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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여행 등 번외

베트남 라오스 여행 1

by 자한형 2024.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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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 여행을 이틀 앞두고 /이재형

모레 아침 그토록 별러왔던 베트남과 라오스 여행을 떠난다. 설 이전에는 돌아와야 하니까 한달 반 정도의 여행이 될 것 같다. 당초 지난 10일에 출발하려고 항공편 예약까지 하였으나, 손자를 보는 날이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출발일을 9일 연기하였다. 당초 50일 정도로 하여 태국 북부까지 여행하기로 하였으나, 일정이 10일 정도 줄어들면서 아무래도 태국은 포기하여야 할 것 같다.

작년 여행에는 집사람과 함께였으나 이번엔 나홀로 여행이다. 그래서 이번엔 선택지가 훨씬 넓어져 오지 중심으로 여행하려 한다. 먼저 하노이를 거쳐 사파에서 5일 정도 머무를 예정이다. 그 다음에는 박하를 거쳐 하장으로 간다. 하장에서는 산악 순환도로인 하장루프와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선에 있는 아시아 최대의 폭포 '반지옥 폭포'를 둘러보려 한다. 오토바이로 1,000킬로, 67일 정도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다음에는 내가 베트남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닌빈으로 가서 사나흘 정도 쉴 생각이다.

베트남 여행이 끝나면 하노이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까지 26시간 슬리핑 버스를 타고 간다. 루앙프라방에서 아름다운 산골마을 농키아우와 강변마을 므앙아이로 가서 5일정도 보낸다. 기분이 내키면 방비엥도 들릴 생각이다. 방비엥 그자체 보다는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연결되는 도로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하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을 거쳐 남중부의 타켁으로 간다. 그곳에서 약 400킬로 거리가 되는 타켁루프를 오토바이로 일주한다. 그런 다음 남부의 교통요지인 사바나켓으로 가서 태국이나 베트남의 다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기분에 따라서는 팍세나 시판돈으로 갈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는 두 가지 신무기를 장착하였다. 하나는 베트남 시외버스 예약 앱. 이젠 여행사에 가서 물어보고 티켓팅할 필요가 없다. 앱으로 직접 예약하면 된다. 다른 하나는 트래블 웰렛. 환전 카드이다. 지금까진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해서 현지화폐로 다시 환전하였다. 환전수수료도 많이 들고, 돈을 간수하기도 힘들었다. 이젠 이 카드 한장으로 현지에서 현지화폐를 뽑아 쓸 수 있어 수수료도 안들고 현금도 많이 지닐 필요도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역간 이동은 버스, 지역내 이동은 오토바이를 이용할 계획이다. 안전에 주의하면서 사고없이 여행을 마쳤으면 좋겠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출발 하루전

내일 인천공항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하노이행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내일 새벽 5시반에 집을 나서야 한다. 오늘 오후부터 여행 짐을 꾸리기 시작했는데, 손자가 하도 설치는 바람에 집중이 안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대충 짐을 꾸렸는데, 아마 틀림없이 빠진 것이 몇개는 있을 것 같다. 내일 첫숙박지에서 차분히 짐을 점검해봐야겠다.

요즘은 해외여행할 때 제일 신경쓰이는 것이 휴대폰이다. 숙박, 교통 예약에다 길 안내까지 핸드폰에 의존하다 보니, 핸드폰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된다. 정말 요즘은 핸드폰이 신()이다. 핸드폰과 관련하여 챙길 것이 많다. 핸드폰 2, 태블릿PC, 이어폰, 충전기, 보조배터리, 외장SD 등 종류도 많은데다, 예비용까지도 함께 챙겨야 한다.

통신도 중요하다. 이전에는 와이파이 도시락을 들고 다녔는데, 언제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해 편리하지만, 휴대와 관리가 귀찮고 값도 너무 비싸다. 그래서 이번엔 해외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baro 라는 로밍 서비스와 유심카드를 이용하기로 했다. 현재 사용중인 헨드폰은 baro, 예비용으로 가져가는 구핸드폰은 유심카드를 이용하려 한다.

유튜브에서 다이소에 가면 여행에 편리한 상품이 많다고 해서 들렀다. 값싼 아이디어 상품이 많았다. 옷의 부피를 줄이는 반진공 수납봉투, 목배개, 셀카봉, 여러가지 수납용품, 이어폰 등등 2만원 어치를 사니 한 보따리이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3: 사파도착

오늘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인천공항 1110분 발이라 새벽 5시반에 집을 나왔다. 인천공항엔 여행객은 많지 않았으나 검색대를 1/3만 열어놓아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거진 한 시간이나 걸렸다. 항공편은 저가 항공 중에서도 저가인 비엣젯이다. 인터넷에서는 악명 높은 항공사인데, 나는 거부감이 없고 만족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후 한시간 반 정도 졸다가, 태블릿PC로 드라마 한편, 과학 다큐멘터리 3편 보고난 후, 마작 2판하고 나니 하노이 공항이다. 출국수속을 하고 나오니 오후 2시가 조금 지났다. 오기 전에 오후 4시에 공항에서 사파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베트남 교통예약 앱 vexere로 버스 예약을 하려고 하였다. 이럴수가! 한국에서 잘 되던 앱이 여기선 안된다. 이리저리 확인해보니 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통신이 원활치 못한 것 같다.

낭패다. 이 차를 못타면 6시 이후 차를 타고 가 한밤중이나 새벽에 도착하여야 한다, 물어 볼 데가 없다. 여행정보센터는 보이지 않고, 온통 환전상과 심카드 판매상 뿐이다. 몇사람에게 물어보는데, 마침 어느 환전상이 자신이 버스 예약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요금은16불인데 20불을 받는다. 그대신 일을 아주 매끄럽게 처리해준다. 덕분에 쉽게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보니 최근에 등장한 고급 슬리핑 버스이다. 지금까지 슬리핑 버스를 여러번 타보았는데, 이번이 최고이다. 보통 슬리핑 버스는 340석 정도이지만, 이 버스는 224석이다. 그래서 폭도 넉넉하고 길이도 길어 다리 뻗기도 한결 쉽다. 완전히 캐빈형으로서, 커튼만 치면 프라이버시가 완전 보장된다. 각 캐빈마다 TV가 있고, 의자에는 안마기 기능까지 있다. 이 정도면 하루종일 버스를 타도 괜찮을 것 같다.

사파에 도착하니 밤 9시 정도 되었다. 베트남은 지금 건기이지만, 이곳은 높은 지대라 습기가 많다. 밤안개가 자욱이 끼어 10여미터 앞의 건물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뿌옇게 보인다. 짖은 안개로 길바닥도 축축하다. 정말 분위기 "쥑인다." [파리는 안개에 젖어]라는 옛 영화가 있었는데, 완전 그 분위기이다.

그런데 분위기 쥑이는 건 좋지만 숙소에서 습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나 모르겠다. 싸구려 숙소의 인조대리석 복도는 습기로 물기가 흥건하다. 이런 추운날 이부자리까지 눅눅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다행히 방은 냉기가 돌지만 걱정한만큼 습기가 많지는 않다. 가져온 전기매트를 침대에 깔려는데, 이미 큰 메트가 깔려있다. 침대에 들어가니 뜨끈뜨끈하다.덕분에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4: 사파의 안개 속을 헤매다

방안의 공기는 차갑지만, 전기매트로 잠자리는 따뜻하니 견딜만 하다. 공기가 차다 보니 자꾸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어 일찍 깼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방안 온도를 보니 14, 이곳 고도는 약 1,500미터 정도이다. 설악산 소청봉 정도의 높이이다. 잠도 오지 않아 태블릿 PC로 영화를 보면서 짐 정리를 했다. 공기가 차니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많은 사람들이 사파라 하면 아주 깡촌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가지 인구가 거의 10만에 가까우며, 대형 호텔을 비롯하여 대형 음식점, 유흥업소 등이 시가지 전체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옛날 산간 마을이 큰 시가지로 변했기 때문에 난개발의 전형을 본다. 좁은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며, 건물들이 제멋대로 자리하고 있다. 차와 오토바이, 사람이 뒤엉켜 좁은 시내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아침에 호텔을 나와 발길 닿는대로 걸으며 시가지 구경을 했다. 짙은 안개가 걷혀지지 않고 있다. 안개가 아니라 구름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안개와 구름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가랑비인지 아니면 안개의 물방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안쓰기도 그런 애매한 상태이다, 사람들과 자동차, 오토바이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니 금방 피로해진다. 시내 중심가를 둘러봤으니 이제 시 외곽과 사파를 세계에 알린 그 다랭이 논을 보러가야겠다.

오토바이를 렌트하려는데 도무지 렌트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거의 한 시간을 돌아다니다 겨우 렌트를 했다. 일요일 오전까지 나흘에 60만 동을 달라는 것을 50만 동으로 깎았다.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는데, 주유소를 찾기가 어렵다. 이때부터 시작하여 뭔가 일이 자꾸 꼬인다. 한 문제를 겨우 해결하면 금방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진짜 고생 직싸게 했다.

오토바이로 사파 시가지를 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니 피로가 몰려온다. 서툰 운전으로 엉켜있는 차와 오토바이 틈을 빠져 나가는 일이 보통 일이 어니다. 복잡하기만을 따진다면 서울보다 더하다. 게다가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빗줄기도 점점 세진다. 일단 오늘 숙박지로 가서 짐을 풀고 좀 쉬어야 겠다. 오늘부터 4박을 할 곳은 사파 시가지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타반 마을의 홈스테이이다.

구글 내비를 보며 찾아가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쥐고는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이럴때를 대비하여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왔는데, 오토바이 수납함에 넣어 두었다. 비옷도 수납함에 들어있다. 수납함을 열려고 했으나 도저히 못 열겠다. 할 수 없이 중간중간에 주머니 속의 내비를 꺼내보면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타반 마을을 찾아간다. 비가 점점 거세지지만 비옷도 꺼낼 수가 없어 그대로 빗속을 달린다. 중간중간에 비포장 도로도 많아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마을 입구에서 늦은 점심으로 쌀국수를 사먹었다. 어제 베트남에 입국한 이래 제일 값싼 식사였지만 제일 맛있었다. 타반 마을은 2~300호쯤 되어 보이는 동네인데, 산 중턱에 걸쳐 넓게 퍼져있다. 사파가 세계적인 힐링의 성지로서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이 인근의 마을들이 모두 상업화되어 가지만, 타반 마을은 가장 때가 덜 묻은 곳이라 한다.

타방 마을 위쪽과 맞은편 저 건너는 모두 다랭이 논이다.내가 묵을 숙소는 타반 드래곤 하우스라는 홈스테이로서, 마을 높은 쪽에 위치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열려고 해도 안 열리던 사물암 뚜껑이 숙소에 도착하니까 쉽게 열린다. 그리고 어느새 그 지독하던 안개와 비도 그쳤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돌아 다니지 말라는 계시인 것 같다.

방에 들어가니 더블 침대 발 끝쪽 벽은 통유리로 되어있고, 밖은 베란다로 되어있다. 창문 넘어 저 아래로 마을풍경이 보인다. 최고의 뷰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전기매트가 켜진 침대 속에 들어가니 살 만하다. 이제야 몸에 한기가 좀 가신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가 귀찮아 안주인에게 이곳에서 식사할 수 없느냐고 물으니, 괜찮다면 자기 식구들과 함께하자고 한다. 나도 흔쾌히 응했다. 흰 쌀밥에다 3가지 채소무침에다 두부와 닭찜을 곁들인 푸짐한 저녁이었다. 밥맛도 '아끼바레'보다 나은 것 같았다.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부부가 일남일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부인이 아주 젊고 예쁘다. 처음에 예닐곱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를 보고 동생이냐고 물으나, 펄쩍 뛰면서 아들이라 한다.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렇지 즐거운 식사였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5: 산길 트래킹과 캇캇마을 탐방

사파 여행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5년전 이맘때쯤 하노이에서 투어 그룹에 합류하여 34일 일정으로 이곳에 왔었는데,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 속에 트래킹에 따라 나섰다가 가파른 산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때는 영구 장애인이 되는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조금 무리를 하면 허리가 아프다.

아침에 잠을 깨니 통유리창 밖이 뿌옇다. 오늘도 짙은 안개인 것 같다. 베란다에 나가 아래를 보니 길이 축축히 젖어있다. 한번씩 이곳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야 이런 모든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겠지만, 평생을 습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만저만 괴로움이 아닐 것이다.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가까운 곳으로 잠깐 걷기로 했다. 숙소에서 1.3킬로 떨어진 곳에 지앙타 차이(giangta chai) 마을이란 곳이 있다해서 그곳에 다녀오기로 했다. 지금 숙소도 마을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지앙타 차이 마을은 집밖으로 나와 산 위쪽으로 나있는 길을 계속 따라 올라가야 한다. 자동차 한 대 정도가 올라갈 수 있는 폭의 길인데,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열대 식물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니 기분이 더없이 상쾌하다. 바로 이것이 사파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길 옆 산 아래쪽으로는 거의가 다랭이 논인데, 아쉽게도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못들어 거의 2.5킬로나 걸어 올라갔다. 길을 잘못 든 것을 확인하고 다시 갈림길까지 돌아왔다. 그곳에서 지앙타 차이 마을까지는 400미터이다. 그런데 도로공사를 하는지 길이 엉망이다.망설이다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길이 완전히 진창이라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마을앞 100미터가 되는 곳까지 왔는데, 도저히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포기하는게 현명하다고 생각하여 돌아서는데, 길 옆에 있는 집에 뒷 헛간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그 길로 들어가보니 또 다른집 마당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연결해 나가니 몇 채의 인가가 보인다. 동네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이다. 이 마을은 특이하게 집들이 다랭이 논 사이에 위치해있다.

좁은 가파른 길 양 옆으로 모두 다랭이 논이다. 논둑길로 들어가서 보면 더욱 잘 보이겠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나 알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이곳 화상을 찾아 보았은데, 맙소사! 여기가 바로 우리가 사진에서 보았던 산꼭대기까지 첩첩이 쌓였던 바로 그 다랭이 논 풍경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들어가 있는 내게는 길 양쪽에 있는 몇개의 논이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길을 잘못 든 덕에 3시간을 걸었다. 덕분에 사파의 고요하고도 상쾌한 산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쉰 후, 오후 1시쯤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무앙호아 밸리에 있는 산차이 빌리지로 갔다. 비가 갑자기 제법 많이 뿌린다. 다행히 산차이 마을에 도착하니 비는 멈춘다. 무앙호아 밸리는 아주 넓은 계곡이다. 계곡 양쪽으로는 다랭이 논들이 보인다. 이곳도 꽤 알려진 트래킹 코스인 것 같다. 많은 트래킹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길 양쪽으로는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다행히 안개비는 그쳐 저 먼 풍경까지도 잘 보인다. 사파에서는 드물게 탁 터진 느낌을 주는 계곡이다. 끝무렵에 있는 식당에서 쌀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는 쌀국수를 주문하면 큰 양푼이에 가득 담긴 야채가 함께 나온다. 고수 외에는 내가 아는 야채는 없지만, 그 많은 야채를 모두 비웠다. 식사를 한 후 식당에 오토바이를 맡겨두고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당초 5분 정도 걸어 들어갔다가 나오려 했으나, 주위가 하도 좋아 계속 걷다보니 왕복에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시간이 남아 캇캇 마을로 향했다. 무슨 조화인지 내가 오토바이만 타면 세찬 비가 쏟아지고 짙은 안개가 낀다. 자욱한 안개 속을 비를 맞으며 달린다. 중간중간에 비포장 도로와 도로공사 구간이 나와 애를 먹었다. 겨우 캇캇 마을에 도착하였다.

캇캇 마을은 사파에서 가장 유명한 소수민족 마을로서, 입장료도 무려 15만 동(8천원)이나 받는다. 나는 5년 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사파쪽에서 걸어내려 왔다. 이번에는 아래쪽에서 간다. 내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의 배경 사진이 바로 그때 찍은 캇캇 마을 풍경이다. 도착하니 비가 그친다.

캇캇 마을에 들어가니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 왔을 땐 그래도 원주민 가옥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기념품점, 식당, 숙소 등만 있을 뿐이다. 계곡만이 옛날 그대로인데, 그 계곡조차 그대로 두지 않는다. 잔도, 울타리 등 인공 구조물이 계곡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완전히 테마 공원으로 바뀐 것 같다.

어둡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출발하고 난 뒤 얼마지나지 않아 또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1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가 끼고 비도 점점 심해진다. 악전고투 끝에 겨우 숙소에 돌아왔다.

먼저 차가운 몸을 덥히기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부터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잘 나오던 물이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씻어 내려는데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는다. 뜨거운 물 뿐만 아니라 찬물도 안나온다. 낭패다. 스태프라고는 안주인과 일하는 아가씨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동남아 국가 화장실이라면 어느 곳에나 비치되어 있는 뒤씻는 물로 대충 비누를 씻어내리고 샤워실을 나왔다. 찬물로 온 몸을 씻었더니 더 떨린다.

뜨끈한 전기 매트가 깔린 침대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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