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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40

25. 귀촉도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裝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銀河)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주註: 서역 삼만리 - 죽음의 세계 (극락) 파촉 삼만리 - 죽음의 세계 (저승) 육날 메투리 - 홅6가닥으로 만든 신발 은핫물 - 은하수 물 귀촉도 - 소쩍새, 두견새 귀촉도는 한자로 돌아갈 歸, 촉나라 蜀, 길 途 라는 글자로.. 2021. 11. 30.
24. 국화옆에서 국화 옆에서 - 미당 서정주 (이어령교수 해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소쩍새 : 두견새. 일명 귀촉도, 자규. 뒤안길 : '뒤꼍'의 뜻을 지닌, 으슥하여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 무서리 : 그 해의 가을 들어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가장 한국적인 시詩를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당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현대시를 대표하는 명시의 하나이다. 국화의 개화(開花) 과정을 통하여 어떠한 .. 2021. 11. 30.
23.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毛允淑)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대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 2021. 11. 30.
22.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유고시집 `(서울출판사.1946)- 【해설】 윤동주와 함께 일제 암흑기의 2대 민족 시인이자 저항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육사는 1935년 [신조선]에 시 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1937년 신석초, 윤곤강, 김광균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는 등,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목가풍의 시를 발표.. 2021.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