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라오스 여행 9: 하장에서의 느긋한 하루
밤 12시 반에 하장에 도착하였다. 버스 스케줄 상으로는 6시간 반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5시간만에 도착한 것이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얼마나 난폭하게 운전하는지 누운채로 내팽게쳐지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맞았다. 나는 뱃멀미도 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멀미를 않는 편인데, 약간 속이 거북함을 느낄 정도였다.
숙소는 따로 예약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버스에서 내려 예약한 숙소까지 찾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버스가 어떤 호스텔 앞에 정차하길레 내려서 물어보니 빈방이 있다. 하룻밤 4만동(2만2천 원).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숙박료가 2만원이 넘는 숙소에 묵는다. 방으로 올라갔더니, 대만족. 방이 아주 깔끔한데다 에어컨 히터까지 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난방이 되는 방이다. 샤워실도 아주 정갈하게 되어있다.
이곳 하장(河江, Ha giang)은 하노이에서 11시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데 "하장 루프"의 출발점이다. 하장루프란 하장에서 시작하여 동반, 메오박 등을 거쳐 다시 하장으로 돌아오는 약 400킬로 거리의 순환도로로서 그 절경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차를 타고 그냥 지나쳐서는 하장루프의 진정한 맛을 알기 어렵다. 오토바이를 타고 경치를 즐기며, 수많은 명소를 체험하는 것이 하장루프의 진정한 맛이다. 그래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오토바이 여행을 즐기고 있어 하장루프는 "오토바이 여행의 성지"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이 며칠동안 강행군을 해왔으므로 오늘 하루는 푹 쉬어야 겠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방에서 쉬다가 늦으막하게 나왔다. 난방이 잘되니 아주 기분이 좋다. 어제까지 사파에서 너무 추위에 떨었다. 이곳 하장은 인구가 4만명 정도라니까 우리나라 읍 정도의 규모이다. 도로가 널찍널찍하여 시원한 느낌이 든다. 큰 공공건물이 많이 눈에 뜨인다. 패딩을 입고 나왔더니 좀 덥다. 긴 티셔츠이면 딱 알맞은 정도의 온도이다.
거리를 산책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길가 가게에서 음료수를 한 잔 마시며 쉬어가고 하면서 두 시간 남짓 시내를 걸어다녔다. 적당한 피로감이 기분이 좋다.
이곳 숙박업소들은 거의 대부분 오토바이 렌털업을 병행한다. 숙소로 돌아와 숙소 매니저에게 하장루프와 함께 반지옥(Ban gioc) 폭포까지 다녀오려 하는데 며칠정도의 계획을 잡아야 하느냐고 물으니 최소한 6일은 잡아야 한단다.
동행자없이 나 혼자 여행한다고 하니 안된다며 펄쩍 뛴다. 길이 너무 위험하다면서 '이지 라이더', 즉 운전자를 고용하여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다니라는 거다. 그래봤자 하루 비용은 1만원 정도 추가되는데 그치지만, 그래서야 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사고장면과 위험한 도로사정 사진을 보여주며 계속 협박하는 바람에 나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일정을 대폭 줄여 2박3일의 오토바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대신 반지옥 폭포는 오토바이 여행이 끝난 후 버스로 다녀와야 겠다.
내일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늘은 빨리 휴식!
베트남, 라오스 여행 10: 하장루프 하장-동반 구간 오토바이 여행
오늘은 하장 루프 오토바이 여행 출발하는 날이다. 당초 6일로 계획했던 일정이 3일로 줄어들었다.위험하다고 만류하는 오토바이 렌털 숍 직원의 조언을 들어서이다. 한편으론 아쉽지만, 다른 한편으론 안도감도 든다. 이 여행을 계획할 때 과연 사고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스런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파에서 4일동안 오토바이 여행을 하면서 오토바이가 나에겐 상당히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3일간 여행계획이지만 사정을 봐서 내키면 더 연장할 수도 있고, 힘이 들면 중도에 포기하고 버스에 오토바이를 싣고 돌아올 수도 있다.
오토바이 렌털 숍의 직원을 아짐 7:30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을 잘못 봤다. 휴대폰에 현지 시간과 한국 시간이 동시에 뜨는데, 한국 시간을 보고 나선 것이었다. 약속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전 7시에 오토바이를 인계받아 출발했다. 스쿠터형 자동 오토바이인데 힘이 좋다. 스쿠터 형이기 때문에 일반 오토바이보다 바퀴가 작다. 험한 길일수록 바퀴가 커야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바퀴가 작은데도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오늘은 동반까지 150킬로를 가며, 내일과 모레, 이틀에 걸쳐 다른 코스를 통해 하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조금 가다보니 짧은 비포장 도로구간이 나온다. 등에서 진땀이 난다. 그까짓 비포장 도로를 가지고 무슨 엄살이냐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숙련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야 문제없겠지만 나같이 어쩌다 한 번씩 타보는 사람들은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일단 넘어지면 자전거와 달리 오토바이는 그 자체가 흉기가 된다.
출발해서 30킬로 정도 왔을 때 기여코 일이 났다. 비포장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미끌어지며 넘어졌다. 몸을 점검해보니 다행이 무릎이 조금 깨져 약간 피가 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부상은 없다. 근육이 놀라 좀 욱씬거린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돌아갈 수는 없다. 신경을 쓰며 조심조심 운전한다.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쇠퇴하는 것이 균형감각이고, 다음으로 다리에 힘이 약해진다. 그러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평평한 길이 없다. 끝없는 오르막길이 계속되다 또 끝없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 옆으로 절경이 펼쳐지지만, 마음 편히 감상할 여유가 없다.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은 풍경들이다. 출발지였던 하장이 해발 100미터 정도였는데,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해발 1,500미터 정도가 된다. 이러한 길이 몇번이나 반복된다. 나는 안전을 생각하여 조심조심 달리지만, 젊은이들은 겁도 안나는지 생생 달린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몇대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는 곳이 나타난다. 바로 뷰 포인트이다. 나오는 뷰 포인트마다 다 서서 경치를 감상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주차를 하고 출발을 하는 그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웅장한 절경이 연이어 계속되지만 등에서는 식은 땀이 날 정도이다. 만약 길을 벗어난다면 천애절벽 낭떠러지이다. 갚자기 위험이 닥치면 몸에 힘이 들어가 엑셀을 당겨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한다. 위험한 도로는 끝날 줄을 모른다. 고개를 들어보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한 높은 산에 걸려있으며, 뒤돌이 보면 지나온 길이 마치 똬리를 튼 뱀처럼 첩첩이 굴곡져있다.
이러힌 길이 끝났다 슾으면 다시 니타나기를 반복한다. 특히 커브길에서 큰 트럭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꼭 대형 트럭은 커브길에서 만난다. 한 구비를 돌 때마다 새로운 웅장한 풍경이 나타난다. 사파에서 많은 웅장한 풍경을 감상하였지만, "웅장함"이라는 면만 본다면 여기 풍경에 비교가 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지나온 뷰 포인트는 각각 이름이 있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아무 것도 없다. 운전하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뷰 포인트가 나왔다. 소수민족 소녀들이 꽃을 팔고있다. 등에 큰 광주리 바구니를 지고, 그 안에 야생화를 가득 담고 있다. 대략 중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데, 한결같이 예쁘다. 꽃을 사라는 권유는 못하고 그냥 수줍게 웃고만 있다. "그래. 꽃을 사자!" 이 꽃이 나를 지켜줄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꽃을 오토바이 뒤에 꽂고 다시 달린다.
이정표에 동반끼지 30킬로도 남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이제 살았다하며 한숨 돌리려는데, 더 끔찍한 도로가 나온다.해발 1,500미터가 넘었는데, 평평한 길이 계속 되기도 한다. 고원지대인 모양이다, 위험한 길이 끝나려나 했는데, 새로운 길이 다시 나타난다. 아무래도 동반에 도착할 때까지 그럴 모양이다.
드디어 동반에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곧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돌아 갈 때는 두번에 걸쳐 나누어 갈 것이지만, 그래도 이제 운전은 지긋지긋하다. 할 수 없다. 오늘같은 위험을 반복할 순 없다. 대리운전을 하자. 숙소의 스탭에게 운전자를 한 사람 수배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11: 하장루프 마피렝 패스
어제는 하도 긴장을 하며 운전해 왔기에 식욕도 나지 않았다. 쌀국수로 아침을 때운 이래 온종일 사과 2알밖에 먹지 않았다. 저녁에도 식욕이 없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 넘어졌던 것이 꽤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는데 잠이 드니 온 몸이 아프지 않는 곳이 없다. 몸을 뒤척이기조차 힘든다. 중간에 잠이 깨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온몸이 결리고 아파 일어나기도 힘든다. 여기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잠들었다. 푹 잤다. 일어나니 한 밤중보단 몸이 가볍다. 오늘은 하루종일 숙소에서 쉴까하다가 추운 방에서 멍하니 누워있다간 없는 병도 생길 것 같다. 몸의 다른 곳은 근육이 놀라 결리는 것 같은데, 깨진 무릎과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어깨는 직접 아프다.
나가서 식사를 한 후 약국에 가서 무릎의 깨진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뭔가 주섬주섬 한보따리를 담아준다. 숙소로 돌아와 확인하니 소독액 큰병 하나와 탈지면, 그리고 상처에 바르는 "아까징끼", 붕대, 반창고 등이다. 익숙치 않은 손으로 대충 상처를 정리하였다.
숙소 스탭에게 내일 부르기로 한 대리기사 오늘도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가능하단다. 잠시 기다렸다가 대리기사가 오자 출발했다. 대리운전 신세를 져본지 이제 10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베트남까지 와서 대리운전 신세를 진다.
오늘 가려는 곳은 "하장 루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마피렝 패스(Ma Pi Leng Pass)이다. 마피렝 패스란 동반에서 메오박(Meo Vac)까지 약 20여 킬로에 이르는 도로로서 험하기도 하지만 하장 루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알려져있다. 숙련된 운전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으니 그렇게 마음 편할 수 없다.
동반 시가지를 벗어나 조금 달리니 저 앞 산허리에 "Welcome to Meo Vac"이라는 큼직한 글씨가 보인다. 길이 무척 어려워 대리 운전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의 풍경을 보면 "헉!" 소리가 나온다. 장엄하다! 아름답다! 웅장하다! 무슨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가지 않아 탑같은 것이 서있는 곳에 세워준다. 그 탑은 이 도로를 건설하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 도로를 건설하는데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는데, 그들은 아무런 중장비도 없이 삽과 곡굉이 그리고 손수레만을 가지고 이 길을 닦은 것이다. 이 길이 생김으로서 이 지역의 소수민족들은 비로서 문명세계에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관령에 가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죽은 노동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있다. 그들은 그래도 중장비라도 활용하였지만,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이 길을 닦은 것이다. 탑의 옆면에는 도로를 통해 들어 온 트럭을 둘러싸고 기쁨에 환호하는 소수민족들의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다시 조금 달리다 휴게소 앞에 세워준다. 휴게소로 들어가니 저 아래 마피렝 협곡이 보인다. 장엄한 풍경에 숨이 막힌다. 협곡 아래는 푸른 물로 차있다. 작은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둔 것이다. 이곳 휴게소에서 협곡 아래까지는 높이가 아무리 못돼도 1킬로는 될 것 같다. 협곡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오토바이로 끝도 없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길의 경사가 10미터에 1미터씩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1킬로를 내려가기 위해선 10킬로를 달려야 한다.
댐이 있는 곳은 해발 500미터 정도 된다. 이 높은 곳에 왜 댐을 만들었을까? 수력발전을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댐으로 내려오면 호수에서 뱃놀이를 할 수 있는데, 이 뱃놀이야 말로 마피렝 패스의 또다른 자랑거리이다. 요금은 몇천원 정도인데, 티켓 판매소에서 선착장까지 약간 거리가 있어 셔틀이 운행되고 있다. 길다란 배를 타고 마피렝 협곡을 빠져나간다. 하늘에 닿을듯한 높은 협곡 사이로 배는 미끌어지듯이 지나간다. 세상에 선경(仙景)이 있다면 이곳이 바로 그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스카이 워크"가 머리에 떠오른다. 그리로 가자고 하였다. 그곳은 바로 오전에 들렀던 사망자 기념탑이 있는 곳이었다. 탑 옆쪽으로 좁은 산길이 있는데, 이 길이 바로 저 위의 바위산 뷰 포인트로 연결되는 스카이 워크이다. 폭 3미터 정도의 좁은 길이 산 위를 향해 마치 잔도처럼 뻗어있다. 상당히 멀어보이는데, 막상 걸으면 30-40분 정도에 올라갈 수 있다. 동네사람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나는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한참 걸으니 이상하게도 오늘 아침 그렇게나 아프던 온몸에 별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깨친 무릎팍과 타박상을 입은 어깨를 제외하고는 별로 아픈지를 모르겠다. 한참 걸어왔더니 드디어 뷰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사진을 찍었다. 날카로운 바위로 된 전망대를 지나면 절벽에 마치 테라스처럼 나온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이곳의 최대 명물이다.
이곳까지 올라왔으니 몇발자국 더 올라 칼처럼 날카로운 바위 전망대나 테라스 바위까지 올라가면 좋겠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괜히 위험한 그곳까지 갈 필요가 없으며,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멋진 풍경을 원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왔다. 기사는 내일 9시까지 숙소로 찾아오기로 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냉방이 썰렁하다. 추우니까 모든 게 다 싫다.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추우니까 독한 술이 땡긴다. 며칠전에 사둔 옥수수 술을 들고나왔다. 동반 야시장 장터로 향했다. 숙소 근처 음식점에서 마치 우리나라 장작 통닭같은 방식으로 닭을 굽고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여, 다른 좋은 것이 없으면 저걸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야시장은 썰렁했다. 수십군데 음식점이 있었으나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별로 내키는 음식이 없어 돌아나오려는데, 어떤 가족이 샤브샤브를 먹고 있다. 베트남에 와서 아직 뜨거운 음식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여긴 쌀국수도 마지근하다. 그래 저걸 먹자! 음식이 나오는데 푸짐하다. 쇠고기 샤브샤브인데, 고기가 300그램도 넘을 것 같다. 그리고 한 광주리 가득한 야채와 따로 나오는 버섯, 도저히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독한 옥수수 술을 곁들이니 기가 막힌다.
이곳은 닭고기나 돼지고기, 쇠고기의 값 처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모두 풀어놓고 키우는 것, 사료비가 안들어서 그런가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여기 쇠고기는 별로 맛이 없다. 사료를 먹이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 이 많은 양을 다 먹을 수는 없다. 결국 남길 수밖에 없다. 먹기 전엔 나중에 다 먹고난 후 국수를 넣어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런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이제 겨우 6시 반이다. 숙소에 들어가 일찍 자자.
베트남, 라오스 여행 12: 버스에 오토바이를 싣고 하장으로 돌아오다
오전 9시에 숙소 로비에서 대리운전사를 만나기로 했건만 그는 오지 않는다. 어제 몇번이나 확인했음에도 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내가 운전을 해서 돌아갈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더이상의 모험은 않는 것이 좋겠다. 대리운전사를 다시 구해야히나 하고 궁리를 하는 중 숙소 직원이 버스에 오토바이를 싣고 가는 것이 어떠겠냐고 제안한다. 그러기로 했다.
조금 있으니 버스회사 직원이 와서 먼저 오토바이부터 싣겠디며 오토바이를 가져간다. 그리고 10시에 픽업하러 오겠다고 한다. 베트남은 도시간 이동 교통에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낙후되어 있지만, 한가지 편리한 점이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도어 투 도어 방식이라는 거다. 웬만한 곳에 있으면 픽업하러 오고, 목적지를 확인 한 후엔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10시가 되어 숙소 앞에 나가있으니, 지붕에 오토바이를 실은 낡은 미니 버스가 온다. 버스에 오르니 또 한 대의 오토바이가 버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사람인데, 운전을 포기한 것 같다. 버스가 출발했다. 차창으로 하장 루프의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워낙 좁고 경사진 길이라 버스가 제대로 달리지를 못한다. 도로를 보니 아찔하다. 저런 험한 길을 혼자서 달려 이곳까지 왔으니, 나도 참 무모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곳에 올 때는 길이 하도 험하여 다른데 신경은 못쓰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버스를 타고 좀 여유가 생겨 주위를 살펴보니, 그야말로 요즘 젊은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난이 아니다." 커브는 거의 대부분 U자 형태로 구부러진다. 그런 커브길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끝도 없이 내리막을 내려가는 것 같아 고도계를 확인해보니 해발 200미터 정도가 된다. 그런 다음 또 끝도 없이 올라간다. 확인해보면 해발 1,600미터가 훌쩍 넘는다. 이런 길이 계속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높고 험한 길을 차로 다녀본 적이 없다. 설악산 한계령 계곡이나 속리산 말티고개 정도는 여기에 비한다면 어린이 놀이터 정도이다. 하도 흔들려서 그런지 잠이 쏟아진다. 대라운전을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가 운전하더라도 몇시간씩이나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이 길을 간다는게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길을 혼자서 뚫고 왔다는 사실에 한편 뿌듯해지기도 한다. 중간에 한번 휴게소에 들렀지만, 차 안에서 하도 흔들려 식욕도 나지 않는다.
하장을 40킬로 정도 앞두고 그때부터 길이 좋아진다. 벌써 차가 출발한지 5시간이 지났다. 동반에서 하장까지 150킬로이므로, 110킬로미터의 산악도로를 5시간 걸려 달려온 것이다.
이후 스케줄을 어떻게 할까 선뜻 마음이 정해지지 않는다. 당초 계획대로 반지옥 폭포에 갈까, 아니면 폭포 관광을 생략하고 바로 하노이나 닌빈으로 갈까 망설여진다. 그래,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반지옥 폭포까지 가자. 결심이 섰다. 반지옥 폭포는 까오방에서 9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럼 까오방은 어떻게 가나? 이곳 하장에서 하루에 한 편 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타고 오늘 출발했던 동반으로 가, 거기서 온만큼 거리보다 더 멀리 동쪽으로 가야한다.
며칠전에 묵었던 숙소로 다시 왔다. 전기매트를 뜨끈하게 깔고 몸을 녹인다. 내일부터 3일 정도는 또 강행군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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