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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2

by 자한형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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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3 /손민현

4 면접은 처음이라서요...

자신 있게 필기시험을 준비해왔던 날과는 달리, 막상 디데이가 다가오니 A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용기를 얻고자 다른 공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필기시험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 내가 합격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를 한다고?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A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 않았나 쓴웃음을 지어본다.

시험날이 다가올 때까지 A는 필기시험을 치기 위해 예술경영과 문화행정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나 주요 유형이 다른 과목에 비해 많지 않은데 양은 엄청나게 많아서 공부하기 쉽지 않다) 학예사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과목인 박물관학을 훑어보기도 했다. 달달 외워야 하는 수도 없거니와, 이 학문이 등장한 역사가 짧기도 하여서 객관식 시험으로 준비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재미도 없었다. 1시간 뒤 교양과목 기말고사를 벼락치기하는 1학년처럼 뜨문뜨문 공부하느라 모든 부분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신 A는 짧은 시간에도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논술 필기에 집중하기로 한다. 논술 시험은 면접의 연장선상에서 준비할 수 있었고, 객관식 시험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는 기출문제와 유사 답변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을 찾게는 해주었다. A는 당장 시험을 봐야 할 문제도 있지만, 이앞으로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1.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잘 이뤄지고 있는가?

코로나19로 인해 예술인 긴급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보도자료를 타고 세상에 나온 기사에 달린 댓글이 인상 깊었다. "지금 다 어려운 상황인데 예술은 무슨". 이보다 더 과격한 표현이 많았지만,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아직 예술은 "삶 이외"에 속해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예술은 장사, 식사, 출근, 등교와 같은 삶의 방식일 것이지만, 이에 대한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먼저 거쳐야 할 사회 전체의 합의는 아직 우리나라에 부재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2.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이를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하기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어떠한(민감할 수도 있는) 사회적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가장 유려한 소통 수단일 것이다. 사회가 드러내지 못하는 현상과 쟁점을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반향을 일으키 듯, 예술이라는 돌을 던져 풀어내는 것이 하나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러한 작업들이 많은 것 같다. 잊힌 공간이나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하나의 예술로 남기거나 하는 기록 작업도 있고,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이다.

3. 표현의 자유와 사회에 통용되는 도덕적 기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예술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그것은 누가 허용하는 것이며, 기준은 누가 세우는 것일까. A는 거장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가 처음에 형식적으로도, 표현적으로도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생각한다. 당시의 주류 문화에서는 그 그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A는 이 주제를 생각하며 개인적인 영역에 가까운 예술과 사회적인 영역인 문화가 충돌하는 현장을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임을 직감한다.

4. 문화예술과 문화예술 행정이 가지는 가치와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문화 정책 상에서, 국가는 자국의 문화예술 진흥과 국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예술인 지원 정책의 근본은 전자로부터, 다양한 문화행사 등의 프로그램은 후자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행정은 국가의 문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자 그 가치를 공공에 기여하기 위한 과정이다. 단순히 나 자신이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 외에도, 이 일이 갖는 의미를 거시적으로 생각해보고 그것과 나를 맞춰가는 과정도 중요할 것이다.

"필기시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 면접은 1주일 뒤라고요?"

다행히 A와 함께 시험을 준비했던 스터디 그룹원들 모두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함께 면접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모든 면접이나 답변이 마찬가지겠지만, 정해진 문제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아진다. A는 면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대답할 수 있고 그 답변으로 자신이 가진 장점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돋보기를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더하여 코로나 시대의 면접은,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연습을 추가적으로도 준비해야 했다. 말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겪었던 적 없었던 A지만 마스크를 쓰고 긴장된 자리에서 크게 말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최대한 편한 마스크를 준비하고, 마스크 속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는지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위와 같은 과정 외에도 생애 첫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면접 때 입고 갈 정장과 구두부터 구매를 해야 하고, 한 달 전쯤 물들여놓은 머리를 안타깝게도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과정까지 마쳐야 끝이 났다. A는 외적인 준비까지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면접장에 들어선다. 자리한 모두가 정적을 지키는 가운데,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는 것조차 긴장되었다.

이 순간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A가 문화예술이라는 업의 세계와 대면하는 첫 순간이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것들을 검증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역시 A에 대해 모를 것은 분명하지만, 나에 대해 알기 위해 앞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A는 질문을 받고 잠시 동안 머리가 하얘졌지만,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길어야 10분 동안 진행되는 면접에서 자기소개 등을 제외한 개별 질문은 몇 번 주어지지 않고, 주어진 질문 안에 (불쾌감을 줄 정도로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임팩트를 남겨야 했다. A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첫 답변을, 그 세계에 처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술을 취미로, 문화를 업으로 삼기 위해 지원한 A입니다."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4)

5 면접은 까 보기 전까지는, 몰라.

떨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청심환을 삼키거나, 본인만의 징크스를 깨기 위해 증표를 지니고 다닌다거나, 중요한 일이 있기 5분 전엔 꼭 화장실을 다녀온다던가 긴장되는 상황을 마주하면 어떤 사람이든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기 마련이다. A는 그 모든 것들을 처리하고 왔음에도 지금 이 자리가 너무나 불편했다. 최대한 편한 마스크를 쓰고, 또렷한 눈빛을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 하는 정장부터 차가운 공기까지 너무나도 불편했다.

누군가에게 일생일대의 순간일지라도 면접관들은 이미 몇 개조의 질문 답변을 마친 상태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저 주어진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면접이 시작되자 진행을 맡은 것으로 보이는 면접관 중 한 사람이 A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을 꺼낸다.

이 자리가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편하게 준비해온 만큼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왼쪽부터 차례로 자기소개를 시작해주세요."

왼쪽부터 시작하면 첫 번째 순서에 앉은 A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긴장감을 누르기 위해 만약 문이 오른쪽에 있었다면 오른쪽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푸념을 머릿속으로 잠시 하며 준비해온 자기소개를 떠올린다. 가장 첫마디를 무엇으로 할지 준비하기 위해 고민했던 일주일 간의 시간이 떠오른다. 자기소개에서 임팩트를 주지 못하면 안 된다는 조언부터, 최대한 담백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면접 전문가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그냥 될 대로 되어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첫마디를 떼어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술을 취미로, 문화를 업으로 삼기 위해 지원한 A입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과 활동을 하여 이러한 역량을 갖추었고..."

마스크 안을 뚫고 5M 밖에 있는 상대방에게 말을 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A는 크고 또박또박 말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후에는 학교에서의 전공이나 활동들, 문화예술과 관련해 준비했던 활동들을 차례로 이야기한다. 말하는 도중에 1분이 끝나버리고, 준비해온 내용의 1/5 정도는 말하지 못한 것 같다. 이어서 차례로 앉은 사람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미 동종업계에 몇 년간 몸담고 있는 사람들부터, 전혀 색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리고 A는 자신이 첫마디에 당차게 외친 "예술을 취미로, 문화를 업으로"는 이 업계에서 일하기 위한 거의 모두가 갖고 있는 정체성임을 1분 간의 자기소개에서 깨닫는다. 이에 더하여 그들은 "문화를 업으로" 삼기 위해 준비한 다양한 역량과 자질들을 소개하며 화려하게 자기소개를 마친다. A는 자신의 아킬레스 건인 경험의 부족을 처절하게 느끼면서 이후 답변에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B님은 이전 회사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실 것인지..?"

"C님은 동종업계가 아닌 본사로 이직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예전에 했던 사업과 자신의 역할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자기소개는 순서대로 끝났지만 A에게 답변할 기회는 순차적으로 오지 않았다. 본인의 자기소개가 면접관들의 궁금증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에서 쓴맛을 느끼며 거의 마음속으로 포기할 즈음, 하나의 질문을 받는다.

"A님은 문화와 관련된 여러 글을 써오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글들을 써오셨나요?"

다만 그 질문이 상상도 못 한 질문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A는 바로 몇 가지를 떠올리며 어떻게 답변할지 5초 안에 정리해야 했다. 2달간 썼던 유럽 여행기나, 공연이나 전시 리뷰, 최근에 공부하며 작성한 문화 관련 칼럼들을 떠올리자마자 이제 답변을 해야 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다양한 글을 쓰는데 중점을 두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 여행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를 찾아다니며 여행기를, 국내에서는 공연과 전시를 보고 리뷰를,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문화예술의 위기와 대응정책에 대한 글을 써왔습니다."

잘 답변한 걸까? 생각하는 와중에 다른 면접관의 질문이 재차 이어졌다. A는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다른 분들에 비해 현직 경험이 없으신데, 본인이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A와 함께한 면접 조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이직을 준비하거나, 다른 곳에서의 업무 경험이 있었다. 아마 이번 면접에서 A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하였을 때 약점을 잘 보완하고 강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했다. A는 조금은 간단한지만 무덤덤하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성장하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였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문화와 예술은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전 질문 이후 다른 지원자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졌고, 각자 마무리 질문을 받는 타이밍임을 확신했다. 이렇게 원론적인 질문이라니, A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다 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이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이라면, 문화는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이 각자의 방식으로 모인 현상이나 삶의 양식, 사회 그 자체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한 감정이 남았다. 솔직히 글을 쓰는 건 자신이 있었지만, 써놓은 글을 말로 하는 것은 어려웠다.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해볼걸, 조금 더 잘 말해볼걸 하는 후회가 남으면서도 할 만큼 하지 않았나 하는 모순적인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사람들의 위로 속에 '면까몰'이라는 단어가 인상 깊었다. "면접은 까 보기 전까지 몰라"라는 면접을 마치고 온 취준생들이 하나씩 쥐고 나오는 칭호 같은 이 말을 되뇌다 보니, 정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A의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지금의 A도 당시 면접을 생각하면 남들보다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은 운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뀌고 있지 않은가. 복권이나 사행성처럼 본인의 노력과 역량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 것들을 제외한다면, 어쩌면 모든 기회에 있어서 운과 한 사람의 노력은 언제나 함께 있다. 노력의 과정을 열심히 해온 사람에게는 그 운을 잡을 힘이 더 강해진다거나, 어쩌면 운이라는 녀석은 준비된 자에게만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혹여 누군가 이쪽으로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면 면까몰(면접은 까 보기 전까지 몰라)이든 운이든 조금 더 중요한 건,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한 준비(이것은 이후에 조금 더 다뤄보도록 하자)와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일을 넘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과정까지 좋아진다면 분명 매력적인 기회와 운이 다가올 것이다.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5)

6 시즌1 에필로그와 시즌2 프롤로그

오늘은 A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즌1이 끝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에 쉬어가는 차원에서 돌아보는 겸, 시즌1의 에필로그 겸, 시즌2에는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도 해볼 겸, 오늘은 그간의 이야기에 정리를 해볼까 한다. 얼마나 연재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던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를 어느새 2달 동안 쓰다 보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대략 6월부터 2달간 써온 시즌 1에는 문화예술 공공기관에 처음 발을 들이고자 결심한 1년 전의 순간부터 문을 열고 들어간 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글을 쓰고자 한 이유에는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아트인사이트에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내가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상 몇 달 동안 내가 경험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글을 쓰다 보니,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글을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실제로는 나에게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1년간의 과정을 돌아보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어떠한 확신 비슷한 게 생기기도 했고, 내가 이 일을 꽤 좋아하는 구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아트인사이트 공동저자 프로젝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막연히 좋아하던 것들에 이어서 "좋아하는 방식"이 생기고, 점점 관심이 좁혀져 특정 분야에 몸담고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에 두 번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작은 변화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고, 나와 비슷한 방식의 사람들에게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쭉 이어서 쓰게 된다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서 글을 쓰면 좋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하네?", "나도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어떨까?"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가는 내용과 아주 약간의 정보를 담을 예정이다. 부정적이거나 힘들었던 이야기도 가감 없이 담아야겠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 그 과정마저도 좋아할 수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즌1을 쓰면서 아쉬운 점을 뽑아보자면, 이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어떤 명확한 목표나 대상을 정해두고 쓰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주로 써왔던 글들은 보통 짧게 1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로드맵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쓰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정해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간의 경험이 그렇게 길고 깊지는 못해서 1년 전에 겪었던 고민이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글들을 다시 돌아보니, 자세한 묘사나 설명이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앞으로 쓸 글에서는 약간의 각주를 덧붙여 지금의 A가 바라보는 과거의 A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도 담기면,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복기해본다.

에필로그는 이 정도로 하고, 이어서 시즌2는 어떻게 쓸까에 대해 고민해본다.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막상 정제된 글로 담으려 하니 소재를 고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지금은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 이 기관은 이러한 일들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일하고 있구나."하고 담백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깝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출퇴근과 같이 한순간에 직장인으로 코딩되어버린 삶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업에서 일어나는 행정과 문화기획, 사람들과의 관계 등 실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로 들어갈 것 같다.

<문화를 업()으로, 예술은 취미로> 시즌 2 프롤로그

A는 아침 8시에 집을 나선다. 직선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출근길의 교통은 늘 예상하기 쉽지 않다. 이것저것 챙겼지만 무언가 놓친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A는 처음의 긴장감을 즐기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오늘 하루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은 너무 오래간만이라 적응이 안된다. 다들 핸드폰을 쳐다보며 이 긴 하루가 어서 끝나길 좋겠다고 생각하겠지, 짧은 상념을 마치고 A는 사회로의, 새 회사로의, 새로운 세상으로의 첫 발걸음을 뗀다.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안내받은 자리로 간 A는 책상에 놓인 수첩과 필기구, 그리고 컴퓨터를 바라본다. 이제 A는 분신과도 같은 이 장비들을 가지고 전장에 나서야 한다. 노련한 사수들은 벌써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이 A 앞에 펼쳐졌다. 아마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울리는 전화 벨소리 하나하나에 긴장하고 크고 작은 실수를 몇 번 하기도 할 것이다. 처음으로 받는 월급에 뛸 듯이 기쁠 것이고, 가끔은 세상의 쓴맛에 혼자서 고독을 씹기도 할 테다. 그렇게 난생처음 겪는 상황들을 마주하며 갓 태어난 아이처럼 A는 새로운 세계의 언어와 행동양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A의 좌충우돌한 이야기는 인기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 겪는 것처럼 이 시기의 누구나가 겪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A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문화예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