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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향기 (5권)

구미 동문회에서

by 자한형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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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동문회에서

 

일주일 전쯤의 일이었다. 고교동기고 대학동기인 L군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5월 넷째 목요일에 동문 모임이 있으니 일정을 비워두라는 문자였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의 동호인 방에 초청을 해 주었다. 간략하게 소개인사를 카톡방에 올리고 명함도 등재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회합을 가지는 날이 왔다. 본래는 금오산 자락의 파전집이 유력했는데 신규회원의 참석관계로 봉곡동에 있는 D횟집으로 예약이 되었다. 참석인원은 아홉명이라고 했다. 낯설과 생소한 길이고 퇴근길의 정체도 예상되어 일찍 준비해서 약속장소로 갔다. 약소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참석이 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회원들이 한두명씩 나타나더니 곧 성원이 되었다. 4년선배가 둘 3년선배가 둘인 셈이었고 나머지 3명은 후배들이었다. 선배들의 애기가 좌중을 압도했다.

회장인 선배는 8개월전부터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아주 큰 즐거움을 주고 있고 한시간 반정도 추고나면 거의 만보이상을 걸은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 옆좌석의 선배는 초기에 사교댄스를 배운다고 했을 때 극구만류를 했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충고를 한 마음에는 변화가 없는 듯 보였다. 가장 큰 고민과 스트레스는 부인과의 불협화음이라고 했다. 제대로 그 비위를 맞추고 조화롭게 화합해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한 후배가 얘기했다. 자기에게 한 동서가 있는데 그 동서 사례를 전했다. 그것이 해결책의 절반 쯤은 될 수 있을 것이란다. 그 친구는 오로지 주말 이틀간은 매사를 집사람이 하자는대로 무조건 수용한다는 것이다. 일체의 토나 이의를 달지않고 복종하고 순종한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자면 무턱대고 데려다 주고 무엇을 먹을까라고 하면 먹고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고 그것을 먹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인이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집사람이 하자는대로 해서 손해나는 것은 없고 골치아플 것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도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등에는 제약이 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회장님은 여러 가지 인생사의 우여곡절을 겪었고 산전수전을 다 경험했었고 사업도 실패해서 어려움을 당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인생역정을 겪은 것으로 실토했다. 모임에 참석을 위해서 포항에서 이곳까지 올라왔다고도 했다. 자신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실패사례에 관해서 어느누구보다더 잘 컨설팅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 셋을 다 서울로 보내 공부를 시켰으니 그것도 내세울만한 공적이었다. 일에 파묻혀 전혀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해 자녀들에게도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과 부인에 대한 미안함은 큰 회한으로 남았다. 경제적으로도 향후 2,3년간 2-3억정도 모은다면 충분히 노후를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다음은 또다른 최고참 선배님의 얘기였다. 평소 가족간의 대화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대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나름대로 가족간의 대화에 익숙해지고 공감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제 다들 출가를 시키고보니 모든 대화는 시어머니와 하게 되고 아들들의 대화상대도 항상 모친과 속닥속닥하니 참 불만이 많다. 그래서 젊은 후배들에게 충고하고 조언하고 싶은 것이 젊은 시절에 가족들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었다. 선배의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며느리는 세종시에서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주말이면 세종시로 내려와 주말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신세란다. 그러자 동기녀석이 한마디 거들었다. 자신도 그렇게 가족과의 대화를 위해 그들이 쓰는 용어도 배워가며 딸들과 많은 대화를 할려고 했고 카톡을 통해서도 수시로 얘기를 나누고 공감하려고 애를 썼지만 성이이 되고나니 아바와는 완전히 등을 돌려버리고 대부분의 대화는 엄마와 소통이 이루어지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남편에 헌신적이지도 않고 오로지 자식을 위해 애쓰고 헌신하고 애태우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를 살았으니 그것을 탓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다. 자식들의 성취에서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꿈의 실현을 보게 되고 대리만족을 경험하기도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 번째 선배의 얘기는 40대에 페러글라이딩에 취미를 가졌단다. 그리고 거의 10여년에 걸쳐 전국 곳곳을 돌며 글라이딩을 하러 돌아다녔단다. 이제는 그것도 접고 색스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단다. 자신의 IQ얘기를 했다. 동기생들 중에서 최고의 지능지수를 가졌단다. 그런데 더 높았던 이는 자신의 남동생이었단다. 156의 천재 수준이었단다. 치과대학에 진학해서 의사로 생활하고 있단다. 때때로 동생은 농땡이를 피우기도 했지만 작심을 하고 공부를 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단다. 어린시절 부산 최고의 초등학교라던 교대부속초등학교에 다녔단다. 그러면서 그는 고적대에 가입해서 활동하기도 했단다. 집에서는 공구상 같은 것을 했었는데 집안에 한쪽 벽면이 모두 LP판으로 꽉 차 있을 정도였단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적이었단다. 그러니 음악적 감각이 어린시절부터 터득이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단다. 요즘 이렇게 음악을 듣다보면 그것이 전부 계명화 되어 되살아난다고 하니 음감을 타고났다고 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경북대 음대의 유명 교수로부터 색스폰을 사사받았고 하루에 열시간 이상씩을 연주를 했으니 이제는 어느정도 경지에 올라왔단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금오산 자락에서 2시간정도씩 야외음악회 연주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선배는 나처럼 처음 회합에 오신 분이었다. 한전자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에 내려왔고 내년 7월이면 만 60세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단다. 홀로 내려와 근무하고 있고 주말부부생활을 하고 있단다. 월요일 아침 6시에 사당역에서 출발해서 월요일 출근을 하고 금요일은 오후 3시쯤 퇴근버스가 상경해서 사당역에 내려주는데 6시에서 630분경에 도착이 된단다. 예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술도 마시고 했으나 요즘은 다 각자 활동한단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나고 해서 색스폰을 배워볼까 생각 중이란다. 동기회 산악회의 산악대장을 역임할 정도로 운동 등에는 특별한 일가견이 있었다. 다음주쯤 선배가 운영하는 음악학원에 찾아서 상담을 받을 요량이라는 얘기였다. 차라리 드럼을 배우는 것이 낫지않을까 했는데 드럼은 타악기라 좀 음감이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음악학원 운영선배님의 사모님이 처음에는 색스폰을 하다 힘드니까 드럼을 배우다가 요즘은 다시 바이얼린에 취미가 붙어 그것을 배우고 있단다. 써클의 보컬멤버로 활동해서 수십년간 드럼을 쳐온 후배는 조만간에 부산에서 연주회가 있다는 소식도 전해 주었다. 동기 친구의 베이스 기타 연주 전력도 우연찮게 얘기가 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두달에 한번씩 회합을 가지면서 돈독한 친목관계와 두터운 우의를 가진 듯 보였다. 일행은 다음 회합을 위해 인근 당구장으로 몰려갔고 일부는 귀가를 서둘렀다. 아주 짧은 시간의 회합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고 많은 부분에서 배울 것도 많았고 느끼는 점도 컸었던 듯하다. 모든 회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이어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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