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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비오는 날의 소묘

by 자한형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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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소묘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음에도 불운한 조짐인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일행과 차에 앉아 전화를 기다리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조바심이 나서 곧바로 전화를 했다. 안성에서 출발해서 횡성 둔내까지 가야 했다. 일죽까지는 국도를 가서 일죽IC로 접어 들었다가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여주부근에서 조금 정체가 있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내일까지도 비가 내린다고 얘기를 했지만 일단 골프장까지 가서 결정을 하자는 말씀이었다. 골프의 규칙 중에 하나가 어떤 불상사가 있더라고 골프약속은 깨지 않는 것이 철칙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폭우속의 운동은 별 의미가 없을 듯했다. 일단은 호기롭게 출발을 했다. 운동을 하고 하지 않고 하는 것은 그곳에서의 기상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하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번 펑크를 내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어 오명을 떨치게 된다. 불온한 마음을 안고 일단은 그곳까지 가기로 했다. 우천 탓인기 그런대로 길은 순조로웠다. 830분에 출발한 것이 주효한 탓에 목적지에는 2시간쯤 후에 도착을 해서 예정 시간에 비해서는 일찍 도착을 했다. 11시정도 였었던 시각이었다. 골프백을 내리는 것은 보류해 두고 로비로 들어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곧바로 순차적으로 연이어서 멤버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팀은 동탄에서 오는 길이었고 또한사람은 춘천에서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오랫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회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전혀 우리의 초조함과는 상관없이 줄기차게 퍼붓고 있었다. 2개팀이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한팀만 운동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세가지 부류가 있었다. 첫째는 아예 운동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팀이었다. 둘째는 일단은 시작을 해서 9홀까지 쳐보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관두는 팀이었다. 셋째는 물속에서 우중에 전라운드를 소화하는 팀이었다. 한팀은 라운딩을 하기위해 필드로 나갔다. 나머지 팀은 골프장입구에 있다는 스크린 골프장으로 향했다.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골프장과 같은 코스를 선택해서 운동에 들어갔다. 15개를 잡아주고 1위는 그냥 치는 것으로 했고 2위는 자기 게임비를 내는 것으로 하고 3위는 1위의 게임비까지 내는 것으로 되었다. 한사람은 인도어에서 스윙연습을 하는 것으로 했다. 결과는 라운딩이 끝나고 결정이 되었다. 일단 숙소로 가기로 해서 성우리조트라는 곳으로 가서 방에서 좀 휴식을 취하고 있었더니 곧이어 운동을 한 팀이 돌아왔다. 무척이나 힘든 라운딩이었던 것처럼 여겨졌다. 속옷까지 온전하게 젖을 정도였고 돌풍까지 불어 힘들게 운동을 한 것 같았다. 그래도 스코어상으로는 선전을 한 모습이었다. 정비를 좀 하고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면사무소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두고 고깃집에 들어갔다. 명성에 걸맛게 상당히 우수한 고기를 주었다. 미리 양해를 구했다. 1등급이라고 했다. 그래도 고기 맛은 일품이었다. 주최하신 이의 이곳에서의 근무시절 얘기를 들으며 환담을 나누었다. 주관하시던 이가 양주를 가져왔다. 시바스리갈 18년산이었다. 소주잔에 가득 따르고 건배를 하였다. 술잔을 권하고 주거니 받거니를 하며 라운딩에 관한 소회를 들었다.

그리고 30여년전 초창기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일화들을 들려 주었다. 처음 발령을 화천으로 받았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나와서 또다시 횡성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했었다. 그곳에서 사모님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니 횡성과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었다. 고향쪽 보다 강원도쪽에서 근무한 것이 더 길었다고 했었다. 이제는 명퇴후 임원을 거치고 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니 누릴 수 있는 복락은 다 누린 셈이 되었다. 이제는 좀 쉬실만도 하건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뵙게 되니 더욱 신망이 두터워 지는 듯 했다. 인도어 골프장의 그물망이 찢겨져 나갈 정도의 돌풍이 불었으니 그 속에서의 라운딩은 정말 힘들었으리라 여겨졌다. 캐디도 남자가 했었던 모양이었다. 내일에도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상당히 기분은 고무되어 있었다. 한팀은 저녁에 귀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한팀은 숙소로 가고 본인은 모팀장의 차를 얻어타고 귀로에 올랐다. 가는 길에도 비가 내리고 있어 제대로의 속력을 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춘천에서 온 친구도 곧바로 귀가하고 말았다. 여태까지 여러번 라운딩을 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물론 워낙 비가 내려 카트를 탔다가 취소된 적이 있어 그때도 일행과 인근의 스크린을 가서 라운딩을 하고 만 적도 있긴 했었다. 가장 기분좋은 것은 라운딩을 끝내고 나오는 데 그 순간에 비가 오는 경우에는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는 것이다. 라운딩 도중에 비를 만나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심한 비는 아니었었다. 예약을 한번 하는 게 쉬운 기회는 아니었던 듯 했다. 환갑을 넘긴 사람도 하는데 하는 핀잔도 있었다. 어쨌든 비오는 와중에 휴일하루를 멋지게 보낸 듯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이어서 그 반가움도 컸었다. 9년전에 같이 근무했었던 직원들간의 만남이었기에 다들 할말이 많았던 것 같았다. 일기가 고르지 못해 어설프게 운동을 하고 말았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었던 것 같다. 다음날에는 그렇게 심하게 비가 오지 않은 탓에 순조로운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주최하신 분은 그날 저녁에 외국으로의 출장이 잡혀 있었음에도 운동을 하신 것이어서 참으로 골프사랑이 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타의 모범이 되고 귀감이 되시는 분을 모시고 귀한 시간을 함께한 것에 엔돌핀을 샘솟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현직에서 뵐 날도 얼마남아 있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향학열에 불타서 뉴욕주립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 나가시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임원시절에도 자비로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을 수강한 전례로 비추어 볼 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임을 익히 알았지만 존경의 염이 절로 일어나게 만들어 주었고 자신을 되볼아 보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오는날에 비록 제대로 운동은 못했지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하루였음에 만족하며 기쁘게 새로운 한주일을 시작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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