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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향기 (5권)

구인사

by 자한형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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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지난 8월 초순이었다. 휴가를 냈다. 본래 휴가는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홀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큰아들은 이미 필리핀을 다녀온 후였고 작은아들은 친구들끼리 가는 계획이었으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 집사람은 연수기간중에 외국까지 다녀온 터라 휴가의 휴자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홀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 집사람을 출근시킨 후 곧바로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냅다 달렸다. 단양군청을 목적지로 삼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고는 갔다. 신록의 푸르럼은 날로 더해가고 있었고 무더위는 유난히 더운 날씨였다. 한줄기 빛같은 소나기가 절실했다. 거리상으로는 200키로미터 남짓이었다. 소요시간도 거의 두시간 반이었다. 충북지역이었고 생소하고 낯선 고장이었다. 단양팔경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으나 직접 가 본 적은 없었다. 예전 연수원 근무시절 한 직원이 승진해서 발령받은 곳이 단양이었던 것만이 유일한 인연이었다. 인근에 소재한 곳이 제천이긴 했다. 두시간여를 달려 그곳에 도착을 했다. 다시 목적지로 설정한 곳은 구인사였다. 단양에서 또 한참을 더 가야 하는 곳이 구인사였다. 35키로미터쯤 되었다. 점심도 굶은 채 계속 더 전진해 보기로 했다. 단양 읍내를 지나 가는 곳에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었다. 도도한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렀다. 강변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더니 곧 구인사로 이정표가 나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두고 걸어서 올라갔다. 입구쯤에는 특이하게도 버스터미널도 나왔다. 수시로 봉고차들이 오르락내리락을 하면서 신도들을 실어서 날랐다. 구인사는 유서깊은 절이었다. 천태종의 총본산이었다 많은 휘하 사찰을 거느리고 있었다. 최고 위 건물에는 상월조사를 모시고 있었다. 천태종의 맥을 다시 이은 이였고 1966년에 구인사를 세웠던 인물이었다. 만명이 들어가는 법당도 있었고 주경야선의 기치아래 낮에는 스님들도 농사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아주 가파른 언덕위의 양쪽으로 법당들이 즐비해 있었다. 맨 위 법당을 올라가는 길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져 있었다. 우리나라 사찰의 3대 종단이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이었다. 아무튼 한참을 올라가서야 겨우 최정상에 있는 법당에 당도할 수 있었다. 신도들이 모습이 여기 저기에서 관측되었는데 대부분 나이드신 보살님들 이었다. 사진도 몇장찍고 간혹가다 셀카도 찍으면서 그곳을 돌아다녔다. 가파른 지형이라 오르내리는 것이 보통일이 아닐 듯했다. 상월조사는 강원도에서 태어난 이였는데 65세에 열반에 드셨다고 했다. 다비식을 한 것이 아니고 석곽에 매장을 해서 묻혔다고 했다. 절구경을 다 마치고 내려와 식사할만한 곳을 찾았으나 여의칠 않았다. 일단 길거리에서 파는 복숭아를 한박스 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한강을 따라서 내려오던 참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다행히 차속이었기에 비를 피할 수는 있었다. 한참을 달려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도담삼봉이었다. 단양팔경 중의 하나였다. 단양팔경은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도담삼봉, 석문이다. 조선초기의 삼봉 정도전이 이곳에 와서 풍류를 즐겼다. 그는 호를 이곳 도담삼봉에서 삼봉을 따서 그의 호로 삼았다. 가장 가운데 우뚝 쏟은 봉우리가 장군봉(남편봉)이라고 한다. 좌측은 첩봉(딸봉)이라고 하고 오른쪽은 처봉(아들봉)이라고 한다.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본 남편을 미워하는 본처의 형상을 하고 있단다. 단양 군수를 지낸 퇴계선생은 도담삼봉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단다. “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에는 저녘놀이 드리웠네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어울어지더라.” 퇴계선생은 이곳에서 군수로 재임하기도 했고 형님이 도 관찰사가 되시자 단양군수로 부임한지 9개월만에 풍기군수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상처한 이후 두향와의 연정이 싹튼 곳이기도 했다. 두향은 퇴계선생에게 매화를 보냈고 퇴계선생은 마지막 유언까지 매화에 물을 주라고 했을 정도로 매화를 아꼈다. 두향은 퇴계선생이 풍기군수로 떠난 이후 21년동안 구담봉에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그의 부고를 듣자 나흘을 걸어서 안동에 가서 문상을 하고 단양으로 돌아와 남한강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두향의 무덤도 매몰되었는데 용케도 퇴계의 후손들이 나서서 두향의 무덤을 새롭게 만들어 그 넋을 기리게 했단다. 도담삼봉에 도착하니 어느새 소나기는 그쳤고 무더운 햇볕만 내리쬐고 있었다. 일단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막국수집이었다. 그곳에서 막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여기 저기를 둘러보았을 텐데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귀로에 올랐다. 다음에는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이곳을 방문해서 제대로 단양8경을 섭렵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별다른 사전 준비도 없이 얼떨결에 단양으로 와서 급하게 보다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구인사와 도담삼봉을 둘러보면서 옛조상들의 풍류와 그 깊은 뜻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평생을 정인을 그리며 그리워하며 그의 안위를 빌었던 두향에게서 여인의 정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요즘세상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일들이 아닐 수 없다. 깊은 정절과 정인을 향한 갈구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구인사에서의 뜻깊은 휴가를 보내며 언제 이곳을 또다시 밟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세상은 참으로 넓고 가야할 곳은 많아 보인다. 항상 새롭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활력으로 충전시켜주는 여행은 삶의 윤활유요 충전제로서의 엔돌핀을 쏟게 만드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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