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이 가득했던 휴일날 오후
지난 휴일날이었다. 모처럼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다. 미리 약속이 되었던 터라 채비를 해서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냥 술자리를 갖자는 것이 아니고 색다르게 두시간쯤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항상 촉박하게 약속을 하던 터라 그렇게 여유롭게 잡은 약속이 아니었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려 했지만 휴일 오후여서 시간을 내기가 마땅치 않았다. 본래의 계획은 아들의 7개월 어학연수기간 중 보살핌을 받은데 대한 답례를 위한 자리였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최자로 여겨졌던 집사람이 감기에 걸렸고 자리에 나오기가 곤란한 형편이 되었다. 주말에도 고민을 했었다. 약속장소가 굳이 번잡한 곳에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편안한 곳으로 옮길까도 고민했는데 여의칠 않았다. 약속장소는 서대문 충정로 부근의 문화일보 앞에서 만나는 것으로 했다. 미리 사전에 지형이나 기타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서 20여분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인근을 둘러보니 마침 지척거리에 스크린 골프장이 한 곳이 있었다. 미리 둘러보고 조금있다 오겠다고 양해를 구해 두었다.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나타나지 않아 연락을 드렸더니 거의 인근까지 온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먼저 도착한 선배와 먼저 운동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조금 늦어진 분에게 스크린 골프장의 위치를 알려주고 그곳을 찾아서 오도록 해 두었다. 평일이나 주말이 아닌 휴일이었기에 스크린 골프장도 한산했다. 신발과 장갑을 착용하고 연습스윙을 몇 번 하고 있던 차에 마지막 선수가 입장했다. 운동은 두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박프로, 김프로, 이프로로 등록을 하고 게임에 들어갔다. 각자가 옵션을 설정하고 본 경기에 들어갔다. 거의 두분은 싱글 수준이었다.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어제도 했던 한분도 있었다. 겨울내 손을 놓았던 터라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경기는 두시간여만에 끝이 났다. 모두들 한차례씩의 버디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프로 박프로 이프로 순의 스코아였다. 유쾌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스크린 골프장을 나왔다. 무교동에 있는 한 한정식집을 추천하기도 했으나 전화를 하니 영업을 쉰다고 해서 당초 예정해 놓은 장소로 갔다. 자주 만나왔던 터이기에 서스럼이 없었고 여러 가지 얘기도 나왔다. 박프로님은 아들의 프랑스인 친구가 2박3일 일정으로 여행을 와서 같이 서울시내 등을 구경시키고 관광시키느라 주말을 보냈다고 했다. 얼마전에 있었던 박프로님의 모친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요양병원을 겸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2-3개월을 보냈었고 9순에 이르렀다고 했다. 현재 부산시장 특보로 있는 정특보가 조만간에 한번 모친의 묘소를 찾아 뵙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단다. 10여분을 걸어서 근처에 있는 황우촌이란 곳에 들어갔다. 나무가 있는 풍경이라는 집도 근처에 있어 그곳에 갈까 하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냥 계획되었던 대로 진행이 되었다. 먼저 차돌배기를 시켜서 운동뒤에 목마름을 해소시켜 가면서 얘기를 나눴다. 옆좌석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들어와 제법 소란스러워 지기도 했다. 김사장은 조카얘기를 잠깐 했다. 이번에 몇 년전에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다 관두었는데 이번에 현대자동차에 다시 입사를 했단다. 그런데 그 초임이 상상을 초월하더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최고기업답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서 12년차인 중견직원도 그런 연봉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면서 안타까워 했다. 박프로님의 아들은 차이나 은행 한국지점에 취업이 되었다고 했다.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갔다온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으로 보였다. 이제는 아들 딸 모두 결혼만 시키면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다음 음식은 등심이었다. 우무가사리가 나와서 그것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간단히 저녁식사로는 누룽지를 시켜서 먹었다. 그리고 그곳을 나와 광화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술집을 찾으려고 했으나 문이 닫혀져 있었다. 결국 옛추억을 되새길만한 호프집에 찾아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뮤직박스가 있었고 수없는 LP판들이 뒤편에 꼽혀져 있었다. 중후한 느낌의 DJ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급하게 음악을 신청했다. 한적했던 술집이 조금 지나자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DJ 는 낭낭한 목소리로 음악을 틀어주면서 추억을 얘기했고 사설을 늘어놓았다. 김사장이 얘기를 했다. 자신의 동기들 10명 중에 셋이 벌써 불귀의 객이 되었다고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한 선배가 추억이 되었다. 처음으로 같이 잠자리를 하던 때에 사이먼 앤 카풍클의 팝에 관한 얘기를 설명해 주었다. 어떻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모를 수 있냐고 그러면서 신기해 했다. 그둘의 화음은 정말 절묘했고 인간으로서 최상의 목소리요 하모니라고 칭찬이 자자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명곡 더 박스속에 들어있는 챙하는 음들은 실제 샌드백 치는 소리를 따와서 녹음한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팝의 세계에 빠졌었던 젊은 시절의 추억담이었다. 우리의 신청곡에는 더 로즈,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친구의 주제곡, 등 7080세대에 주옥같은 명곡들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우린 추억에 빠져 들었고 그 추억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들이켰다. 2차를 마친 우리 일행은 바로 윗층에 있는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시간을 계산하고 룸으로 들어가 한껏 목청을 돋우웠다. 배신자도 있었고 ‘나어떻게’ ‘백마강’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등이 열창되었다. 바깥으로 나와 주인장에게 혹시 도우미가 있냐고 물었더니 이곳에는 없다로 잘라 말했다. 달리 도리가 없었다. 수컷 셋이서 목을 세워 핏대를 올려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끝나고 나오니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모두들 택시로 귀가를 서둘렀다. 이제는 노후를 준비해야할 때가 다 된 것처럼 보였다. 오랫동안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생을 구가 하고 있는 이도 있었고 노후를 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르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건강에는 별 무리가 없었으나 향후에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종종 만나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자주 갖는 돈독한 관계가 줄곧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말 즐거움이 가득했던 휴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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