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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향취(2019.10 7권)

1987(영화)

by 자한형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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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예전의 영화에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라는 영화가 있었다. 박완서 님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다. 1987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잊힐 수 없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 민주화를 이룬 해였다.

흔히 얘기한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것을 둘 다 이룬 나라라고 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를 혹평한 한 외국 언론 기자가 그런 얘기를 했다. “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꽃 피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 1987114일에 박종철 열사(여진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다. 당시 22세의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은 고문으로 그 꽃다운 나이에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박처장(김윤석 분(강민창))은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화장을 지시하고 담당검사 최검사(하정우)는 부검으로 맞선다. 대공분실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동아일보 윤기자(이희준)는 취재에 발벗고 나선다. 부검은 엄청난 우여곡절 끝에 실시되고 부검결과는 고문에 의한 치사라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다. 국과수의 법의학자들도 경찰총수의 제안에 난감해 하나 결국 부검한 결과로 진실이 밝혀진다. 경찰총수는 법의학자들에게 심장마비라고 부검서에 쓰기만 하라고 한다. 참으로 황당한 제안이고 그 시절에는 그런 식의 사고방식이 통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박처장은 수사관이 탁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식으로 언론에 사건의 경위를 밝혔다. 세상은 발칵 뒤집힌다. 장례를 치르는 유족은 통한의 아픔을 지닌 채 슬픔을 감내한다.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버지(김종수)는 아무 할말이 업데이” 눈이 내리는 강가에 피 끓는 젊은 청춘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싸늘하게 죽음을 맞이한 아들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려는 어머니의 간절한 비원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서울의 대학 가는 민주화 시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이한열 열사(강동원)는 새로운 신입생 연희(김태리)를 시위중 만난다. 같이 최류탄을 피해 도망가던 중 신발가게 여주인의 가호로 피신한다. 운동화를 잃어버린 이한열 열사의 신발값 55천 원을 연희는 내준다. 다시 교정에서 만난 둘은 핑크빛이 감돈다. 연희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슈퍼를 운영하는 어머니와 영등포 교도소 교 도관 삼촌 한병용(유해진)과 살아가는 대학 초년생이다. 삼촌은 조카를 위해 마이마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태리는 열사에게 얘기한다. 그렇게 시위를 한다고 세상이 바뀌냐?라고? 질타한다. 영등포 교도소에는 이부영 님이 복역하고 있던 중이었다. 박열사의 고문치사로 형사반장 조반장(박휘순)과 동료 한명이 복역을 하고 있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고문치사의 주범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그것이 교도관에게 흘러나간다. 그렇게 일지를 적었던 반장은 그 일지를 이부영 님에게 가져다준다.. 이부영 님은 그것을 한병용에게 보내 전달한다. 전달을 받는 사람은 수배 중이던 김정남(설경구)에게 전달한다. 수도권 인근 절에서 노무자로 위장해서 은신하고 있던 그는 기사를 언론사에 보내 세상에 공표한다.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기사를 전달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박처장은 조반장을 회유해서 당분간 옥고를 치르고 나면 과실치사로 해서 집행유예로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김정남 등 북의 지령을 받는 조직을 수사해 가던 박처장은 그런 와중에 김정남의 소재를 파악하고 대거 인원을 동원해서 체포작전에 나선다. 그곳은 성당이었다. 김정남은 좁혀져오는 포위망을 뚫고 가까스로 체포를 면한다. 박처장은 자신들이 박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조작 은폐한 책임으로 인해 영어의 몸이 된다. 월남한 이북출신의 박처장은 얼마 전 실제인물이 죽음을 맞기도 했다. 김윤석은 실제 박열사의 고교 후배이기도 했다. 당국에서는 치밀하게 수사를 하던 중 영등포 교도소에서 유출된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한병용을 체포한다. 그리고 그의 범죄를 조사하고 심문한다. 가혹하게 조사를 받는 와중에는 그는 끝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다. 4.13일 위정자는 호헌조치라는 것을 발표한다. 다음해 2월에 현헌법대로 간접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정국은 다시 얼음장으로 변했고 시위는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6.10항쟁이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한열 열사는 시위도중 최루탄을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되었고 75일에 영면했다. 결국 정부는 6.29선언이라는 형식을 통해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슈퍼에 배달되어져 오는 신문을 통해 열사의 소식을 알게 된 태리는 오열한다. 역사가 뒤바뀌는 6개월간의 장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묘사되었다. 항상 혼동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의사와 열사에 관한 부분이다. 국어사전에 나온 것으로 보면 이렇다. 열사는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이다. 의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의로운 사람이다. 보훈처에서 정의하는 것은 이런 식이다. 열사란 맨몸으로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나타내는 사람이다. 의사는 무력으로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사람이다. 예를 보면 열사는 유관순, 이준, 전태일, 김상진 등이다. 의사는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이다. 영화 1987은 두 열사의 얘기이기도 하고 우리의 얘기이기도 하다. 암울했던 시대에 처절했던 민주화 과정의 한 단면이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꾼 한 획을 그은 사건이기도 했다. 독일의 레지스탕스의 사람들의 얘기를 했었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책이 있었다. 정말 그렇게 평화를 위해 자유를 위해 젊은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면서 쟁취하고 지키고자 했던 이상, 이념은 정당하고 고귀했던가. 독립운동가들의 자손들은 헐벗고 가난함에 비해 호위호식했고 세파에 영합했던 친일파 반민족주의자 등은 안락하게 세상을 사는 부조리함이 울분을 쌓게 만들었던가?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민주주의란 피를 먹고 산다고 그리고 그 피 위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운다고 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피를 흘리고 애쓰신 모든 민주투사들의 열정 속에서 민주화가 이뤄지고 성장발전해서 완성되어 가리라. 서구에서 오랜세월을 거치고 엄청난 유혈 내지 무혈 혁명을 통해서 이뤄냈던 것이 오늘날의 근대화였고 민주화였다. 촛불혁명이 오늘날의 문민정부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이런 민주정부가 제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와 나라다운 나라들 만들어가도록 모든 국민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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