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들에게
잘 지내냐? 아들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구나. 네가 제대한 2010년 이후 이렇게 편지로 안부를 전하니 감회가 새롭구나. 네가 6월말 출국한 후 이제 거의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이렇게 소식을 전하니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도 다 지나고 내일이면 처서라고 하니 곧 가을이 올듯하다. 바람도 차가워졌고 신록도 이젠 그 푸르름을 조금씩 잃어가고 어떤 지역에는 벌써 단풍이 든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하더구나. 7월 중순에는 네 동생이 자랑스럽게 전역을 했다. 전역하기 전에 보름이상을 집에 와 있었기에 크게 실감은 나지 않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병영에서의 각종 사건․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다보니 다행스럽게 여겨졌단다. ‘윤일병 사건’이라 해서 우리사회를 발칵 뒤엎어놓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병영의 세월호’라고 불릴 정도이다. 28사단에 근무하던 윤일병이 지난 4월에 많은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다. 육군참모총장이 사임을 했고 사단장 등이 지휘책임을 지고 경질되었다. 의무병이었던 윤일병은 부사관과 병장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가해병사들은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는 중인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설도 있다. 그런 와중에 28사단 관심병사 2명이 휴가를 나와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일이 최근에 또 일어났던 것이다. 그것에 덧붙여 경기지사아들이 고참병으로 하급병사들에게 가혹행위와 성희롱을 하는 바람에 또다시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세상이 참 혼란스럽고 안타깝게 돌아가고 있다. 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군의 환골탈태하는 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곧 추석이다. 이번 추석은 다행히 열차표를 구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구나. 2014인천아시안게임도 9월에 개최된다. 7월 중순에는 네 생일도 있었는데 제대로 축하도 못해주었구나. 새삼 미안함을 전한다. 8월초에는 할아버지의 생신이 있어 네 엄마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갔다 왔다. 송원이라는 일식집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네 막내 삼촌네만 참석했다. 그리고 네 막내삼촌 집에 가서 차를 한잔 마시며 환담한 후 귀가했다. 다음날 일찍 귀경했다. 며칠 후에는 2박3일간 부부가 군산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첫날은 고창 선운사를 둘러본 후 변산의 내소사를 둘러보았다. 다음날에는 군산 인근에 있는 선유도라는 곳을 관광했다. 미니버스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리고 군산시내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이성당이라는 빵집이 있었는데 거의 70년이 되었다더구나. 아직도 손님들이 줄은 잇는 것으로 봐서 항상 성황인 듯했다. 금강하구언도 둘러보았다. 이틀째는 비가 내리는 통에 제대로 기분은 낼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휴가는 즐길 수 있었다. 다음날은 ‘계곡가든’이라는 곳에 가서 간장게장을 포장해가지고 곧바로 귀경했다.
지난주에는 담안회에 모임이 있어 혼자 김천을 다녀왔다. 역촌동 사촌형님네 차에 편승해서 다녀왔다. 할머니와 가족 친지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염소고기를 맛보았다. 올라오는 길은 무척이나 막혀 애를 먹기도 했다. 사촌형님네는 이제 39년의 공직생활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와 있는 듯했다. 네 엄마는 이번 주에 목포선원에서 수계를 받는다. 수계라는 것은 계명을 받는 것으로 제대로 불자로서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명도 받게 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다.
다음 9월부터는 네 동생이 개학을 하게 되고 네 엄마도 9월부터는 부서의 주무를 맡게 되어 무척이나 바쁜 생활을 하게 될 듯하다. 네 동생은 중고차판매점에 가서 물권을 등록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리고는 글쓰기 교습지도도 받고 있다. 8월말 경에는 제주도에 친구들과 2박3일간 놀러간다고 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빠와 엄마는 치과에 다니고 있다. 아빠는 앞니를 새로 하고 있고 네 엄마는 잇몸치료를 받고 있다. 앞니만 바꿨을 뿐인데 인상이 달라져 보인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가 대박을 내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명량이라는 영화가 천오백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민식 주연 영화인데 이순신장군의 명량해전을 대상으로 했다는구나. 13척의 배로 130척을 당해낸 세계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쾌거를 이룬 것이 화제다. 리더십의 부재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에 새롭게 이순신리더십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 나리를 버렸습니다라고 얘기할 때 장군은 임금을 위해 충성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백성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했으며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유명한 말씀을 했던 그 숭고한 뜻이 오늘에야 되살아나는 듯하다. 또 다른 하나는 얼마 전 교황이 우리나라를 다녀간 것이다. 낮은 데로 임하고 한없이 가난하고 힘없고 약한 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고자 했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 성직자에게서 우리민족은 희망을 보았던 듯하다. 교황이 탔던 승용차 소울은 매출이 60%나 상승하는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평화롭고 일상적인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경제는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제 그곳 생활도 두 달이나 되었으니 잘 적응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항상 대한민국 국민임을 명심하고 매사에 빈틈없이 처리하고 공부해서 당초 품었던 뜻과 목표를 잘 성취하고 이루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충분한 경험을 쌓고 오리라 확신한다. 우리의 이런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잘 지내고 열심을 다해 생활해서 더욱 성숙되고 자신감에 넘치는 젊은 호랑이가 되어 오려무나. 이제는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때이니 환절기에 감기조심하고 기쁨이 넘치는 생활로 호연지기를 기르는 멋진 사나이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럼 이만 줄이마. 안녕
2014. 8. 22
아빠 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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