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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언론사 연재물 등

탄핵 이후 과제는 권력집중 중앙 집중 해체부터

by 자한형 202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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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과제는 권력 집중, 중앙 집중 해체부터/황대권

정치개혁의 첫 단추, 개헌 통한 권력구조 변화

핵심은 최고권력자의 비상식적 행위 원천봉쇄

독립공화국에 준하는 지역자치가 돌파구

지방 인재를 키워내고 지역에 뿌리박게 하는 법

기본소득 보장, 마을공동체, 지역생태계 강화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 '야생초 편지' 작가

12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정국은 거의 내전 상태로 돌입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현수막 경쟁이다. 사람 숫자에만 밀리지 자금은 결코 밀리지 않는 자칭 애국보수 세력은 전 거리를 현수막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서울 광화문 광장과 사이버상에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바야흐로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과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진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불법적 비상계엄을 탄핵으로 저지했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수 집단은 거대한 물줄기를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보려 애를 쓰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는 없어도 결국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인용할 것이다. 국가가 하루하루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아무리 보수적 재판관이라 해도 내전 상황의 지속을 원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탄핵 이후의 정국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먼저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대선 전까지 정치구조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정국의 안정을 위해 최단 시간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차지하리란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쥔 이후 국힘당과 보수세력은 또 한 번 당명을 갈고 헤쳐 모여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탄핵 정국을 이끌어낸 촛불시민 세력인데, 이들이 민주당과 협력하여 어떠한 정치개혁을 이루어낼지가 관심사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정치개혁의 첫 단추-개헌 통한 권력구조 변화

정치개혁의 첫 단추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의 변화이다.

첫째가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 분산시켜야 한다. 전 국민을 동원하여 경제개발을 하던 시절에 강화된 대통령의 권한을 경제성장 이후 시기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둘째로 이번과 같은 비상식적인 계엄령 발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능력도 안 되는 윤석열은 어처구니없게도 두 번이나 국회를 해산한 박정희를 꿈꾸었던 것 같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군대가 국회로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한층 더 까다롭게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로 사법부를 장악한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어물쩍댈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해 중대범죄자를 즉각적으로 체포 구금할 수 있도록 사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네 번째로 상명하복이 군 질서의 생명이기는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21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2024.12.21.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퇴진 충남운동본부와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300여명이 4일 오후 5시께부터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전날 계엄령을 내렸던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핵심은 최고권력자의 비상식적 행위 원천봉쇄

이상은 뉴스를 꼼꼼히 챙겨 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구상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이 발표한 포고령을 분석해 보면 다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북한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

2. 종북사상에 빠진 무자격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장악하여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마비되었다.

3. 좌파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부정선거에 의해 당선된 자들이기 때문에 선관위 서버를 확보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포고령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회의원 때문에 맘대로 독재정치를 할 수 없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보기에 깜도 안 되는 국회의원들이 삼권분립을 무기 삼아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인데, 실은 여기에 한국 정치의 아킬레스건이 숨겨져 있다. 한국의 권력구조는 위로 올라갈수록 권력의 집중도와 크기가 강해진다. 행정부건 사법부건 입법부건 정점의 권력은 마치 조선시대 왕과 같고 그 아래는 다 신하와 같다. 이렇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대통령제를 하고 있다. 기고만장한 독립부서의 권력을 제어하려면 대통령에게 더욱 막강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지만 국회의원은 쪽수가 많은 데다 연속 집권이 가능하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기개는 거의 하늘을 찌르듯 한다. 국회의원 몇 번 하면 대통령도 우습게 본다. 그만큼 고생해서 얻은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회와 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정치사에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왔고 그동안 세 차례나 국회가 해산되었다.

보통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정치권력의 의전과 처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끔 아프리카 신생국의 호화로운 정치 의전을 보고 냉소를 퍼붓는데 한국도 만만치 않다. 의전과 처우가 대단하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국은 600년이 넘은 중앙집권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권력 집중이다. 서구에서 시작된 삼권분립의 역사가 300년 정도 되었고 우리는 해방 후 정부수립과 동시에 이를 받아들였으니 서구처럼 삼권분립이 잘 작동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걸핏하면 서로 독재를 한다며 싸움질을 해왔다. 지금도 대통령과 집권당은 야당이 입법독재를 한다고 한목소리로 비난하면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애쓰고 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친 권력집중과 지나친 중앙집중이다. 모든 문제를 여기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권력의 중앙집중 구조 해체, 지방으로 이전해야

권력집중이 심할수록 부패하기 쉽고, 남용하기 쉽고, 디테일을 놓치기 쉽고, 한탕주의에 빠지기 쉽다. 만약 권력자의 인성에 문제가 있고 정치 경험이 없으면 권력집중의 부정적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 고도로 집중된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한순간에 나라가 거덜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치개혁은 어떻게 권력을 분산하고, 분산된 권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형식에 지나지 않는 지방자치를 실질적 지방자치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세금 징수권과 예산편성권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따 온다는 핑계로 말도 안 되는 횡포를 부리게 된다. 만약 지방정부가 마치 독립공화국처럼 작동하면 중앙당에 근거를 둔 국회의원들은 거의 할 일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으로서 국회의원은 없어도 된다. 모든 정치행위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끝나고, 지방정부를 넘어서는 영역은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처리한다. 위원회는 실무 기구이기 때문에 정치 권력이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여의도에서 치고받고 할 일이 없다.

국가적 차원의 정치 행위를 위해서는 지방정부 수장들의 협의회를 만든다. 현재 전국 지자체장 협의회와 지방의회 협의회 같은 것이 작동하고 있지만, 실질적 권한은 없다. 만약 지방정부가 독립적 권력을 갖게 되면 이 협의회는 국가운영을 위한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이 협의회를 주관하는 의장일 뿐,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독재를 한다든지 하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은 외적의 침입이나 통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지방정부도 비록 제한적이나마 독자의 외교권과 군사적 권한을 가질 수 있다.

4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비상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독립공화국에 준하는 지역자치가 돌파구

나는 1985년부터 1998년까지 감옥생활을 하였다. 그 기간은 한국 사회가 민주화 진통을 겪던 시기였다. 민주화 운동이 치열할 때는 많게는 하루에 수백 명이 수감되기도 했다. 감옥 안에서 당시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급 인사들과 교유가 있었고 그 가운데 많은 수가 정치인이 되었다. 나는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한국의 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바람직한 정치구조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잘못된 정치판에 길들여져 기득권에 안주하고 말았다.

감옥 안에서 본 그들은 매우 영민하고 정치에 대한 순수한 열망도 대단했다. 그러나 출소하여 정치판에 뛰어들고 보니 기성 정치인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잘못된 판에 개인의 역량은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과연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가졌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했다. 그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얻은 명성과 때 묻지 않은 열정만 있었을 뿐이다. 명성은 거듭되는 선거 속에서 퇴색해 갔고, 순수한 열정은 정치적 좌충우돌로 변질되었다. 이 틈을 노려 보수 언론들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파렴치한 위선자로 매도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정치판에는 어디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정치 모사꾼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자리다툼에 골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기 대선 후보로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재명이 기성 정치인과 다르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설사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무슨 수로 정치판을 갈아엎을까?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일찌감치 지역 자치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하고 시골에 내려와 산 지 25년이 넘었다. 그동안 지역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지방 정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한 축으로 역할도 해보았지만, 한국의 정치가 중앙당 그리고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 지방 정치는 들러리 이상 아무것도 아님을 확인했다. 진실로 혁명이 필요하지만 혁명을 할 수 없는 시대에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지역중심의 살림살이와 정치에 힘을 쏟기로 했다.

지역이 독립공화국처럼 되면 국회의원의 분탕질도 소용없게 되고,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해서 정치에 뜻이 있는 후배를 만나면 절대로 국회의원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신 지역의 일꾼이 되라고 신신당부한다. 자기가 살던 지역을 떠나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를 하게 되면 협잡과 뒷거래는 물론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게 된다. 그런 일을 잘 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 중앙정치 무대이다. 중앙정치는 지방이 중앙을 포위함으로써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지방의 인재들이 모두 중앙으로 몰려가는 한 지방은 도시의 식민지를 벗어날 수 없다.

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정의당 제주도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지방 인재를 키워내고 지역에 뿌리박게 하는 법

 

기본소득 보장, 마을공동체, 지역생태계 강화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지방의 인재를 키워내고 그들을 지역에 잡아둘 수 있을까?

첫째로, 지방에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나오는 각종 지원금과 공모사업비, 특별사업비 등을 다 모으면 충분히 기본소득을 지불할 수 있다. 지방마다 엄청난 사업비를 들여 시설을 지어놓고 놀리고 있는 것들을 보면 얼마나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지 기가 찰 지경이다. 이런 낭비적 지출을 최대한 아껴 기본소득으로 돌려야 한다. 기본소득이 확보되어야 인구의 역외 유출을 막고 귀농귀촌을 활성화할 수 있다.

둘째로, 지역마다 마을공동체를 강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활발히 벌여야 한다.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큰 소득이 없어도 지역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돈이 없어도 물자와 인심이 순환되는 공동체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셋째로, 지역의 자연과 생태계를 벗어난 정치는 모래 위에 집짓기와 같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지역의 자연과 문화의 산물인데 이를 벗어난 이들이 중앙에서 멋대로 세우는 계획과 정책은 지역의 이익이 아니라 중앙의 기득권 또는 글로벌 투자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 지역에 봉사하는 정치가 이루어지려면 행정구역과 선거구도 지역의 생태지도 또는 유역(Watershed)에 맞추어 개편해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개발 사업이나 도로 건설, 토지 이용 계획 등이 유역의 생태적 조건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일을 위한 기초조사는 어려서부터 해당 지역에 태어나 살았던 사람들이 해야 한다. 그들의 몸에 지역의 생태적 지혜와 문화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의 공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교육 과정을 짜야 한다. 지역의 생태와 문화에 기초한 인간활동(Human Ecology)이 어떻게 지역의 정치와 경제, 사회에 투영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역의 인재가 길러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어느날 갑자기 야심 가득한 지자체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도시를 슬로시티로 만들겠다 혹은 우리 지역을 수소경제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십중팔구 국세낭비와 자연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넷째로, 지역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의 주인으로 성장하여 지방의원도 하고 군수나 시장도 한다. 지역에서 정치적 임무를 마친 사람에게는 남은 생애에 세 가지 경로가 놓여 있다. 하나는 하방하여 자기가 원하는 지역이나 마을로 가서 후학을 양성하거나 지역주민에게 봉사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해외 지역으로 나가 자신이 획득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일(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의 실현)이다. 마지막은 지역의 자연을 가꾸고 돌보는 일이다. 쓸데없이 중앙 무대로 나가 권력 또는 명예를 탐하는 일은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지역 주권이 확립되면 중앙은 어차피 실무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허황된 꿈을 꾸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다섯째로, 생명평화 공동체경제는 사람이라고는 없는 거대한 자동화된 공장을 배격한다. 어려서부터 생명지역주의를 공부하며 자란 젊은이들은 주변의 자연과 자원을 파괴 또는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거대 공장이 아니라 노동 자체가 자아실현이 되는 자연친화적 일터에서 일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게 된다. 그런 일자리는 소득 창출보다 사람, 자연, 사회 사이에 호혜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아무리 숭고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해도 돈 버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면 결국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질서로 되돌아간다. 돈을 중심에 놓고 일하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하게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역사가 말해준다.

잘못된 정치와 잘못된 경제활동 방식으로 인해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비상계엄이라는 이중 질곡에 갇혀 있다. 어차피 이 사회가 크게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손쉽게 안정을 찾는답시고 이전의 방식을 고집하다 보면 탄핵을 빌미로 사람 얼굴만 갈아치우는 우를 범하고 말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사실은 위기 탈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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