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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마주친 100개의 인생(딴지일보연재물 등)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2

by 자한형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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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2/임권산

떠난 언니의 가족과 로베르토의 죽음

토막 낸 소꼬리는 양파, 마늘,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를 넣고 함께 끓인다. 수프이니만큼 평소 스튜를 만들 때보다 물을 조금 더 붓는다. 맛있는 수프는 너무 묽지 않으면서도 맛이 진해야 한다.

따뜻하고 맛있는 수프는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는 것이었다. 티타는 존 브라운 박사의 집 침실 창에 기대어 존의 아들인 알렉스가 안뜰에서 비둘기를 쫓아다니며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삼 개월 전, 농장의 하녀 첸차가 마마 엘레나 몰래 가져온 소꼬리 수프를 떠 올렸다. 예전 나차가 살아 있었을 때 그 맛과 똑같았다. 그 수프가 티타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 어머니 명령대로 하고 있으니까 잘 보세요! 나도 이젠 지쳤어요! 어머니한테 복종하는 데도 지쳤다고요!”

마마 엘레나는 티타에게 다가와 나무 주걱으로 티타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엄마가 로베르토를 죽였어!”

(재업) 엄마의 고집으로 언니와 결혼한 첫사랑 -1-

마마 엘레나는 자신의 사위와 티타 사이를 감도는 그 끈끈하고 묘한 분위기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결단했다. 사위와 딸을 사촌이 있는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티타의 애절한 마음을 뒤로 하고 페드로와 로사우라, 그리고 티타가 자신의 아들처럼 여기고 키운 로베르토는 농장을 떠났다. 얼마 후, 로베르토가 죽었다는 소식이 찾아왔다. 티타의 보살핌을 떠난 로베르토는 뭘 먹어도 탈이 났고 끝내는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날 티타는 평생 처음으로 마마 엘레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반항했다. 그 결과는 부러진 코와 비둘기장에 갇히는 것이었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를 정신병원에 가두려고 주치의 조 브라운 박사를 불렀으나 코가 부러진 채 온몸에 비둘기 똥과 털을 잔뜩 붙이고 있는 알몸의 티타를 본 순간 박사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극진히 보살폈다.

(재업) 엄마의 고집으로 언니와 결혼한 첫사랑 -1-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브라운 박사는 농장을 드나들며 봐왔던 티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있었다. 브라운 박사는 티타에게 청혼할 생각이었다.

결혼 전 다른 남자와의 빛나는 섹스

양파는 곱게 다져서 기름을 약간 두르고 고기와 함께 볶는다. 고기를 볶을 때 커민(카레, 칠리 등을 만들 때 그 씨를 향신료로 쓰며, 매콤한 맛이 난다) 간 것과 설탕 한 스푼을 넣는다.

티타는 양파를 다지며 울었다. 곧 존이 청혼하러 올 것이기에 맛있는 참판동고(멕시코 북부 전통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마 엘레나가 죽었다.

결국 첫사랑인 형부와 둘만 남게 되는데.. -2-

막내딸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저주가 사라졌다. 존 브라운 박사는 티타는 절대 결혼할 수 없다며 성을 내던 마마 엘레나가 죽음으로서 자신이 티타와 결혼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마마 엘레나의 죽음으로 페드로와 로사우라가 돌아왔다. 그들이 농장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임신한 몸으로 돌아온 로사우라는 티타의 두 번째 조카 에스페란사를 낳았다. 예쁜 여자아이였고 조산이며 난산이었다. 자궁을 들어낸 끝에 나온 아이는 로사우라의 마지막 아이가 되었다. 이것은 에스페란사가 가문의 전통에 따라 사랑이나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죽는 날까지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티타는 예쁜 조카를 보며 이 끔찍한 전통에 치를 떨었다.

농장 하녀인 첸차가 티타를 돕기 위해 부엌에 오자 티타는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몸단장을 시작했다. 브라운 박사가 오기 전, 십분 안에 샤워와 화장을 끝내야 했다.

두 눈을 감자 감각이 예민해져서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줄기 한 방울 한 방울이 모두 느껴졌다. 차가운 물에 닿은 유두가 돌처럼 딱딱해지는 것도 느껴졌다. 다른 물줄기가 등을 타고 내려와 톡 튀어나온 엉덩이의 둥그스름한 곡선을 따라 폭포수처럼 떨어져서는 탄탄한 다리 아래로 흘러내려 발끝으로 떨어졌다.

샤워가 티타의 불쾌한 기분을 사라지게 했으나, 온 가족이 모인 자리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존은 티타에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 주었다. 약혼이 성립되었다. 티타는 손가락에서 빛나는 반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농장과 페드로에게서 떠나고 싶었다.

존이 돌아간 후, 티타는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마마 엘레나가 목욕하던 방이었다. 마마 엘레나는 샤워실을 쓰지 않고 꼭 이 방에서 목욕을 했었다. 그녀가 죽은 뒤 이 방은 그릇실로 쓰고 있었다. 티타는 몰랐다. 페드로가 자신을 따라 어두운 방으로 들어온 것을.

로사우라는 창가를 지나다가 어두운 방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광채를 보게 되었다. 인광(燐光) 가은 청백색 빛 줄기가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고 있었다.

티타는 페드로에 대한 사랑과 그의 유혹, 둘 다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혼을 앞두고 그녀는 어두운 방에서 페드로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격렬한 섹스를 벌였다. 둘의 섹스는 빛나는 것이었고, 그 빛은 어두운 방의 창문을 통해 밤하늘로 퍼져나갔다. 그 빛을 본 로사우라와 다른 이들은 그것이 마마 엘라나의 귀신이 내는 것이라며 수군댔다.

(재업) 엄마의 고집으로 언니와 결혼한 첫사랑 -1-

과의 파혼

우선 콩은 베이킹 소다를 넣고 푹 삶아서 깨끗이 씻은 다음 돼지고기와 튀긴 돼지 껍질을 넣고 다시 삶는다.

티타는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콩부터 삶았다. 존과 티타의 결혼식을 앞두고 멀리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존의 숙모와 존을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티타는 괴로웠다. 그녀는 여전히 페드로를 사랑했고 페드로와 했던 빛나는 섹스는 티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티타가 번뇌하고 있을 때 부엌문이 열리며 로사우라가 거만한 태도로 들어왔다.

좋아. 네가 원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너는 부당하게 애인을 사귀었어. 너한테는 남자 친구를 사귈 자격이 없었어.”

그게 누구 생각인데? 엄마야 아니면 언니야?”

네가 박살 낸 우리 가족 전통에 의하면 그렇지.”

그 빌어먹을 관습이 날 구속하는 이상, 그런 것쯤은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박살 낼 수 있어.”

티타는 분노했다. 조카 에스페란사를 잊으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에스페란사 역시 자라서 자신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로사우라의 말과 태도로 보아 그것은 자명한 것이었다. 에스페란사는 티타의 딸이 아니었고, 티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화가 잔뜩 난 티타는 자신이 만든 토르티야 부스러기를 접시에 담아 밖으로 가지고 가 닭들에게 던져 주었다.

토르티야 부스러기를 먹은 닭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닭들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서로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그 광란의 추격전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닭들이 일으킨 회오리바람은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에스페란사의 기저귀부터 집어삼키더니 티타의 몸뚱기까지 들어 올려 팽개쳤다. 그리고 안뜰 바닥에는 깊은 웅덩이가 파였고, 그 속으로 닭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정신을 차린 티타는 저녁 식사 준비를 끝내고 존과 그의 숙모를 맞이했다. 그들에게 언니는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식사 내내 티타는 곧 자신이 내릴 결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으며 당혹스러워했다. 식사가 끝난 후, 기어코 티타는 존에게 결혼을 취소하자고 말했다. 존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결국 첫사랑인 형부와 둘만 남게 되는데.. -2-\

티타는 존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페드로와 나눴던 섹스에 대해 말했다. 티타는 너무나 미안해했고 존은 침묵했다. 존은 티타의 손에 키스하며 말했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모든 제약에서 벗어난 이십 년 후

호두 까는 일은 시간과 손이 많이 드는 일이므로 며칠 전부터 충분한 여유를 갖고 시작한다. 딱딱한 껍데기를 벗겨 낸 후 그 안의 얇은 껍질도 벗겨야 한다. 이때 껍질이 조금이라도 열매에 붙어 있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안 그러면 호두를 갈아 크림과 섞었을 때 호두 소스에서 쓴맛이 나서 모든 공이 허사가 될 수 있다.

이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일은 에스프란사가 알렉스와 결혼하는 날이었기에 티타는 호두를 손질하고 있었다. 티타는 이십 년의 세월을 로사우라와 격하게 대립하며 살았다. 두 여자는 일종의 계약을 맺었다. 페드로와 티타의 사랑을 로사우라가 인정하되 절대적으로 숨겨야 하며, 티타가 페드로의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되, 에스페란사는 공유하기로 했다. 단 교육은 로사우라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티타는 로사우라가 에스페란사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할 때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겨우겨우 로사우라를 설득해 에스페란사를 학교에 보냈으나 알렉스의 등장은 또 다른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알렉스는 에스페란사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존 브라운의 아들이었다.

로사우라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 즉 죽을 때까지 에스페란사가 자기를 보살펴야 한다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암사자처럼 싸웠다. 발버둥 치며 악을 썼고, 토하기도 했고 협박도 했다. 그 와중에 심각한 소화 불량으로, 사실 죽음의 진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티타는 알렉스와 에스페란사의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엄마의 강요로 남자친구가 언니와 결혼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리뷰_결말포함]

알렉스와 에스페란사

하객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입에 넣으며 티타의 언니헤르트루디스가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노래와 춤이 시작되자 모두 음탕한 생각들을 해댔다. 그들은 얼른 자리를 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급하게 사랑들을 나누었다. 다리 밑에서, 도로변에 주차해놓은 차 안에서. 강이나 계단, 약국 판매대나 옷장 등. 그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창조가 이루어진 날이었다.

엄마의 강요로 남자친구가 언니와 결혼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리뷰_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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