의 절기요 풍요로움이가 득한 때이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는 새 신혼부부에게  하객의  축복 속에 행복과 축복이 영원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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