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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마주친 100개의 인생(딴지일보연재물 등)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3

by 자한형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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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3/임권산

티타와 페드로는 손을 잡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둘은 오랜 시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임신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몸 속에서 쾌락에 떨며 소리 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게 옛일일 뿐이었다. 둘은 기쁨에 취했고 페드로는 티타의 옷을 하나하나 천천히 벗겨 냈다. 격렬했다. 티타는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모든 게 밝게 빛나고 환한 터널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페드로의 격렬한 심장 고동이 그녀의 가슴에 부딪히는 소리가 생생히 느껴졌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추자 티타는 페드로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타는 불타오르고 싶었다. 터널 입구에서는 환한 광채에 휩싸인 페드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타는 주저하지 않고 페드로를 따라갔다. 둘은 긴 포옹을 나누고 한참 동안 하나가 되었다. 다시 절정을 느꼈다. 이제 둘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 불길에 휩싸인 페드로와 티타의 몸에서 환한 불꽃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불꽃이 담요에 옮겨 붙으면서 농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어두운 방은 격렬한 분화구와도 같았다. 돌덩이와 재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늘 높이 치솟은 돌덩이는 색색가지 황홀한 불꽃을 내며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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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이 장관을 보며 결혼식 불꽃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불꽃놀이가 일주일이나 지속되자 호기심에 농장으로 다가갔다. 농장은 몇 미터나 쌓인 재로 덮여 있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에스페란사는 불타버린 농장의 잔해 속에서 간신히 책 하나만을 찾아낼 수 있었다. 티타가 남긴 요리책이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한 필수 요소, 식욕과 성욕

우리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인간이란 다른 동물들과 많이 다른 뭔가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높은 차원의 지성이 있고 다른 고등 동물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날카로운 이성도 있습니다. 물론 짝짓기와 자손을 남기고 싶어 하는 번식 욕구 같은 공통점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동물을 연구하고자 할 때는 불행히도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동물을 동물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동물학자들조차 인간을 연구할 때는 주관을 개입시키는 오만함을 피하기 어렵다.”

-데즈먼드 모리스 , 털 없는 원숭이 -

인간의 지성과 이성, 그리고 자신의 종에 대한 애착과 우월감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냉정하며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인간도 생물학적으로 하나의 동물이라는 가장 본질적 속성을 애써 외면하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포유류에 속한 동물입니다. 조금 유별나게 진화하긴 했지만 말이죠.

유별나게 진화했다는 대표적인 예가 식욕과 성욕의 모순적인 대립을 모두 수용하는 생명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식욕을 넘어서 미각 그 자체를 위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동시에, 이와는 완전 대조적인 식욕의 통제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성욕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과는 달리 번식이 아닌 쾌락 그 자체만을 위해 섹스를 합니다. 위에 인용한 책 털 없는 원숭이의 내용에 따르면, 인간의 몸에 털이 없어진 것, 청각과 전혀 관계없이 성감대 역할을 할 뿐인 귓불이 발달한 것, 키스의 쾌감 외에는 별 쓸모없는 도톰한 입술 등, 이 모든 것이 번식으로서의 섹스가 아닌 쾌락을 위한 섹스를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식욕과 마찬가지로, 성욕에 대해서도 역시 이와는 대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족 보존 본능마저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에 의한 섹스 통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모순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 준 힘은 사회적 윤리와 체면 의식에서 나옵니다. 이런 모순된 특징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본능의 계승뿐만이 아닌 문화의 계승까지 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적 윤리와 체면 의식, 먼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와 오늘날 나의 몸에까지 배어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관습입니다. 이 관습이 때때로 나의 식욕과 성욕을 억제하게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한국 사회는 역사적 문화적 특징 때문에 다른 사회보다 관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사회입니다. 나 자신을 위한 만족보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에 대한 만족을 위해 많은 힘과 돈을 쏟게 되는 그런 사회라는 거죠. 그래서 맛난 음식이 먹고 싶어도 참습니다. 뚱뚱한 내 모습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겨도, 주변 호사가들의 뒷말에 오르지 않을 정도의 집과 직장 같은 물질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면 포기합니다. 모두 타인의 평가와 체면이라는 우리 사회의 관습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며 동시에 동물입니다. 본능에 충실한 것은 죄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맛나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허리띠를 풀고 포식할 권리와 자유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 성욕이 실행에 옮겨질 때,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나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해질 때, 내 인생은 더 즐거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우리,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솔직하게 편하게 즐기며 삽시다. 즐거운 내 인생을 위해 자신의 식욕과 성욕에 저주가 아닌 축복을 내립시다.

잔인한 관습 앞에서 고통받아야 했던 어린 소녀, 하지만 끝내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한 티타, 그녀가 차려 놓은 맛난 밥상을 서른아홉 번째 인생으로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릴 적,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등을 밤새워 읽었던 즐거운 추억이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