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손민현
1 프롤로그 :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1 프롤로그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필자 브런치의 소개글인 위 문장처럼 예술을 취미로 즐기던 나는 최근에 문화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게 되었다.
어찌어찌 하루아침에 대학생에서 문화예술 행정가(라고 부르고 경우에 따라선 기획자, 공무원인 듯 공무원이 아닌)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소개한다. 앞으로 쓰게 될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는 문화예술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이야기다.
코로나로 숨 가쁘던 2020년 여름, 애석하게도 프로모션 메일함에 도착한 최종 합격 안내 메일을 찾아 읽었다. 하루 정도 더 기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었던 나 자신에게 왠지 모를 측은함이 느껴졌다.
내 앞에 펼쳐질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와, 9to6라는 속박의 굴레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어느새 그 안에서 한 해가 지나있었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 옛날 메일을 보고 있자니, 그 당시의 생각이 떠오르며 최근 내 생활에 대한 글을,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까, 왜 쓰게 된 걸까?"
오늘은 프롤로그로 앞으로의 글과 담고 싶은 이야기, 쓰기 시작한 이유, 그리고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앞으로 써나갈 글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간단하게는 이제 막 반년을 넘긴 필자가 문화기관의 실태나 정책 방향, 다양한 문화사업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 초심자의 마음가짐과 시선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위에 있는 수많은 선배들보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생생한 "이곳에 처음 도착한 느낌을 바탕으로 한 관찰기"를 쓰고자 한다.
오늘 첫 번째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두 번째에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의 막막했던 이야기를,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닿을 듯 말 듯 알 수 없는 문화예술과 스터디 과정,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시험과 면접 과정을 쓰고 시즌1 정도를 마무리해볼까 한다.
이후 시즌에는 입사 후의 에피소드 위주로 이곳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2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에는 크고 간략하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문화예술 공공기관이나 같은 업계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준비 과정의 가이드를 주고 싶었다. 혼자 준비하는 과정이 막막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낯선 외국에 이틀 정도는 먼저 도착한 여행자처럼 아직 뭣 모르지만 착실히 도와주는 사람이 되려 한다.
조금만 더 지나면 나도 아예 이곳에 적응하여 외지인에게 관심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기 전에 이곳에 오게 되는 과정에 대해 써보려 한다. 연봉이나 대우와 같은 주관적이고도 객관적인 이야기는, 우리 사석에서 만나면 해보도록 하자. 이곳에는 되도록이면 여러분들의 열정과 희망에 불을 지필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리고 이미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현지인들에게는, 이곳의 고충과 더 나은 방향성, 의미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고 싶다. 생각보다 그 안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다. 이런 글을 통해서 나도 내가 지금 이 일에 대해서, 이곳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헤쳐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회가 된다면 듣고 싶다.
이 글은 자전적 소설 느낌으로 써보려 한다.
소설이란 것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소설의 형식을 취하면 조금 더 많은 얘기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전적 소설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내용은 내 경험에서 우러나올 것이고 그래서 아마.. 소금도 뿌리지 않은 계란 후라이 같은 맛일 것이다 (재미가 없지만 영양은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문화예술을 사랑하여 이곳에 발을 들일 계획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주의와 부탁을 동시에 하자면, 먼저 이 이야기가 이 세계의 모든 면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라며, 그래서 동시에 이곳에서 일하는 것, 문화를 업으로 삼는 일은 그렇게 즐거운 일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미리 알고 있길 바란다.
아마 모든 조직과 사회가 마찬가지겠지만 너무나 힘든 일도 있었고, 아직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플랫폼에 처음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듯, 무엇에 대해 쓴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이 일에 대한,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프롤로그는 나의 각오와 생각을 정리하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으로 쓰게 될 글과 관련하여 사실과 너무나도 다른 점이 있거나 혹시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시길 바란다.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1
과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문화예술)?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A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앞으로의 삶에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현실적인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연봉이나 워라밸 같은 것들은 후순위로 미뤄두기로 했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돈을 버는 "진짜 어른"이 되어서도 막연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A는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문화나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에서는 음악동아리에서 몇 년간 활동하기도 했고, 관련한 복수전공을 택하기도 했고, 1-2년간 문화예술 플랫폼에 꾸준히 글을 쓰기도 했고, 비슷한 대외활동 경험도 쌓았기 때문이다. 남이 보기에도 자신이 보기에도 정해져 있는 길 같았다.
그러던 중 A는 어느새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게 되었다. 여느 때와 같지만 막 학기라는 한 순간에 취준생 신분이 된 A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고민하였다. 취업을 위해 해야 할 것은 산더미였고, 머릿속에 채워야 할 것에 대해 실은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꿈에 대해서 열심히 쓰고 이야기한 적은 많았지만 그 꿈을 향해 가는 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몇 번 없었다.
그 고민은 너무나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었을까, 어려운 길은 돌아가면서 살아온 그는 무의식적으로 회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늦었다 싶을 때, 정말로 늦지 않기 위해 막 학기를 다니며 그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기업, 관련된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막막하고 어려운 마음은 도무지 없어지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관심 있게 자신의 재미를 위해 지켜보던 곳들이, 직접 공부하고 목표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생각하니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캄캄했다. 문득 A는 노트북을 덮고 고민에 빠져 들었다.
“나는 진짜 이걸 좋아하는 걸까? 이 일을 해도 끝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A는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먼저 고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그는 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진행되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야외 콘서트 소식에 아쉬워하는 참이었다. 예컨대 콘서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출연하는 가수가 좋을 수도, 그 콘서트가 기획하는 방향성이나 가치가 자신과 맞을 수도 있고, 그냥 그 분위기나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A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모두 누군가가 오랜 시간 세심하게 기획하고 준비한 과정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넓게는 문화나 예술, 좁게는 개인의 취향이나 취미는 어떤 결과물에 대한 것이 많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애초에 알기 쉽지 않고 좋아하기는 더 쉽지 않다. 그는 저번 학기에 들었던 영화 제작 실습을 떠올리며, 느낌만으로 수업 과목을 선택했을 때 겪었던 혼란함과 어려움을 떠올린다. 평가를 받기 위한 5분짜리 영상이었지만 프리 프로덕션, 시나리오, 기획과 연출, 촬영장과 배우 섭외, 심지어 날씨까지도 고려하며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나 섭외와 같은 일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전체적인 방향을 짜는 프리 프로덕션이나 기획에 흥미를 보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의 진실과 이면”
A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직업을 찾는 일은 내가 단순히 무엇을 좋아하는구나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설령 운 좋게 취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갈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마치 그가 영화를 직접 찍으며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고민들과 사람들의 피와 땀까지 하나씩 알아나갔듯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면서,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나와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A는 생각보다 준비해야 하는 일들은 많고, 지금껏 학교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다양한 상황을 마주해하며 막막한 벽 앞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학생에서 취준생으로 바꾸기 위해 몇 가지 지켜야 할, 그리고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세웠다.
1. 첫 시작은 일찍 일어나기부터
일어나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다. 늦은 밤에 할 일을 아침에 하는 것조차도 그의 삶을 크게 바꿔줄 것이라 기대했다. 다 같이 일어난 사실을 증명하는 "기상스터디"에 가입해서 매일같이 9시에 일어나서, 보통은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앉아 있었다. 처음엔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적응하고 나니 심심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2. 명확한 “캐치프라이즈” 세우기
어디 가서도, 내가 무엇을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느낄만한 ‘캐치프라이즈’가 필요했다. A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명확한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캐치프라이즈 한 줄로에는 크고 거창한 의미를 담되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적기로 했다. A는 첨예한 갈등으로 덮인 이 사회에서 한 줄기 희망은 문화와 예술이라고 믿었고, 자신이 그러한 사회를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3. 마치 그곳에서 일하는 것처럼 익숙해지기
어떤 곳이든 그 안에서 쓰이는 언어가 있다. 사회화되는 과정은 그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에 익숙해지기 위한 첫 단계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문화예술 기관의 공지사항과 사업 소개 등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 통용되는 언어와 흐름이 있었다. 그 단어들을 되뇌고 익혀 자소서 속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A는 다른 것보다도, 각 기관의 조직도를 보며 큰 재미를 느꼈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며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고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다.
4. 레퍼런스 찾기
주변의 사람들도 좋고, 웹상의 뉴스 기사나 자료도 좋고, 가고자 하는 길과 관련된 레퍼런스는 기회가 되는 대로 모두 알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치 게임의 퀘스트를 하나하나 깨듯,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레퍼런스를 얻고 공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유튜브나 다른 온라인 상에서 볼 수 있는 라이브 영상, 포럼 등을 보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현장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코로나가 가져다준 변화 중 가장 긍정적인 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패기롭게 제출한 A의 첫 자기소개서는 탈락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A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며, 불합격이라는 저 세 글자에 뼈아파했다. 뉴스나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취업 시장의 불황이 드디어 자신에게로 다가왔다는 사실도 무서웠지만, A는 그럼에도 그 과정이 힘들지만 마냥 의미 없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취업을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일까 이 모든 내용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A는 하나의 합격 메일을 받게 된다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2
A는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더 높은 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면, 더 아쉬움도 클 것이기 때문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A는 문화예술이라는 세계에 들어가면서, 취준이라는 세계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시험을 준비해본 그였지만, 빠르면 2주 안에 치러지는 각각의 단계는 벼락치기를 하며 그 단계에 맞는 모든 내용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저 게임을 할 때에도 저 공 참 외로워 보였다.
그 모든 과정은 어릴 적 많이 했던 공 튀기기 게임 같았다. 한 스테이지를 넘어가면 다음 스테이지가 나오고, 마지막 단계를 클리어하면 승리로 마무리하게 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어린 A가 이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트릭이 있는 게임을 스스로 깨는 건 쉽지 않았다. 이러한 난관이 오면 몇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 터득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A는 쉽게 가는 길을 택하는 편이었다. A를 도와준 것은 다른 실력자들이 만들어놓은 여러 공략법이었다. 어디에 가면 어떤 함정이 있고, 이 스테이지에서는 어떤 속도로 해야 할지 공략법에는 세세하게 나와있었고 그대로 따라 하며 최종 단계까지 가곤 했었다.
첫 번째 스테이지를 통과한 A는 공 튀기기 게임을 클리어한 것처럼,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이 게임의 난이도와 공략법을 우선 터득하기로 했다. 아직 초보자에 불과한 자신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준비 과정이나 경험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초보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략법들이 이미 인터넷에 많았고 A는 자신에게 필요한 공략법을 정리했다.
"공략법 터득하기"
공략 1. 스테이지 별 경쟁률을 확인하자.
다행히 한번 실패하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공 튀기기와는 달리 이 게임은 복수의 합격자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이트와 당 회사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익명의 채팅방 등을 돌아다니며 서류 - 필기 - 1차 면접 - 2차 면접의 경쟁률과 합격률을 유심히 체크했다.
만약 이번 스테이지가 선착순 100명까지만 허용하는 스테이지라면 물론 1등을 하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101등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낮은 경쟁률의 스테이지에서는 최대한 힘을 빼야 했다.
공략 2. 필기시험에는 관련 분야와 함께 시의성 있는 주제가 나온다.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필기시험은 보통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전공과목으로 구성되는데, 전공과목에는 문화행정, 박물관학, 예술경영, 예술일반, 심지어 직무에 따라서는 미술사나 예술사 등 다양한 분야가 나온다.
물론 이러한 시험은 보통 객관식으로 치러지기도 하고, 관련 정보들을 얻는 게 쉬운 편이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논술 시험을 보는 기관도 있으니, 필기시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인 점이라면, 이 게임을 함께하는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공략 3.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알아야 한다.
공략법만 공부하고, 게임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지원한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함께 A는 본격적으로 필기시험을, 알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A가 필기시험을 준비하며 활용한 한 가지 방법은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예술 행사 포스터에 쓰여있는 정보를 따라 추적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유심히 보지 않고 넘어갔던 포스터에 쓰여있는 작은 글씨, 예컨대 그것을 제작한 단체나 후원한 기관, 그리고 사업명 등에 대해 알아보고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업 소개나 조직도를 펼쳐보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 작품이나 결과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어떤 목적을 통해 진행되는 사업인지, 어떤 정책이나 방향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사업인지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포스터에 쓰여있는 공연과 관련한 정보들
"완벽할 수는 없어.
두 번째 스테이지, 필기시험 공부하기"
위 공략법처럼 A는 101번째로 통과하지는 않기 위해, 필기시험 스테이지를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공략법을 통해 필기시험과 면접의 경쟁률을 각각 알아보고, 두 번째로는 필기시험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해당 기관의 주요 키워드와 함께 2020년의 주요 이슈 두 가지 이슈를 정리했다. 세 번째가 가장 어려웠는데, 결국에 외부자의 시선에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공부할 수 있을 뿐이었고, 시간적으로도 벼락치기로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A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오히려 주어진 시간에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두 번째에 집중하기로 했다. 관련 분야에 대해 빠르게 훑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의성을 가진 주제와 그리고 그로부터 지원한 회사에 대해 공부했다. (이번 스텝에서는 A가 직접 쓰고 정리했던 공략 노트를 슬쩍 보고 지나가 보자.)
이슈 1. 코로나19와 문화예술
2020년을 통틀어서 모든 영역에서 그렇겠지만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다.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인류 사회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대면과 소통이 대부분인 문화예술계에 근본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를 통해 엄청나게 다양한 의제들이 나왔고, 이것들을 논의하기 위한 수많은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다. 결국 코로나 이슈는 당장 코로나에 대한 문제도 이지만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두 번째 이슈인 '위기 극복'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이슈 2. 문화예술 지원정책과 위기극복
사회 전체로 보면 코로나 위기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것이었지만, 예술계에서는 오히려 코로나 이전에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서 투잡을 병행하는 예술가들은 많았고,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거나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예술가들은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예술가들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운 수많은 정책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상황에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위기 극복과 관리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었다. 특히 예술가의 생계, 문화예술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A는 그것들을 살펴보다가 우리나라의 문화정책 한 가지인 "예술지원정책"에 대해 어렴풋하게 정리해보았다. 먼저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에서 흘러온다. 그 큰 줄기 속에서 하위 줄기가 나타나기도 하고 두 줄기를 연결시키는 정책들도 있었다.
1. 예술가와 창작 지원
2. 국민들의 문화 향유 증진
예술가의 창작 지원을 위해서 국가의 주도로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기도 하고, 예술가들에게 원활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고, 지원사업을 통해 직접 창작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국가가 문화예술을 지원함을 바탕으로 사회와 표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문화의 수준을 높여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물론 예술가 지원의 관점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의 차이도 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를 통해 "예술지원"에 대한 화두가 조금 더 새롭게 정비되었고 떠올랐다. 코로나가 언제 끝나고 정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예술지원의 방향성이 적절했는지, 그리고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할 시스템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리하고 검토해야 했다.
"정리하기, 나만의 글로 남기기"
위와 같은 공부를 하면서 A는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다. 취업 준비가 합격을 위해서만 쓰이고 휘발되는 것이 아쉬웠던 A는 공부 과정을 남겨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쓰기 시작했다.
A가 글을 써오던 아트인사이트는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장이었다. 비슷한 주제가 앞으로 있을 필기시험이나 면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서툴지만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갔다.
'철학, 글쓰기, 수필론 문학기행, 작가론, 문학작품 해설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정래의 아리랑 (0) | 2024.09.17 |
---|---|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4 (10) | 2024.09.02 |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3 (7) | 2024.09.02 |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2 (3) | 2024.09.02 |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철학] (1) | 2022.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