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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비오는 날의 체력단련

by 자한형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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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체력단련

 

 

모처럼 만에 날짜를 잡아서 체력단련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오랫동안의 가뭄 끝에 내린 비여서 단비였고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비였다. 시원한 한줄기 청량음료 같은 비였다. 예보한 대로 비는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12명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체력단련 장으로 갔다. 얼핏 들은 얘기에 의하면 군 장병들의 체력단련 장으로 만들었던 곳을 군에서 운영하다 그 운영행태가 여의질 못하자 그것을 민간에 위탁해서 관리를 맡겨놓은 상태라고 했다. 정규 홀이 아닌 9홀에 그치고 있었고 카터도 없는 상황이어서 순전히 걷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가 그렇게 심하게 쏟아지는 형태는 아니어서 그런대로 운동을 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고객들을 상태로 카터를 운용할 것인가를 설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80%의 응답이 카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이어서 하는 수 없이 카터가 없는 골프장이 되었다고 했다. 비용도 일반에 비하면 엄청난 저가였고 낮은 비용이었다. 대부분의 전국 군용 골프장은 카터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침식사도 거른 채 운동부터 시작했다. 골프를 치면서 댈 수 있는 핑계는 수도 없다고 했다. 어쨌거나 티오프는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운동이 전개되었다. 처음에는 비가 내려 바람막이 옷을 입기도 했으나 비가 그쳐 벗고 있으면 다시도 빗줄기가 굵어져 재차 입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잔디의 상태가 여러 가지 제반여건은 일반 정규골프장에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하고 있는 듯했다. 그늘 집에서 국밥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휴식시간이 좀 있는 때에는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환담을 나누었다. 이제는 머리도 희끗희끗해졌고 장년이 다되어 있었다. 한 친구는 며느리를 봤다고 했으니 곧 할아버지가 될 날도 머지않은 듯 했다. 거의 30년 전쯤에 후보생으로서 훈련을 받던 장소라고 해서 다시 한 번 추억에 젖고 감회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때 당시로서는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과정의 한 단면이었고 기억이 새로웠다. 3월말에서 6월초까지 12주간을 훈련 받았었는데 자고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뛰고 또 뛰었던 기억이 가장 고역에 속하는 부분이었다. 12주간 뛴 거리를 환산한다면 수백 킬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얼굴의 피부가 세 차례나 벗겨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다. 그 때 당시 훈련을 받을 때에는 돌아서면 졸리고 배고프고 피곤해 했었다. 보리의 싹이 막 움트고 있던 시기였었는데 그 수확기가 언제쯤 올까 하고 암울해 했었다. 수확기가 되어야 임관을 하게 되고 그곳을 떠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희망이었고 목표점이었던 때였었다. 이제는 먼 추억담으로만 남아 있게 되었다. 지금은 골프장으로 화했지만 그 때에는 각개전투를 했던 교장 같아 보이기도 했고 사격장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영천시 고경면이라고 하기도 했다. 체력단련장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에서의 운동이라 무척이나 신기했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행은 3개 팀으로 나뉘어 경기에 들어갔다. 뙤약볕의 뜨거운 열 기속에서의 운동보다도 간간히 빗줄기를 맞으면서 하는 운동도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약간의 문제는 있었다. 인근에 축사가 있는지 분뇨냄새가 계속적으로 나는 부분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캐디언니의 얘기로는 그래도 냄새가 덜 나는 편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운동을 마치고서는 샤워를 하고 식당에 모였다. 맥주를 한잔씩 따르고는 건배를 했다. 식사용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한 친구가 종업원에게 아줌마라고 했다고 혼 줄이 나기도 했다. 아가씨를 아줌마라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동기생 중에 한명이 국방부 산하 기관에 군무원으로 근무 중이어서 용케도 예약이 가능했었다고 한다. 앞팀에서는 연속버디가 나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이도 있었다. 중간 팀에서도 연속의 버디는 아니었지만 간헐적으로 두 차례에 걸친 버디가 있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우의를 돈독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았다. 참으로 진귀한 경험을 하게 해준 동기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이제는 장년에 접어들어 노후를 걱정해야할 때가 된 듯했다. 한 친구는 두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는데 연간비용이 거의 2억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참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 했다. 지난봄에도 꼭 같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에는 너무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인근의 스크린 골프장에서 운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운동도 하고 정분도 나누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았다. 무더운 여름날에 즐겁고 신나게 운동을 했던 경험은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겨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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