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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일대기. 조훈현론, 조훈현의 생각법 ,기타25

조훈현 일대기 5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5 만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여기서 확실하게 조훈현의 독서 편력을 소개할까 한다. 소년 시절 만화방에 진열된 만화는 모조리 섭렵한 조훈현은 청소년기에 무협지에 심취했다가 청년기엔 추리애호가가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삼촌의 방에서 날마다 제목이 바뀌어 쌓여있는 무협지 시리즈들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한두 권도 아니고 대여섯 권에서 열 권에 달하는 무협지들을 삼촌은 밤새워 읽어치웠던 것 같다. 아침이면 무수한 감귤 껍질과 함께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무협지들. 외할머니는 그럴 때마다 쯧쯔 혀를 차시며 방을 치우셨다. “잠이나 푹 잘 것이지......뭔 놈의 책을 밤새워 읽는다냐?” 그랬다. 그 무렵은 ‘조훈현의 폭격시대’로 일컬어지는 전관왕 직전의 시절이었다. 삼촌 조훈현은 거의 .. 2023. 8. 27.
조훈현 일대기 4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4 “원장님. 이 아이가 바둑을 둘 줄 아는데 한 번 봐 주실랍니까?” “네에? 걔가 바둑을 둔다구요?” “네, 그리 세진 않지만 제법 둡니다. 게다가 동아일보 국수전 기보를 외우고 복기까지 하거든요.” “에이, 아무렴 걔가 복기를 할까?” 원장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부친 조규상이 훈현이를 바둑판 앞에 앉혀 놓고 복기를 시켰다. 당시 조훈현은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던 국수전 기보를 틈틈이 공부하던 중이었다. 어린 훈현은 아무 생각 없이 양 손에 흑돌 백돌을 나눠 쥐고 주르륵 복기를 해냈다. 대략 80여 수에 달하는 조남철과 김봉환의 바둑 수순이었다. 그 희한한 광경에 모든 사람들이 바둑판 주위로 몰려들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원장은 아직도 꼬마의 .. 2023. 8. 27.
조훈현일대기 3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3 “세상에!” 가족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것처럼 탄성을 터뜨렸다. 집에서 공장까지의 거리는 대략 1.5Km쯤 될까? 거리도 만만치 않지만 오는 길이 거리의 모퉁이를 몇 번이나 꺾고 블록을 휘감아 돈 다음, 대로를 건너고 복잡한 역사(驛舍) 건물을 관통하고 철도를 건너 공장의 담벼락을 끼고 반 바퀴를 돌아야 찾아올 수 있는, 어려운 길이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어린애가 천연덕스럽게 그 길을 혼자 찾아왔다니 놀랄 수밖에- (훗날 조규상 옹이 회고하길, ‘훈현이의 머릿 속에는 천부적인 방향감각의 나침반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라고 했었다. 따지고 보면 조훈현의 놀라운 복기능력도 다 그런 감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 소동을 통해 막내아들의 총기(聰氣)가.. 2023. 8. 27.
조훈현일대기 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 영암(靈巖)- 말 그대로 신령스런 바위로 일컬어지는 지명인데 이는 곧 월출산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해발 809미터의 월출산은 소백산맥이 남으로 뻗어 내려가다 바다와 만나는 종착지에서 못내 아쉬운 듯 최후의 기세를 떨쳐 조각해놓은 명산이다. 남도의 곡창지대에 돌연(突然)히 치솟아 오른 월출산의 윤곽은 웅장하면서 화려하다.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뤄져있어 온갖 전설이 서려있는가 하면 왕인 박사와 도선국사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땅이기도 하다. 정상인 천황봉에 올라서면 북으로 영암 땅, 남으로 강진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같은 남도라도 이른 봄 대지의 빛깔이 완연히 구분된다. 강진(康津)땅이 한 뼘쯤 아래 있다고 보리 싹이 조금 더 파랗게 자라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월출.. 2023. 8. 27.