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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인간의 증명

by 자한형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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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인간의 증명은 일드로 오래전에 방영된 작품이다. “어머니. 저의 그 모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 여름날 우스이에서 키리스미로 가던 길에 계곡에 떨어뜨렸던 그 밀짚모자 말이에요.” 오늘 밤 즈음엔, 그 계곡 사이로, 조용히 내린 눈이 쌓여 있겠지요. 옛날, 반들반들하게 빛나던 그 이탈리아 밀짚모자와 그 뒤에 제가 쓴 YS이라는 머리글자를 감추듯, 조용히, 외롭게. - 사이조 야소(西条八十), 모자 - 고다이바 대 관람차가 있는 팔레트 도시로 가는 폐쇄형 육교에서 한 혼혈 흑인 청년이 그 출구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가 남긴 한마디는 "스토하 (ストハ)"그의 신원을 증명할 단서는 아무 데도 없다. 여러 곳에서 여러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시다발적 사건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하나의 큰 흐름으로 만난다. 극적으로 대조되는 두 인물의 대결로 막을 내린다. 암울한 과거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다케노우치 유카타 ('므네스에' 형사역)과 마츠자카 케이코 ('켜오리 쿄코')의 연기도 훌륭할뿐더러, 특히 주인공 다케노우치 유카타의 우울하면서도 강한 캐릭터의 흡인력은 탄탄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다만, 모토미야 기자역의 나츠가와 유이의 캐스팅은 그녀의 착하고 청순한 이미지 탓일까... 침울하고 무거운 드라마에 때론 산소 같은 역할을 하다가도 때론 홀로 떠가는 부유처럼의 느낌을 준다. OST는 이 드라마에 기를 더해주는 수작(秀作). 이와 시로 타로가 음악감독을 맡은 이 OST10개 트랙 어느 하나 허술함이 없다. 끝 곡으로 사용된 가와구치 쿄고의 "A Place In the Sun"은 스티비 원더의 원곡을 재해석하기보다 충실히 재현하고 있는 편이다.

"당신이 작가인 것을 증명할 소설을 써보라."라는 출판사의 제의에 사이조 야소의 "모자"라는 시를 모티브로 1976년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집필한 이 소설은 "인간의 증명"이란 동일 제목으로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가장 최근에 제작된 드라마가 이 글에서 언급한 2004년 작이다. 국내에서는 '로열패밀리'로 제작이 되었으나 기본적인 플롯을 빌렸을 뿐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한 흑인 청년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추리소설 속에 흡입되듯이 빠져버린 드라마였다. 단숨에 끝까지 보게 된 '인간의 증명'. 일드라고 해봐야 몇 편 본 것이 없긴 하지만 톱 5 중 하나로 선택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일 듯싶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불우했고 열악한 상황 아래에서 삶을 살았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렇게 되자 어머니는 수없이 많은 남자를 끌어들였다. 그런 여건 속에서 그 남자들은 어머니의 묵인하에 어린 그녀를 짓밟았다. 이 어린 소년은 그 지옥 같은 삶에서의 탈출을 위해 집에 불을 질렀고 어머니를 소살(燒殺) 시킨다. 외톨이가 된 소녀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되고 화류계로 전전하게 된다. 그러던 중 흑인 병사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된다. 그리고는 베이루트로 이민 가는 여자의 신분으로 위장해서 다시 새로운 생을 살게 된다. 유력한 실업인의 아내가 된 고오리 교코는 시장이 된 남편이 병마로 말미암아 더는 선거전에 나설 수 없게 되자 남편을 대신해서 시장선거에 나서게 된다. 그녀는 아들딸 자식을 둔 수필가로 변신해 있었다. 더할나위없이 고상한 모습으로 비치고 주목받고 있었다. 잡지사 여기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과거 행적을 뒤쫓게 된다. 베이루트로 갔던 여자는 그녀의 약점을 잡고 돈을 뜯어내게 된다. 그러다가 더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됨과 동시에 그녀를 어린 시절 돌봐주었던 할머니 한 명도 살해된 채 발견되기도 한다.

자신의 아들도 얼떨결에 범죄현장을 목격했던 한 여자를 유괴해서 지하실에 가둬두는 중에 그녀가 탈출을 도모하게 되고 추적하던 중에 추락사를 하게 되자 그녀를 암매장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유기된 시체가 발굴되게 되고 사건화가 된다. 그녀의 남편과 내연남이 필사의 추격을 통해 교토의 아들임을 밝혀내게 된다. 교코는 수사망이 자신에게 좁혀져 오자 결국 자신을 도와주었던 할머니도 살해하게 되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물로 작용하게 된 흑인 아들도 살해하는 잔혹함을 보여준다. 아들은 어머니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필사의 도망을 감행하고 자신의 가방도 던져버리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덮어버리기 위해 아들을 살해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되돌아간 므네스에는 그곳에서 교코의 옛 모습을 회상하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미군 병사들과 싸워야 했던 아버지는 집단 린치를 당한 후 그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만다. 그런데 그는 흑인 청년의 미국생활을 수소문하는 중에 미국형사의 문신에서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원수같은 이를 위해 살해될 뻔한 위기에서 그를 구한다. 그 형사는 결국 흑인 소녀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기본 골격인 이런 내용에서 이것을 미스테리적 기법으로 엮어간다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그 흑인청년이 남긴 외마디 스토하 또는 밀짚모자등의 아련한 추억들을 주인공 형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낸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잔혹할 수 있는가 하는 의혹이 든다. 아무리 명예와 부귀공명이 귀하다 하더라도 천륜을 배신하면서 그렇게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사람들을 하나씩 차례로 제거해 갈 수 있는 지에서 인간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 사람은 그렇게 파렴치한으로 묘사되고 있고 형사역의 주인공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대비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선인과 악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두 인물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원작보다 더 멋지게 표현된 극은 아주 명작으로 칭송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부분으로 내지는 존재의 증명을 위해 발버둥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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