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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조도를 다녀오며

by 자한형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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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를 다녀오며

 

무릇 사람이 땅을 딛고 자유롭게 목표한 바를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만큼 즐거움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몇 년전 출장을 가게된 조도에 다녀오면서 느꼈던 것을 몇자 적어보려한다. 사람들의 선입관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것이며 한번 그렇게 뇌리에 박혀버리면 고정관념화되기 십상이다. 상당히 먼곳이었고 오지였기에 곤욕스러웠고 가급적이면 다른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곳이 조도라는 곳이었다. 조도는 우리나라 남동쪽 끝자락의 섬 진도에서 한참을 배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하조도가 있고 상조도가 있는 데 다리가 있어 이를 연결해 놓았다. 남쪽 끝자락이다 보니 가는 데만 하루가 거의 소비될 만큼 먼 곳이었다. 다행히 휴가 성수기인 여름철이 아니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때였다. 우리일행 4명은 가는 길도 각자여서 진도 선창장에서 모일 15:00시에 만나기로 하였다. 한친구는 목포로 비행기를 타고 간 후 목표에서 지인의 승용차를 얻어타고 선착장으로 오기로 되어 있었고 또 한친구는 광주에서 진도로 해서 선착장으로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나머지는 차량을 이용해 서해안 고속도로로 목포까지 와서 진도로 내려오는 길을 이용했다.

선착장 주변에 차를 주차해두고 배를 타고 들어갔다. 아침에 출발했었는데 도착하니 오후 네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다행히 날씨는 맑은 상태였고 신우신조였는지 바람도 심하지 않았다. 배의 요동은 거의 느낄수 없을 정도로 잔잔했다. 30여분의 순조로운 항해 후에 우리는 선창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첫발을 디딛는 순간이었다. 그냥보기에는 평범한 어촌 마을의 한자락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국립공원이 되었는지 의아스럽기도 하였다. 일단은 숙소부터 정하기로 하였다. 여관급으로 있는 곳이 세곳정도였었는데 접근성 좋고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정하고 말았다. 짐을 그곳에 놔두고서는 다음으로 상시적으로 식사할 곳을 찾아 정했다. 변변한 식당도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다. 관광철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탓인지 관광객도 눈에 띄질 않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한 친구가 아침에 산을 다녀온 모양이었다. 이곳에 사는 한 아주머니를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하여 왔다. 그래서 그날 저녁 그곳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정갈하고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고정적인 식사처를 바꿔야 하겠다고 했더니 먼저 정한 식당주인에게 미안한 일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여러 가지 신경쓰는 부분이 남달랐다. 다음날에는 전체인원이 일출을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산행을 감행하게 되었다. 일찍 서두른 탓에 제대로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동해안의 일출과는 또다른 면의 일출은 장관을 연출하였다. 그곳이 왜 국립공원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다도해 속의 일출은 또다른 운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에는 하찮은 돌하나 마음대로 옮기고 집을 옮기고 하는 것등이 임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핸드폰 카메라로 한컷을 찍고는 산을 내려왔다.

 

출장을 가기전에는 그렇게 고깝게 여겼고 불편해 했었는데 막상 그런 일출을 보고나니 오지 않았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한 일이 되었을 듯 하였다. 인근에 있는 관매도가 관광지로써는 더 유명하다고 했다. 다음에는 등대를 가보기로 했다. 바람이 무척이나 세차게 불었다 등대로 가는 길도 줄기찬 바람으로 인해 순조롭지 않을 정도였었다. 외롭게 섬가장자리에 우뚝 쏟아 있는 등대였다. 묵묵히 서서 제역할을 다하고 있는 위용에 압도되었다. 여객선 한척이 지나가고 있었다. 심한 바람 때문에 일렁이는 요동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육지에서의 바람과 바다에서의 바람이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를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배속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느끼는 요동이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오래전에 진도와 육지와의 소통을 위해 광케이블을 설치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광케이블도 물살이 거친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무용지물로 화했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그 물살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주었다.

1597(선조30) 9월 정유재란때에 명량해전이 이곳부근에서 있었다. 백의종군했던 성웅이순신 장군이 다시 복귀해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맞아 통쾌한 승리를 일구어 내었던 곳이었다. 울돌목(명량)이 바로 진도와 육지사이의 해협을 일컫는 것이었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아옵니다 왜군이 저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죽고자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왜치며 전장을 지휘했던 해전사의 전무후무한 기록 2323승의 대기록을 남긴 충무공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듯 했다. 이 명량해전은 20전 때의 일이었다. 이로서 전세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고 바람앞의 횃불처럼 위태로웠던 나라를 구했다고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아침에 길을 나섰다. 한아주머니가 길옆에 생선을 팔고 있었다. 장정의 팔뚝만한 은빛을 빛내는 숭어가 너댓마리 담겨져 있었다. “그것이 얼마입니까?” 하고 물어보니 단돈 만원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획량이 풍부한 곳이구나 하는 실감을 절로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에 들렀을 때의 식당 여주인은 검은 비닐 봉지에 난을 20여촉씩 네 개를 싸 두었다. 가져가서 잘 키워보라고 말이다. 참으로 순박한 인심이었고 섬의 풍성한 인심을 가득안고 귀로에 올랐다. 그때부터 난을 키우는데 애정을 갖게 되었다. 사람의 예단이 얼마나 부질없는 가를 실감나게 느끼고 온 것이 조도를 다녀오며 느낀 바였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제대로된 실체와 진실을 알기까지에는 속단은 금물임을 실감나게 느끼고 왔다. 경험해보기전에 섣불리 만사를 고착화시켜서는 않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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