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최병부
어느덧 다사다난 했던 2024년 갑진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도 이제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는 요즘이지만 실은 마음의 추위가 더 매섭다.
역사의 흐름에 큰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큰 통한의 상처를 남긴 채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세월이란 어김없이 흐르는 것. '광음여류(光陰如流)'란 세월을 사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일뿐,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아니다. 태고로부터 지켜 내려온 운행에 변함 없을리가 없다. 그렇건만 유독 12월은 다른 달에 비해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 마지막 달이라서 너나없이 아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일까. 그런 마음에서 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무언가 쫓기는 듯 공연히 바빠 보인다.
사랑과 미움, 행복과 갈등, 영예와 오욕의 숱한 시간들이 새역사의 묵은장에 묻히려고 한다. 지난 365일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시련과 고통의 한해였다. 그러나 이 모든 몸부림은 새해 새날을 맞기 위한 진통이었는지도 모른다. 연말이 되면 늘 그렇듯이 지나 온 시간을 되짚어보게 된다.
한해를 돌아보며 떠오르는 말은 바로 후회다.
숱한 변화와 애로와 위기와 흥분으로 역겨웠던 한해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 시점이다.
세월이 이리도 빠를 수가 있나.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 인사를 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그믐의 문턱에 서 있다. 그래서 옛 선인은 세월의 흐름을 '흰 말이 달려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순간'에 비유하여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물리적 시간은 만고 불변이련만 마음의 시간은 어이 이리도 빠른지. 젊었을 때는 그다지도 더디던 세월이 머리가 휘어지니 이제는 가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만리장성도 바벨탑도 감히 단 1초를 막아보지 못한 이 황금의 시간의 엄숙함! 이 엄숙한 우주의 시간이 단 1초의 어김도 없이 하루 몇백만 ㎞의 자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지구를 이끌고 벌써 3백65일의 공전을 완료한 것이다.
모름지기 감사와 경건과 겸허와 자성으로 이해를 마무리하자. 해가 간다고 결코 이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지난 것은 잊자고 망년회(忘年會)를 한다.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 아마도 함께 미래의 시간 속에 있는 것 / 시간이 온통 끊임없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 시간은 전혀 살 수가 없어라'라고 엘리어트는 시간관념을 이렇게 시(詩)로 표현했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곳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끝이 좋으면 만사가 좋다'고 흔히 말한다. 출발이나 결과에는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종결이 제대로 가면 결국 과거는 현재에 집약되고 만사가 제대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종막의 순간에서 지나온 일 년을 스스로 성실히 결산해야 할 때다.
'하늘을 좇는 자는 흥하고, 어기는 자는 망한다'는 말은 결코 공리 공론자(公理 空論者)의 헛소리가 아닐 것이다.
지나온 날들의 맥을 곰곰이 하나하나 짚으며 부정의 것은 과감히 청산하고 긍정적인 것은 대담하게 살려서 새해 설계의 기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 경계의 대상으로 삼아 경각심을 일깨우고 긍정적인 것은 더욱 높이는 용기와 집념을 가지고 키워가되 목표는 항상 근원적인 하늘의 길이 사람의 길이 되도록 거듭 명심하자.
새 삶의 희망과 새날의 기대를 남긴 채 이제 갑진년(甲辰年)이 서서히 잠들려고 하고, 태양은 무신경하게 윤회하며 을사년(乙巳年)이 오기를 재촉하고 있다. 밤의 은성(銀城)들이 이를 아쉬워 하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그동안 있었던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만족했던 일, 아쉬웠던 일 등 모든 사연들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갑진년을 보내고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천 칸의 집이라도 누울 자리는 아홉 자뿐이고, 천석꾼의 부자라도 하루 먹을 식량은 두되 뿐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우리들의 아쉬움과 후회를 뒤로하고 해가 바뀌지만, 특히 금년 한해는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시련과 고통을 남기며 저물어 가고 있다.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도록 준비하는 12월 하순이다. 또한 연초의 결심과 각오를 결산하는 반성의 시간이자 새로운 출발을 향해 의지를 다지는 경계선이다. 무엇보다 저무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새해를 희망 속에서 맞도록 대비하는 요즈음이다.
과거를 발판으로 미래를 설계해 내고 창조하는 송년(送年)이 되길 기대해 본다. 꿈과 희망의 설레임으로 맞이했던 2024년 한해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모습을 감추려고 하고 있다. 자, 이제 그저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자 구나.
새날의 여명(黎明)을 위해…….
한 해를 보내면서/라옥분 장유문학회 회장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순간들을 통해 삶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만남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이별은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거자필반(去者必返) 즉 '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믿음은 인생의 희망을 상징한다. 친구,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이 믿음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별이 아프더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난 친구와의 재회나 잊고 지냈던 사람과 우연한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며, 그 순간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에게 삶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반면에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라는 진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모든 만남은 언젠가 끝이 있으며, 이는 삶의 무상함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소중한 친구와의 거리감을 느끼며 그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 또한 귀중하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상대방에게서 배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이별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며, 과거의 추억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그 관계를 통해 얻은 가르침을 마음에 새긴다.
이러한 경험들은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만남과 이별 속에서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누는 대화와 함께한 시간, 이별 후에도 남아 있는 그리움은 모두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더 깊은 이해와 사랑을 배워간다. 사랑과 우정, 가족의 유대감은 이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결국, 거자필반과 회자정리는 상반된 진리를 가지고 있지만, 함께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더 큰 사랑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삶의 흐름 속에서 만남과 이별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그 모든 순간이 우리의 존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우며, 결국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 이러한 삶의 여정은 우리의 마음을 감동으로 가득 채우고, 매일매일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가 된다.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매일매일의 소중한 순간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하며, 각 만남과 이별이 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길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과 사랑을 나누며, 미래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일깨워 주며, 날마다 소중히 여기는 이유가 된다. 결국, 인생의 여정을 통해 만남과 이별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을 더욱 깊고 풍요로운 존재로 만들어 준다.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결국 우리를 더욱 성숙하고 깊은 존재로 만들어 주는 여정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이별에 아파하지 않고, 그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변 사람들도 그 변화에 감동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하루하루가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결국 우리를 더욱 성숙하고 깊은 존재로 만들어 주는 여정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끝으로 올 한 해는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던 시간으로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더 강해지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얼마 남지 않은 갑진년을 잘 보내고 새해에는 더 큰 꿈과 희망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2023 계묘년 한 해의 삶을 끝내는 마음/정기연(前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2023, 계묘(癸卯)년 한 해가 끝나는 12월이 저물어 가고 있다. 한 해 동안 지난날들은 돌이킬 수 없는 추억 속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졌다. 삶의 시작은 출생이고 끝은 죽음이다. 살아 있는 생물들은 시한부로 살다가 끝을 맺는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다 죽지만 하루 동안이 일생이고 하루 일생에 할 일은 다 마치고 죽으면서 종족 보존에 대한 일도 마치고 하루 일생에 한 일을 반성하면서 생을 마친다.
식물도 한해살이 1년초 식물이 있으며, 한 해 동안 시한부로 자라고 성장하고 열매를 맺어 종족 보존에 대한 일을 마치고 끝을 맺는 식물이 있고, 다년생 식물은 여러 해를 살면서 열매를 맺고 종족을 보존하면서 살지만 다년생 식물의 끝은 예측할 수 없이 한 해를 보내면서 사는 것이다. 동물들은 여러 해 살이 동물이 많으며 사람도 여러해살이 동물 중의 하나다.
한 해를 보내면 또 한해를 맞이하고 더욱 바람직한 변화를 하면서 살다가 불확실한 삶의 미래 시점에서 끝을 맺는다.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한 해살이 생물들은 1년 안에 삶이 끝난다. 여러해살이 생물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해를 맞이하면서 산다.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새로운 한 해살이 삶을 하려고 맞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해를 끝내는 12월은 짧은 한 생을 마감 짓는다고 생각하고 보람 있는 마감이 되고 후회 없는 마감이 되어야 한다.
한 해의 삶을 마치고 빈손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끝맺음한다고 할 때 할 일이 많다. 첫째는 1년 동안 남에게 갚을 빚이 있다면 용서로 빚갚음을 받아야 하고, 내가 못 받은 빚이 있다면 용서로 빚갚음을 주고 마음 속에 화해와 용서로 빚갚음을 끝내야 한다. 다음은 빈손이 되려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물적인 것은 요구하는 사람을 찾아 주면서 버려야 하고, 1년 동안의 생을 돌이켜 보고 정신적인 면에서 버려야 할 것을 찾아 버려야 한다. 세상을 보는 부정적 생각을 버려야 하고, 남을 시기하고 미워했던 생각을 버려야 하고. 일을 미루고 남에게 의지하려 했던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한 해의 삶을 마치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이웃과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지만 내 마음의 큰 선물을 나누어 주면서 한해를 마쳐야 한다. 바쁜 삶을 살다 보니 소식이 끊겼던 친지들에게 감사의 편지와 전화 메일을 보내야 한다. 보람 있는 나의 한해의 삶이 벽돌 한장 한장 쌓아 건축물이 되듯이 나의 보람된 한 해가 모여 내 일생이 되게 해야 한다.
12월을 보은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스승으로부터 은혜, 이웃과 친지들로부터 은혜, 국가로부터 은혜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은혜에 감사하고 은혜 보답에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고 심적으로라도 보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한 해를 보내야 한다. 내가 빈손이라 생각할 때 지나친 과거의 욕심은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느끼면서 가진 것을 요구하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끝맺음이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끝맺음은 정리 정돈이다. 정리 정돈이란 질서를 찾아 정리하는 것인데 있어야 할 것들의 제자리 찾기다. 한 해 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은 최적의 장소에 정리하고, 1년 동안 일기를 비롯한 기록물이 있다면 한 해를 보내면서 정리해서 보람찬 나의 기록물이 되게 해야 한다. 한해의 끝은 나를 빈손으로 만들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되어야 하며 가진 것을 베푸는 끝맺음이 되어야 하고 화해와 용서의 끝맺음이 되어야 한다.
인생의 삶에서 시작과 끝은 타원형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 계묘년 한 해를 보람 있는 끝맺음을 하여 갑진(甲辰)년 새해의 활기찬 출발 신호를 받아 달릴 수 있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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