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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수필 작법, 글쓰기 , 기타 ] 비평 수필이론 등

수필문장론

by 자한형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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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문장론 / 권대근

수필창작에 있어서 문장수련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어느 문학의 장르를 막론하고 문장은 그 문학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특히 수필은 문장이 그 문학상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예창작에 있어서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문장의 연마일 것이다. 그러면 작가는 어떻게 문장을 연마할 수 있을까?

첫째, 훌륭한 문장을 쓰겠다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품을 읽을 때 줄거리만 읽지 말고 쓰인 문장표현에다 마음을 집중시켜 읽는 버릇이 들어져야 한다. 문장에 관심 없이 수필을 읽는 사람은 일반 독자와 같을 것이다. 문장에 대한 그관심이 곧바로 그를 작가로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수필 작가가 되려면 우선 훌륭한 문장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쓴 문장이 문학작품이 되는가를 점차로 깨달아야 하고, 문장의 안목이 틔어야 한다. 문장의 뛰어난 실력이 없이는 뛰어난 작가가 될 수도, 빼어난 수필도 쓸 수 없다.

셋째, 글을 많이 써야 한다. 읽기만 하고 자기 스스로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작가정신이란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 바로 그런 정신이다. 뭐니 뭐니 해도 작품을 많이 써야 문장력이 생긴다. 그리고 자기의 개성적 문체를 이룰 수 있다.

그러면 어떤 문장이 수필 문장으로 좋은 것인가? 우선 문장을 쉽게 쓰고, 어렵게 쓰지 않아야겠다. 글은 만들면 시들고 참된 데서 살아난다는 말이 있다. 즉 문장은 솔직한 데서 그 생명이 살아나고 문장을 꾸미면 그 생명이 다한다는 뜻이다. 의식적으로 미문으로 꾸미려다 보면 진실성을 의심받을 수가 있다. 문학이 사상과 감정을 노출하는 글이기 때문에 문장에 진실성을 담는 것은 그만큼 우러나오는 감동에 가까워지는 길임을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겠다.

1. 문장론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문장론 하게 되면 문체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나 문장론과 문체론은 엄격한 의미에 있어서 다르다. 일반적으로 문장론 하게 되면 문장의 표현기교면을 다루고, 문장의 수사법을 다루게 된다..

문장의 정의에는 형식상의 정의 또는 내용상의 정의들이 있다. 문장의 형식상 정의는 단어, , , 단락, 장절 등의 문장 구성 요소가 모여 통일된 의미를 나타내는 조직체다. 문장의 내용적 정의는 글이란 의사소통 수단인 말, 즉 내용의 기록이다. 곧 글은 문자로 표현되는 말이다. 문학의 문장표현에 있어서 수필작품을 비롯해서 모든 문학작품에 쓰이는 문학문장은 일반문장과는 달라야 한다. 인간생활의 체험이 사상세계에서 제2의 체험과정을 거쳐(예술화하여)문자나 언어로 표현될 때, 일반적으로 문학이 된다고 한다.

좋은 문장의 조건

첫째,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

둘째, 한 문장에 한 가지 생각만 한다.

셋째, 명확한 어휘를 쓴다.

넷째, 문장에 리듬을 갖도록 한다.

다섯째, 문형 선택을 잘해야 한다.

여섯째, 적절한 생략과 대칭구조로 표현 효과를 높인다.

일곱째, 관형사형 어미를 줄인다.

여덟째, 의미가 겹치지 않도록 한다.

아홉째, 명사형 어미와 절을 줄이자.

열째, 문장은 가능한 능동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수필문장도 위와 같은 문장의 기본원리에 벗어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적어도 문예창작적 문장을 표현하는 데는 몇 가지 유의사항이 필요하다.

첫째, 수필문장은 감동 있게 문장이 표현되어야 한다. 문학작품은 독자에게 뭔가 감동을 주는 글이어야 한다. 남에게 감동을 주려면 먼저 작가 자신이 감동하고 공명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문장을 감동 있게 써야 한다.

둘째, 적재적소에 적절한 어휘로 표현한다. 정확한 어휘 사용이 되어야 한다. '사상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당한 말은 단 하나의 어휘뿐이다'란 말이 있다. 문장에 있어 어휘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다. '아기가 방실방실 웃는다'. '늙은이가 히죽히죽 웃는다'라는 표현에서 웃음의 표현이 바뀌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발화의 뉘앙스를 정확히 구분하고, 속어, 비어, 외래어를 사용해야 할 때도 그 뉘앙스를 바르게 알아 훨씬 효과 있게 표현해야 한다.

넷째, 작가의 성격에 알맞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글이란 작가의 개성과 인격을 나타내는 표현임으로 표현이 지나치게 난삽하여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다면 그 글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다섯째, 문자로 쓴 문구는 될 수 있는 한 언해함이 좋을 것이고, 혼자만 알고 있는 부분은 반드시 주석을 붙여야 한다.

2. 수필의 문장

수필만큼 작가의 개성이 진하게 노출되는 장르도 없다. 작품 속에 작가의 성격과 개성이 있는 그대로 노출되는 까닭에 자기가 쓴 문장에도 은연중에 자기의 개성이 노출된다. 따라서 자기 개인적인 문체가 생긴다. 글과 문장이 고스란히 그 사람을 닮아간다. 이 점에서 수필 속에 사람, 문장, 문체는 그 사람의 개성에 의해서 일관성을 갖는다. 고로 그 사람이 갖는 문체는 엄격하게 따지자면 그 사람 외에는 아무도 흉내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작가와 문장, 그 사이에서 태어난 개인 문체, 즉 그 사람이 문학 속에 들어 있는 문장들은 그 사람의 취향을 닮고, 아울러 그 사람의 문장들들은 그 사람의 고유한 스타일을 낳게 되는 것이다.

어떤 수필가가 쓴 작품들이 무슨 체가 되었든 혹은 무슨 체를 사용했던 그것은 작가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자기 홀로 효과적으로 쓰는 새로운 체를 개발했다 해서 욕될 것은 없는 것이다. 다만 수필은 수필의 형식을 취하고 소설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듯 그 장르의 속성이나 본질을 떠난 터무니없는 문체의 남발은 삼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면 소설문장과 수필문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소설과 수필 문장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양 장르가 갖는 본질이 어떻게 다른가에 그 기준이 잡혀져야 하리라고 본다. 소설이 허구의 진실을 추구하고, 수필이 사실적 진실을 추구한다면, 우선 소설의 문장은, 상상이 가능한, 과정의 속성이 허용되지만, 그러나 수필의 문장은 지나친 과장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수필이 진솔한 ego세계를 문학으로 구축함으로, 소설보다는 훨씬 진솔하고,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문장들이 제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필 본래의 장르적 본질을 망각한 문장은 일단 눈에 벗어난다. 수필이 진솔한 글이라면 문장이 지나치게 허영적이거나, 몽환적이거나, 분석을 하게 되면 그 글의 격은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재삼 명심하여야 한다. 미문을 쓴답시고 시종일관 말의 기교만 부려서 그 내용의 알맹이가 전혀 없거나 혹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키 어렵게 했다면, 그 글은 진실부재, 내용부실 또는 주제의식이 없다는 냉엄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 치졸한 문장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체로 받치고 걸러서 나온 국물은 찌꺼기가 없듯이 수필문장은 거르고 걸러서 분명한 문장이 되어야 한다.

강건체이든 우유체이든, 간결체이든 만연체이든, 건조체이든 화려체이든, 소박체이든 교문체이든 그 글의 종류에 따라 또 그의 개성에 따라 정할 일이지만, 감흥을 유발시키는 데는 때로 만연체보다는 간결체가, 우유체보다는 강건체가, 화려체보다는 건조체가, 교문체보다는 소박체가 나을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비단 옷이나 값비싼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감흥을 받듯이 무명옷이나 삼베옷을 산뜻하게 차려 입은 사람을 보고 감흥을 받는 경우와도 같다고 하겠다.

문장은 문(sentence)을 전제로 한다. 작가의 문장 정립에 따른 사상과 감정의 표현은 곧 문장으로써 총결산 되어진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나 감정(정서)이나 상상을 가졌다 할지라도 문장 표현이 서투르면 생각했던 바의 충분한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보다 정밀하고 바르게, 즉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문장의 생명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문장의 정확이란 표현된 문장의 의미가 정밀함을 말하거니와 독자로 하여금 문장의 뜻을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즉 바르게 받아들이게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만일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또 표현되어 있지 안다면 그것은 전혀 각도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는 우려가 생겨날 뿐만 아니라 A를 전달하려던 것이 결국 엉뚱하게 B를 전달하고 마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경우 그것은 글을 쓰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그러므로 문장 표현의목적은 자기의 마음을 독자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 때문에 무엇보다도 오독될 여지를 주지 않도록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쉬운 문장을 쓰는 것이 그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즉 난해한 표현을 피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문장의 난해는 올바른 이해 전달을 불가능케 하는 큰 요인이 됨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함에 유의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먼저자기가 쓰고자 하는 (낱말)의 뜻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언어의 의미 내용에 대한 올바른 파악이 없다면 그것은 한낱 문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 ②작가 자신이 명확하게 알지도 못한 사실을 멋대로 추측,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한 생각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실의 진실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지도 않는 설악산을 마치 본 것처럼 독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문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 ③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과의 연결(연락)관계는 분명해야 한다. 낱말과 낱말 그리고 문장과 문장의 호응관계가 바르지 못하면 문맥이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문법적 문장이 되어 전달력이 떨어진다. 특히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에 주의하여 비문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

④​띄어쓰기와 구두점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띄어쓰기는 문필가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다. 적당히 써내면 편집자 측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면서 띄어쓰기를 소홀히 하는 문인들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좋은 글을 쓰기 이전에 띄어쓰기 규칙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문장의 중심부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이 말은 자기의 사상이나 감정을 남김없이 표현하였다 하더라도 문장의 핵심부(중심부)가 틀려지면 본래의 의도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만다는 뜻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를 다시 정리하면, 좋은 문장, 즉 깊이 있고 유익한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그리고 의미 내용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이 쓴 수필을 많이 읽는 일이 첩경이 된다. 여기에 수필 문장 쓰기 요령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평이한 문장

수필은 논설문과는 다르다. 구태여 어렵게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알기 쉽게 그리고 부드럽게 써 가면 된다. 당황하지 말고 조용한 마음으로 굳이 말한다면 한 잔의 차를 아무 부담 없이 마시는 듯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치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듯이 차근차근 알기 쉽고 어법에 맞는 글을 써 가면 된다. 즉 담담한 심정 바로 그 경지에서 써 갈 일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쓴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글은 대화와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여러 사람이 대화하는데 서로 알지 못하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상대방에게는 의미 없는 소음으로 들릴 것이다. 글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쓰라는 말은 자신이 이해하는 내용과 용어를 써야 한다는 뜻도 된다. 자신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내용을 쓰게 되면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다. 또한 빈약한 글을 겉치레로 포장하기 위해서 현학적인 용어를 쓰게 되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가리키는 경우가 되어 멸시를 받기 쉽다. 글을 평이하게 써야 한다는 말은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 적절한 문장

수필은 미사여구를 나열하는 문장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면 된다. 미사여구만을 노리다 보면 사실과 상치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즉 현실감이 상실 내지는 감소되고 만다. 어느 의미에서 수필은 머리로 써 가는 글이라기보다는 마음으로 써 가는 글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글임에 사실성에 충실하고, 그 사실을 바르게 전달하는 문장이 되어야 한다.

3) 개성적 문장

사람에게는 각각의 개성이라는 게 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 유난히 코가 큰 사람,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 용모, 성격, 습관, 의식 등등의 모든 면에서 똑같은 사람이 단 하나도 이 세상에 없으니 이게 바로 개성이다. 글에도 분명히 개성이 있다. 있어도 아주 많고 다양하다. 문체의 개성, 어휘의 개성, 표현의 개성, 주제의 개성, 구성의 개성, 형식의 개성……, 글에 있어서도 개성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필은 자신의 개성적인 인격의 반영이요 사상의 표현이기 때문에 남의 문장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개성이 있는(자기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문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작업의 하나이다.

4) 고품격 문장

수필은 품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품위란 인간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로서 스스로 존경을 요구하는 특질을 뜻한다. 외면 보살 내면 야차라는 말이 있듯이 표리부동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품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필은 자기의 박식을 선전하는 글도 아니요, 허황된 과장이 있거나 지나치게 아는 체 하면서 자기를 선전하는 일 따위는 더더구나 아니다.

5) 수필어 문장

글이라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자신의 전하고자 하는 바를 남에게 읽혀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은 글쓴이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경험이나 인식이 논리적으로 쓰여 설득력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구체성이 결여된 글은 얼핏 읽어서는 많은 것을 포괄적으로 광범위하게 전달하는 것 같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막연하고 모호한 글은 독자의 공감을 받을 수 없다. 수필은 어디까지나 문장을 통해 사상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져야 한다.

문학적인 형상화를 기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수필어'. 휠 라이트가 말하는 열린 단어가 바로 수필어다. 수필어로 된 문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추상어보다는 구체어로 표현된다. 감각적 대상을 가리키는 특수어, 구체어들은 정서적, 환기적 언어로서 심상을 떠오르게 하여 상상을 풍부하게 자극하고 생동감을 준다.

​②설명적이기 보다는 묘사적으로 표현된다. 다의어를 활용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정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문학의 기초다. 예술은 '보는 것'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만큼 수필도 언어 예술이기 때문에 언어에 의해서 사물을 보는 상태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시각어로 문장을 회화화함으로써 상투적이고 진부한 즉 눈에 익은 표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동사를 회화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 묘사적 문장은 가치판단적 사고의 배제나 탈피에서 가능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수필어는 상징, 암시적인 어휘나 함축적인 문구를 요구한다. 즉 상징적 표현에 의해 정서를 암시 내지는 함축시킨다. 이는 주제의 효과적인 의미전달을 위한 것이다.

수필작품은 수필어로서 문학적 형상화를 이룰 수 없다면 수필로서의 묘미를 잃고 만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 하여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글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좋겠지만 반면에 은은한 향취를 풍겨주는 것도 수필로서의 묘미이다. 이 묘미는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었을 때 비로소 수필다운 맛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6) 구체적 문장

서술이나 묘사에 있어서 표현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수필의 문장은 작가와 독자 간의 격의 없는 '정감의 교류'. 때문에 문장은 길든 짧든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경희야, 10월인데도 지금 삼촌네 집 뜰에는 해바라기가 뜨겁게 타고 있다."같은 문장이다. 이는 단문인데도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경희는 조카고, 작가는 그의 삼촌인 관계까지도 알 수 있다.

7)지성적 문장

정서의 지성화란 정서를 객관화함으로써 가능한 자기감정의 순화요, 자기 이해다. 그 지성화의 작업이 여의치 못할 때는 자기 몰입이나 흥분에 사로 잡혀 문장의 관념이나 추상에 붙들리고 만다. 넋두리가 되고, 감상 일변도의 잡문이 되는 이유가 정서를 과장되게 처리하는 추상성에 있다. 이를테면, "청춘! ,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소리 같은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동하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차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같은 문장이다.

지성화의 문장은 어디까지나 정서를 집약, 구체화하여 객관성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서술해야 한다. 또한 지성화의 문장은 예시적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일단의 분위기를 형성해야 되고, 주제의식 또한 맥을 같이 하는 그들 문장 속에 충분히 희석되어 유현하게 나타나야 한다.

8)정서화 문장

수필은 대우성의 문학이다. 다시 말하면 명제는 작가의 것이로되 결론은 혼자만의 것일 수 없다. 즉 독자와 공감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성이 독주하면 명제는 빛나고 주제의식은 분명해질지 모르나, 독자와의 대우적 관계를 유지해 주는 정서의 흐름은 막히고 끊길 위험이 있다. 결국 지성의 정서화는 문학의 교시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신은 나 같은 인생이 자살할 것을 두려워서 여러 가지 방책을 쓴다. 첫째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리라'는 희망을 내 정신 속에 심어둠이다. 이것은 진실로 생명수다. 이것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내일이다 내일이다……'하고 상한 가슴과 피곤한 다리를 끌고 허덕허덕 인생의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다.

이광수의 수필 "인생의 향기" 중의 한 문단으로서.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리라'에서의 지성을 밑줄 친 부분의 문장으로 정서화 하고 있다.

9)동화된 문장

동화란 물아일체의 동질화 현상이다. 이는 내가 물이 되고, 물이 내가 되는 물심일여의 상태로서, 철저하게 나를 먼저 제재 앞에 비움으로써만 가능하다. 그 진실 하나를 얻기 위해 수필가는 헐벗은 산이 되고, 고독한 나무가 되고, 때로는 이끼낀 바위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무를 통해 삶을 말하든, 바위를 통해 영원을 말하든 그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작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수필가라 할지라도 사상과 정서의 동화 없이는 결코 그 진실을 주제의식으로 구체화시킬 수 없다. 다음은 이양하의 수필의 한 대목으로 사상과 감정이 동화된 문장이다.

"불교의 소위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는다."

10)비유적 문장

주제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장의 상상화가 필요하다. 단형의 문학인 수필에 있어서 한 개의 문장은 떄로 소설에서의 한 사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제 전달이란 큰 몫을 다하기도 한다. 신변사나 생활에서의 깨달음이나 견해들이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수필이라면, 내밀한 경험이나 고백을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상징, 비유, 암시적인 문장 표현은 불가피하다. 교시적인 기능을 문예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기법이 문장의 상상화다.

"아이, 그 놈의 개구리 우는 소리에 잠이 와야지, 그래서 만주로 가는 길이야."

수필의 한 대목인데,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의 농지탈취로 더 이상 제 땅에서는 살 수가 없어 만주로 쫓겨 가는 한 농부의 익살이다. 발붙일 곳이 없어 유랑의 길을 떠남녀서도 가는 이유가 어이없게도 '개구리 우는 소리 때문'이라니, 주제의식을 상상 처리하는 자조, 자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서양인은 13의 수를 싫어하여 여관이나 선실에도 12 다음에는 14h가 된다 하며, 전화에도 13번은 싫어한다. 하기는, 우리 조선도 13도로 가르더니 별로 좋지를 못하였다."

이광수의 수필의 일부이다. 역시 일제 하의 참상을 풍자하는 주제를 상상 처리하는 비유의 문장이다.

11)의미화 문장

의미화란 사상을 비유나 상상을 통하여 문예적으로 나타내는 작가의 개성적인 시각이요, 마음이다. 사상의 의미화는 수필의 문예화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표현 형식 중의 하나다.

"내 어머니는 '레프라(문둥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어머니를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습니다."

"어린이의 생각으론 잘못이 아닌데 그것이 잘못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꾸중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에게서 나는 슬픔을 느낀다. 이 슬픔은 우리 어런들이 갈아먹어야 할 돌가루 같은 약이다. 어린이날은 어른이 약을 먹어야 하는 날이다."

위의 예문은 김소운, 유강환의 수필에서 발췌한 사상을 의미한 한 문장의 예다.

수필가 김진섭은 수필은 "다만 자기를 말하는 문장"임을 강조한다. 또 김광섭은 "평정한 마음에서 마치 먼 곳의 그리운 동무에게 심정을 말하려는 듯한, 그러한 한가로운 듯한 붓을 움직여서 무의식한 가운데서의 단성으로 한 편의 문장"을 써가야 한다는 작자의 '마음가짐'을 당부한다. 이에 백철은 수필이란 "산문으로 쓰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어 "의견표시이며 대화적이며 교훈적인 글"이어야 함을 피력한다. 문장으로서의 그런 글이어야 함을 말한다. 그로부터의 개성 있는 문장이어야 한다. 개성없는 문장은 마치 그 나름의 맛을 잃은 음식물과 같기 때문이다

다음은 문장암에 걸리지 않는 비결 30조다. 문장암의 5대 증상이 보이는 글은 첫째 어렵고 까다로운 글, 둘째 딱딱하고 건조로운 글, 셋째 문맥이 어지러운 글이다. 혈액의 막힘은 건강의 적신호요, 문맥의 막힘은 의사소통의 적신호다. 넷째 장문이다. 문장암의 제1호는 장문일 것이다. 표현, 전달의 효과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 이 장문이다. 다섯째, 간결하지 않은 글이다. 간결체는 모든 문장의 최대공약수요, 현대 문장의 제1조다. 문장의 경제학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어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특히 조심할 사항 30조를 열거해 보겠다.

먼저 단락의 조직면에서 살펴보겠다

(1)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쉽고 빠르게 묻어가게끔 단락을 짠다. (2) 독자의 편에서 구상하고, 그 구상을 좇아 단락을 짠다. (3) 긴 문에선 결론락을 앞에 놓아 쉬운 문장을 꾀한다. (4) 큰 문맥의 전개는 가급적 쉽고 단순하게 한다. (5)단락의 길이가 너무 길지 않게 한다. (6) 읽기의 시각적 효과를 노려, 읽는 싫증을 가시게끔 배려한다.

이번에는 문의 내부면에서 살펴보겠다

(7) 문장의 이음에 지나친 이음말은 삼간다. 긴 단락은 많아야 한두 개 정도가 적당하다. (8) 긴 문장은 적당히 자른다. 60자가 넘으면 다시 생각해 보라. (9) 한 문장 안에 두 가지 내용을 곱쳐 넣지 않는다. (10) 복잡한 내용을 나타낼 때는 대등절로 끊거나, 주종절로 끊어 읽으며 헷갈리지 않게 한다. (11) 수식어가 길어질 때는 따로 문장을 세운다. (12) 긴 수식어를 앞에 놓고, 짧은 수식어를 뒤에 놓는다. (13)꾸미는 말은 가급적 꾸미어지는 말 앞에 놓는다. (14)주어 서술어 사이를 가급적 가까이 한다. (15) 문장의 중간에서 주어가 바뀔 때는 그 주어를 생략하지 않는다. (16) 부사의 조응을 확인한다. (17) 같은 꼴의 조사는 그 문장 안에서 가급적 되쓰지 않는다.

다음은 서술 표현면에서 살펴보겠다.

(18) 오해를 살 수 있거나 불쾌한 반을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은 삼간다. (19)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표현이나 명령조의 표현은 삼간다. (20) 지나친 과장 표현은 삼간다. (21) 귀걸이도 되고 코걸이도 되는 표현은 삼간다. (22) 비유법 사용이 적절한가를 점검한다. (23) 비문법의 표현은 고친다. (24) 남의 의견, 남의 글은 자기의 것과 섞지 않는다. (25) 서두와 결구는 문장의 효과를 위하여 특단의 배려를 기울인다. (26) 독자가 읽으며 싫증을 느끼거나 식상할 문미는 바꾼다.

마지막으로 어휘면에서 살펴보겠다

(27) 군더더기 말, 애매한 말은 피한다. (28)자기만이 아는 말이나 신조어, 전문어는 피한다. (29) 사전을 찾으며 읽어야 할 어휘는 딴 말로 바꾼다. (30) 지나친 준말은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